웅진으로 회귀하는 코웨이, 대기업들과 생존경쟁 가시밭길
입력 2018.11.08 07:00|수정 2018.11.12 09:29
    인수금융·자체 차입금 등 인수자금 대부분 '빚'
    과도한 차입구조 우려 속 대규모 이자비용 지출 '예고'
    LG·SK·현대百 등 대기업 뛰어든 렌탈시장
    자금력 부족한 '웅진' 경쟁력에 물음표
    • 코웨이가 다시 웅진그룹으로 들어간다. 웅진의 남은 과제는 과도한 차입구조 속에서 코웨이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일이다. 렌탈 시장 1위라는 코웨이의 확고했던 위상은 대기업들의 시장 참여로 위협받고 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가는 대기업 계열사들과의 경쟁 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코웨이의 주력 시장인 정수기 렌탈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웅진이 코웨이의 시장 지위를 지킬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웅진그룹 컨소시엄은 지난달 말 MBK파트너스와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85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웅진은 보유현금(최대 780억원)·웅진씽크빅의 유상증자(최대 2000억원)와 브릿지론(최대 2000억원)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재무적투자자(FI)인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국내 기관에 프로젝트펀드 자금을 요청한 상태다.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은 탓에 스틱의 자금조달 가능성엔 물음표가 찍힌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는 "스틱이 FI 참여를 선언한 이후 인수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투자 여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며 "(웅진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했다.

      스틱이 기관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부족자금에 대해선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보전한다. 웅진씽크빅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국투자증권이 확약한 투자자금은 인수금융을 제외하고 4000억원 규모다.

      결국 웅진그룹은 보유 현금 700억원만 출자해 1조7000억원 규모의 코웨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셈이 된다. 웅진씽크빅의 최대주주 ㈜웅진 유상증자에서 400억원가량을 출자한다고 가정해도 1000억원 남짓의 현금으로 코웨이 경영권을 되찾아오게 된다.

      이 같은 과도한 차입구조에 때문에 향후 코웨이의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나온다. 실제로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를 발표한 당일, 주식 시장은 빠르게 반응해 주가는 25%가량 하락했고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MBK가 2013년 코웨이 인수를 추진했을 때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MBK의 경영능력을 차치하더라도 MBK가 인수한 이후 코웨이 실적은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2016년 코웨이 얼음정수기 이물질 파동으로 실적부침이 있었으나 이듬해 회복했고, 올 3분기엔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투자금 회수의 목적도 있겠지만, 이익 배당에 대한 규모를 늘리면서 주주의 반발도 잠재우고 있다. 이 때문에 코웨이 주가는 MBK의 주당 인수 단가보다 3배가량 높은 10만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 웅진그룹은 코웨이의 배당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아직까지 코웨이를 '웅진코웨이'로 기업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빠르게 시장 재진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코웨이의 성장이 기존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한해 코웨이의 배당 규모는 약 2300억원이다. 웅진그룹이 기존 배당정책을 유지한다면 모회사가 될 웅진씽크빅은 한해 500억원의 현금을 배당으로 받게 된다. 다만 8000억~9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의 약 4.4%대 금리와 웅진 자체적인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을 고려하면 배당은 고스란히 이자비용을 갚는데 써야 한다. 웅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많다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현실은 정 반대다. 코웨이에 대한 웅진그룹의 지원이 사실상 어렵다.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해 현금을 마련, '웅진→웅진씽크빅→코웨이'로 연결되는 그룹 포트폴리오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선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계열사 중 그나마 덩치가 가장 큰 웅진에너지는 재무상황이 악화했고, 업황 부진에 매각 타이밍이 좋지 않다. 매각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시가를 고려하면 웅진그룹이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150억원+α'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웅진플레이도시는 수년째 매각이 답보 상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인수해 기존의 노하우를 활용 경영을 잘 해나갈 수도 있지만 재무적인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며 "모회사의 재무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업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해 이익이 예전 같지 않을 경우엔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재무적 부담과 별개로 사업 환경은 웅진이 코웨이를 경영했을 당시보다 더 어려워졌다. 코웨이의 주력사업인 정수기 렌탈 시장에는 SK와 LG,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들이 속속 진출해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정수기 렌탈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일컬어 질 정도로 보편화 된 서비스가 됐다. 실제로 코웨이 가입자수(계정수)는 매년 늘고는 있지만 성장률은 둔화하는 추세다.

      결국 신규 고객을 유치보다 다른 기업이 보유한 고객들을 뺏어와야 하는 이른바 '치킨게임' 시장으로 변모한 셈인데 자금력이 부족한 웅진그룹이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코웨이의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코디' 조직이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시장에 진입한 대기업들도 코웨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이 영업·관리 조직 강화를 추진한다면 코디 조직의 대규모 이탈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과연 코웨이의 임직원들이 '웅진이란 브랜드에 얼마나 메리트(이점)를 느낄 것인가" 또는 "웅진으로의 회기가 과연 반길만한 일인가"라는 질문을 낳고 있다.

      코웨이와 마찬가지로 렌탈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렌탈 사업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정수기를 비롯해 공기청정기·매트리스·비데 등 렌탈 서비스가 가능한 제품군을 늘리는 추세다. 이 또한 사업 확대를 위해 연구개발과 같은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데, 벌어들이는 자금을 고스란히 이자비용에 써야 하는 코웨이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실제 인수를 결정한 이후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웅진그룹의 자신감과는 별개로 경쟁업체들은 오히려 시장 확대를 위한 기회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