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 부담 없고 성공보수도 받고”…금융사 소속 PEF 격세지감
입력 2018.11.15 07:00|수정 2018.11.16 10:32
    경직되고 보수 낮다 지적 옛말…변화 움직임
    든든한 자금력에 성과도 내면서 분위기 반전
    개인 출자 부담 없고 이익실현 앞당길 수도
    • 그간 금융회사 소속 사모펀드(PEF)는 금융사 특유의 경직성과 박한 보수체계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조직을 정비하고 운용 독립성은 보장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곳들이 늘고 있다. 운용역 입장에서도 의무출자(GP Commitment) 부담은 크지 않으면서 이익 현실화 시기는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지난 수년간 많은 금융사들이 대체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이는 사모펀드 육성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사모펀드 조직이 없던 곳은 새로 차리고, 없는 곳은 조직을 격상시키거나 독립시키곤 했다. 운용 인력도 여러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은행이나 증권사 등 이른바 금융회사 계열 사모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사모펀드를 꾸렸으나 고전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수장부터 능력보다는 금융사의 뜻에 따라 정해진 터라 투자 자산 관리에 소홀했고 성과도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성공을 거두더라도 조직 논리 때문에 운용역에 온전한 보수가 주어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투자 전문사보다는 금융사의 한 부서 취급을 받았고, 대규모 자본금 또한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들 금융사 소속 사모펀드의 위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다. 일단  금융계 사모펀드에 대한 수요부터 늘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공동투자(Co-investment) 펀드를 출범하며 운용사에 펀드 총액의 20% 이상을 의무 출자하도록 했다. 사실상 금융계 운용사만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올해 본격화한 기업구조혁신펀드 역시 과거 투자실적 못지 않게 자금 모집의 완결성을 중시했다. 금융계 운용사들과 손을 잡은 곳들이 최종 낙점 받았다. 사모펀드 규제 일원화로 든든한 배경이 있는 운용사들의 입지는 넓어질 전망이다.

      동시에 금융계 사모펀드들의 성과도 좋아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SK테레콤의 ADT캡스 인수(대신PE), 한화S&C 지분 투자(SK PE) 등 대기업 관련 거래에서도 이름을 올리는 모습이다. 대신그룹은 대신PE의 ADT캡스 거래 참여에 고무적인 반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 PE는 SK증권의 주인이 바뀌면서 독립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조직 정비와 성과보수 체계 개을 달성한 곳들도 있다. 어느 정도 독립성과 체계를 확보할 수 있다면 금융계에 속해서 나쁠 것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대체투자운용(전 신한PE)와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전 우리PE)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모두 금융그룹 소속으로서 기를 펴지 못했었다. 대표도 그룹 인사를 할 때나 계열사 사장이지 실제 역할과 중요성은 본사 부장급이란 평가마저 있었다. 좋은 성과는 인정받지 못했고, 실패는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2016년 이후 활로를 찾기 위해 나란히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라이선스를 따기도 했다.

      신한대체투자운용은 지난해 김희송 사장이 취임한 후 대체투자 쪽에 힘을 실었다. 3조원대 운용자산(AUM)을 굴리고 있는데 올해만 대체투자 쪽에서 2조원대 자산을 늘렸다. 3년후 AUM을 6조원까지 늘릴 계획인데 이 추세면 훨씬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AUM 증가와 함께 성공보수도 지급하는 시스템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투자인력 확충 목표(17명)는 이미 넘어섰다.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은 블라인드펀드에 힘을 실었다. 올해 김경우 대표가 취임한 후 성장지원펀드,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운용사로 잇따라 선정됐다. 지난해 13%의 내부수익률(IRR)로 청산한 ‘우리-블랙스톤 코리아오퍼튜니티 1호’의 성과를 이어가게 됐다. 이 펀드 청산 후 보수가 지급됐다. 펀드 청산시까지 재직하지 않더라도 기여한 만큼 보수를 지급하는 새로운 보수 체계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만 해도 다른 곳으로 옮긴 운용역의 투자 실적조차 확인해주지 않아 빈축을 샀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독립계 운용사는 성과 보수를 받더라도 고스란히 다음 펀드의 의무출자금으로 써야 하지만 금융계 운용사는 든든한 배경이 있어 그럴 걱정이 없다”며 “운용역 입장에서도 독립계보다는 금융계가 보수를 받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