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위 오른 적대적M&A…한진家-강성부 펀드 대결 관전 포인트는?
입력 2018.11.19 07:00|수정 2018.11.21 09:21
    KCGI 창립 이후부터 한진칼 타깃…투자금 확보 8월경 끝내
    항공 분야 애널리스트 등 그룹 관련 전문가 영입도
    호텔 등 비주력 사업 구조조정 및 부동산 매각 요구 점처져
    • ‘여의도발(發) 1호 적대적 M&A’로 회자하던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한진칼 경영권 개입이 본격적으로 수면위에 올랐다. 지난 15일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의 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지분 9.00%를 장내매수했다고 밝히며 단숨에 2대주주에 올랐다.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는 주주제안권·주주총회 소집청구권 등 한진칼의 주요 정책 결정에 속속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광범위한 주주제안이 가능해졌다. '경영 참여'를 투자 목적으로 못 박은 데다, 공시상 지분 보유 목적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도 대외적으로 밝혔다.

      ◇ KCGI는 무엇을 요구할까?

      현재 한진칼은 상장 자회사로 대한항공(29.6%), 진에어(60.0%), 한진(22.2%)을,  비상장 자회사로 칼호텔네트워크(100.0%), 토파즈여행정보(94.4%), 정석기업(48.3%), 제동레져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선 KCGI 측이 상장 자회사들의 경영에 간섭하기보단 비상장사들의 자산 효율화에 개입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한진칼과 한진칼의 비상장 자회사의 저평가된 자산들의 매각과 적자 사업의 청산 등이 집중적으로 요구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한진칼의 비상장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의 공시에 따르면, 회사가 보유한 토지와 건물의 자산 가치는 2372억원으로 평가됐다. 칼호텔네트워크는 현재 제주 칼호텔, 서귀포 칼호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그랜드하얏트 인천,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가로만 해도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외에도 오너가가 대한항공을 통해 추진했던 '경복궁 호텔 부지'(서울 송현동 부지 1만1000평) 등 그룹 계열사들의 유휴 자산을 매각해 배당으로 환원하라는 요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제동레져만 보더라도 회사가 보유한 제주도 목장에서 이명희 이사장이 지인들에게 선물할 유기농 달걀을 생산해왔다는 등 오너 일가의 사적 용도로 회사를 운영했다는 사례들은 이미 충분히 언급된 상황"이라며 "한진이 유휴 부동산이 많고 이를 활용 못하는 그룹으로 알려진 만큼 적어도 투자자들에게 도덕적인 명분을 내세우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배당성향 상향도 유력한 요구안으로 점쳐진다. 시장에선 개별 기준 영업이익의 20% 중반 수준인 현재 배당성향을 35~40% 수준까지 확대를 주장할 것으로 거론된다.

      ◇ 언제부터 준비했을까?

      한진칼은 낮은 시가총액과 대주주 일가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며 일찌감치 기관들 사이에서 경영권 분쟁에 취약한 곳으로 꼽혀왔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갑질'이 불거졌을 때도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PEF)가 수면 아래서 지분 매집을 준비해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PEF업계에선 강 대표가 LK파트너스 재직 시절부터 한진칼을 타깃으로 투자를 검토했지만, 재벌가 분쟁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한 회사 차원의 만류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LK파트너스의 모회사는 LK자산운용으로, 이 회사의 소유주인 구본욱 씨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친동생인 구철회 씨의 손자다. 강 대표가 지난 7월 독립을 결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PEF 설립 직후 외부 자문사 선정까지 마치며 한진칼 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한 금융계 증권사 항공 담당 애널리스트도 펀드 운용역으로 영입했고, 지난 8월에 펀드에 출자할 투자자 마련도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강 대표가 LK파트너스 시절 추진한 거래에 참여했던 투자자 일부와 LK그룹이 KCGI의 주주로 참여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번 투자에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미 8월부터 기관 참여 없이 투자금을 다 확보한 것을 보고 한진그룹 대주주 일가에 대한 금융시장 분위기를 체감해 내심 놀랐다"고 말했다.

      ◇ 한진그룹의 대응은?

      한진도 공시 이전 지분 매집 움직임을 인지하고 기관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상황 파악에 나섰다. 이미 공시 이전 조양호 회장 등 임원진 보고도 다 마친 상황으로 알려졌다.

      실제 양 측이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까지 이어질 경우 한진 일가가 자금마련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는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한진, 한진칼, 정석기업 지분 정도가 거론된다.

      항공법 개정은 설상가상이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안전 및 면허관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항공산업 제도개선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법 개정에는 항공사 임원 자격 제한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알짜계열사인 대한항공 등을 통해 우회적인 재원 확보를 시도할 경우 경영권을 박탈당할 가능성도 열렸다.

      일부 구조조정 분야 경험이 있는 PEF들은 오히려 한진 측의 백기사 역할을 통해 수익을 볼 것을 기대하고 한진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자와 접촉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펀드 내부 감사 교체 자신 분위기…이사 선임부터 표대결 시작할 듯

      한진그룹에 대한 KCGI 측의 구체적 요구안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양측간 표 대결은 이사·감사진 선임 요구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법상 이사진의 해임은 특별결의사항(참석 주식의 66.7% 이상, 전체주식의 33.4% 이상이 동의)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한진칼 이사진 7명 중 3명의 임기가 내년 3월17일 만료되는 만큼 우호 지분을 확보해 신임 이사 선임을 두고 표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KCGI 내부에선 감사 교체는 사실상 확실시 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이사 선임 전략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상법에 따라 감사 선임에 대한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소액 주주를 충분히 확보할 경우 우호 지분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선 주요주주인 국민연금(8.35%)과 크레디트스위스(5.03%)가 어느 편에 설 지가 관심이다. KCGI에 정통한 관계자들 사이에선 "내부에선 주진형 씨 혹은 류영재 씨가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됐으면 KCGI가 주주들을 설득하기가 더 쉽지 않았겠냐"는 아쉬움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