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그레이트’ 건너뛰고 ‘월드베스트’로?…대형 M&A는 불가피
입력 2018.11.14 07:00|수정 2018.11.16 10:27
    매출 100조원 목표 '그레이트 CJ' 현 상황에선 어려워
    제일제당·대한통운 두 축으로 대형 M&A 추진 예상
    중기적 재무 부담 증가…FI 등 외부 투자자 유치 늘 것
    • CJ그룹은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그레이트 CJ’를 달성할 수 있을까. 2020년말까진 2년 남짓 남은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이 때까지 목표를 달성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선 2030년까지 3개 사업 부문에서 세계 1등을 목표로 한 ‘월드베스트 CJ’가 더 현실성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물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대형 인수합병(M&A)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CJ그룹의 주요 사업은 크게 식품, 미디어, 신유통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 기준으로 CJ지주의 연결 매출은 약 27조원 수준이다. 계열 간 거래 실적 등이 제외된 것을 감안해도 목표치까지 도달하기엔 동력이 약한 실정이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 ENM 등이 그룹의 실적을 책임지고 있지만 해당 계열사 실적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연결 기준 CJ지주의 매출을 약 3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2020년까지 100조원을 달성하는 것은 무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벌 그룹은 오너 경영인이 제시한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패할 경우 오너가 시장 환경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무리한 목표를 내걸었다는 비판에 부딪힐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단순히 매출 증대에 집중하더라도 CJ㈜ 연결 실적으로 2020년까지 목표치의 절반인 50조원을 달성하기도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며 “CJ 입장에서 글로벌 시장 및 매출 성장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든, 목표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레이트 CJ’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와 CJ푸드빌 등 비상장 계열사의 실적도 뒷받침돼야 하지만 결국에는 매출을 극적으로 늘릴 수 있는 대형 M&A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려면 최소 조 단위 거래가 예상되는 매물을 인수해야 비전 달성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CJ 관계자는 “그레이트 CJ라는 비전 설정 당시 목표 매출액을 내부 자료인 관리매출 기준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현재 공시되는 CJ㈜ 연결 실적과 다소 차이가 있다”며 “기존 계열사만으로는 가파른 실적 상승을 기대하기 무리가 있어서 앞으로도 M&A 등에 활발히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CJ그룹이 ‘그레이트 CJ’ 대신 ‘월드베스트 CJ’로 목표를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고 세계 1등 역시 매출 숫자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 관계자들도 최근 CJ가 ‘그레이트’ 대신 ‘월드베스트’를 좀 더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월드베스트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몸집 불리기는 불가피하다. CJ그룹은 CJ대한통운과 CJ제일제당을 두 축으로 공격적 M&A에 나서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업무에 복귀한 후 CJ는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M&A를 진행 중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인도 다슬로지스틱스, 아랍에미리트(UAE) 이브라콤, 베트남 제마뎁 등을 사들였다. 올해는 CJ대한통운이 미국 DSC로지스틱스를 2314억원에 인수했으며, CJ제일제당의 경우 그룹 역대 최대 딜로 꼽히는 미국 대형 식품업체 쉬완스컴퍼니(Schwan's Company) 인수가 임박한 상황이다. 한동안 글로벌 M&A에 나섰던 CJ CGV는 터키 사태 영향으로 내년까지 큰 M&A 계획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부문에서 M&A가 쉽지 않은 만큼 몸집 불리기는 식품과 유통이 주축이 될 전망이다.

      일정 기간 동안 몸집을 크게 불려야 하기 때문에 CJ그룹의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쉬완스컴퍼니 인수는 어떻게 하더라도 향후 추가 M&A 여력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CJ그룹이 2020년까지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투자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CJ그룹의 재무적투자자(FI) 의존도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CJ그룹의 FI 의존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CJ CGV는 2016년 터키 마르스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해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등을 활용했으며, 앞서 언급된 쉬완스컴퍼니 인수 작업도 CJ제일제당이 FI인 JKL파트너스의 도움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지주의 지난해 연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조8000억원 수준이라 CJ가 비전 달성을 위한 추가적인 투자를 하려면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향후 수조원대 M&A를 추가로 진행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매출 규모가 증대되겠지만 성과가 나기 전까지의 시간 동안 그룹 전반의 재무부담이 상승해 신용도에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