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 패닉에 빠진 회계법인들...IFRS 간극 논란
입력 2018.11.15 07:00|수정 2018.11.16 10:34
    원칙주의 IFRS 하에선 고의성 판단 어려워
    회계법인들 감사업무 리스크 더 커져
    분식회계 결론으로 삼성 브랜드 이미지엔 큰 타격
    상장폐지 사례없다지만...예단하기 힘들어
    • “금융당국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결론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결국 시장에서 우려하던 초강수가 현실화하면서 앞으로 주식시장과 삼성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 회계이슈를 넘어서 삼성이란 브랜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안건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원, 검찰 고발 등을 의결했다. 분식회계를 주장한 금융감독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 인해 회사는 주식시장에서 거래정지 됐으며,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 받게 된다. 이번 결과를 받아 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이 나오자 한국거래소는 바빠졌다. 해당 팀은 긴급하게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명확한 규정이 나와있는 게 아니다 보니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를 놓고 회계법인들은 패닉에 빠졌다. 증선위의 결론에 따르면 앞으로 어떻게 감사를 해야 할 지 막막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원칙 중심의 IFRS 체제의 한계란 지적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임원은 “IFRS는 큰 원칙 내에서 회계처리의 재량을 인정해 준다”라며 “회계제도는 IFRS인데 감독당국의 방침은 US GAAP을 적용하는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다를 바 없어 둘 간의 간극이 크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미국회계기준(US GAAP)은 룰(rule) 베이스로 재무제표 작성시 어떻게 작성하라는 지침을 제공해 준다. 반면 유럽에서 사용되는 국제회계기준 IFRS는 큰 원칙만 제공하고 그 안에서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에 재량을 인정한다. 따라서 미국에선 회계원칙을 어겼을 시에는 파산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제제가 따르지만, 유럽에선 통상 벌금형 수준에 징계를 가한다.

      이번 결과를 받아 든 회계법인들은 고민에 빠졌다. 회사의 ‘재량’과 ‘고의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 및 지배력은 IFRS에선 큰 틀만 제시하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명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진 않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감원처럼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고의성 여부까지 판단해서 감사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최대한 보수적으로 감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분식회계 논란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일단 삼성그룹의 이미지 타격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들다. 사실상 삼성이란 그룹이 분식회계를 단행한 것으로 결론이 남에 따라 향후 해외 M&A를 비롯해 투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가 시급한 문제라기 보다 삼성그룹이 분식회계 기업으로 결론 난 것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라며 “삼성그룹의 대외 활동에 상당한 지장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상장폐지까지는 안 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한국거래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진 미지수란 의견도 있다. 과거의 사례를 들어 상장폐지까지는 안 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설마 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면서 과거 사례들이 별반 의미가 없어졌다고 본다”라며 “결국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일만 남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