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쉬완스 인수에 JKL 배제, 현지실사하고서도 버림받은 LP들
입력 2018.11.20 07:00|수정 2018.11.21 09:19
    본입찰까지 FI로 함께한 JKL, 계약 직전까지 CJ와 구조 논의
    CJ 측 '회수조항' 조정 요구…거래종결 직전 인사 영향도
    불만 토로하는 LP들…CJ는 "내부결정"
    • CJ제일제당이 그룹 사상 최대 규모 딜(Deal)인 미국 쉬완스컴퍼니(이하 쉬완스)를 인수한 날, JKL파트너스의 이름을 찾아볼 순 없었다. 양 측은 CJ제일제당의 이사회 결의가 열리기 직전까지 협상을 이어왔지만 평행선을 걷다 결국 결렬됐다.

      CJ제일제당은 쉬완스 지분 80%를 약 2조원에 인수하면서 이중 1조5000억원은 CJ헬스케어 매각대금 및 회사채 발행 등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5500억원가량은 쉬완스의 자체 차입을 통해 조달한다고 밝혔다. 재무적투자자(FI)는 초빙하지 않기로 했다.

      쉬완스 M&A는 초기에 지분 100% 가치가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졌다. CJ그룹은 재무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쉬완스 대주주도 꾸준히 매각 과정에서 거래 종결의 확실성을 강조했다. CJ는 과거 주요 거래 처럼 FI를 물색했고 입찰까지 거쳐가며 여러 후보 중 JKL파트너스를 파트너로 정했다.

      JKL파트너스는 쉬완스 인수에 6000억~7000억원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4호 블라인드펀드 자금을 활용하는 한편, 주요 출자자(LP)로부터 추가 자금을 모집해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할 계획이었다. 보장수익률은 5.1% 수준으로 정해졌고, 기업공개(IPO) 및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및 콜옵션(Drag & Call) 등 일반적인 투자회수 장치에도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4달 가까운 기간동안 CJ그룹과 함께 하며 주요 기관들의 투자 약정을 이끌어냈다.

      이달 들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CJ그룹은 쉬완스 대주주와 큰 틀의 합의를 마친 이후부터 JKL파트너스에 거래 조건 변경을 요구했다. 특히 기관들이 요구한 위험방지조항(Downside Protection)은 받아주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거래 관계자들에 따르면 CJ그룹은 지난 10월말 임원 인사로 쉬완스 M&A의 실무인력들이 대다수 변경된 만큼, JKL측과 논의는 이전 실무진간 합의일 뿐이란 태도를 보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실제 강경석 전 BOA메릴린치 상무가 ㈜CJ 재경실 내 재무운영담당으로 합류하면서 실무를 다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기관투자가들은 기존에 합의된 조건을 바탕으로 승인 절차를 진행중이었다. JKL파트너스는 보수를 줄여서라도 거래를 성사시킨다는 입장이었다. JKL파트너스의 보수율(0.5%)는 사실상 "CJ그룹과 관계 형성을 위한 할인이 적용됐다"는 평가도 많았었다.

      CJ그룹과 JKL파트너스는 CJ제일제당의 이사회 결의일 직전일인 14일 새벽까지 논의를 이어왔지만 결국 결렬됐다.

      이날까지 당연히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던 기관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CJ그룹의 쉬완스 인수 공시 이후까지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곳들이 많았다.

      뒤늦게 사정을 들은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CJ그룹이 회사채를 발행해서 인수대금을 조달하면 된다고 여유를 보임에 따라 JKL파트너스는 본인들 수수료를 양보해가며 논의를 좁혀오던 상황이었다"며 “수익률 조정 정도가 아니라 거래의 가장 기본 전제인 회수안을 바꾸자고 나선 건 사실상 진행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CJ그룹에 요구한 조건들은 무리한 조건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회사에서 해외 실사 비용까지 부담해가면서 공을 들였는데 거래 참여가 불발돼 황당하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최적의 조달 조건을 찾은 것이란 입장이다.

      인수자문사인 모건스탠리와 함께 힘써 적자사업부 ‘홈딜리버리’ 서비스를 인수 대상에서 제외했고, 기존 대주주의 참여를 이끌어내 자금 부담도 대폭 줄였다. 협상 막바지엔 M&A 결렬을 각오하고 가격 10% 인하안을 ‘베팅’한 전략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JKL파트너스와의 합의 역시 그야말로 구속력이 없었고(Non-binding), 자금 조달 계획을 바꾸는 것도 인수자의 자율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의 투자자 및 소액주주들을 위해서도 인수 후 자금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CJ제일제당 측은 “이번 건 이외에도 향후 재무적 투자자들과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투자협의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