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연봉킹' 김성락 본부장은 왜 미래에셋에 갈까
입력 2018.11.20 07:00|수정 2018.11.22 09:31
    미래에셋대우, 김성락 전무 영입 작업 한창
    한국투자증권 '인사 적체'가 이직 배경 중 하나로 꼽혀
    미수령 이연성과급 지급 등 이직 조건 조율
    • 올 상반기 '20억원 연봉'의 주인공으로 증권가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김성락 전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장(전무)과 김연추 투자공학부 팀장(차장)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입사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김 전 본부장이 김 팀장을 포함해 '패키지'로 자리를 옮길지, 파생상품 시장에서 압도적 입지를 다지지 못하고 있는 미래에셋대우가 이를 계기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 지난해 회사 수익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 조직의 수장을 잃은 한국투자증권은 어떻게 대응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인사팀은 김 전 본부장의 영입과 관련해 막바지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된 조직개편 인사에 김 전 본부장의 이름이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전 본부장은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으로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을 견인한 인물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투자공학부가 2017년 단일부서로 큰 수익을 냈다"며 언급할 정도였다.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상반기에만 22억5933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김남구 부회장, 유상호 대표, 김성환 부사장을 뛰어넘는 회사 내 최고액이다.

      김 전 본부장이 이끄는 투자금융본부의 활약 속에 한국투자증권 트레이딩 부문 수익은 지난해 전년 대비 83% 증가한 5700억여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지난해 순영업수익의 51%에 달한다. 자연스레 관심은 김 전 본부장과 손발을 맞춘 팀원들의 '패키지 이동 가능성'에 맞춰진다.

      김 전 본부장의 이직에 대해서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양사 모두 부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상반기 사내 연봉 2위에 오른 김 팀장을 포함한 '팀 이동설'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눈치다.

      미래에셋대우는 현재 김 전 본부장의 영입과 관련해서만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도 김 전 본부장만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머지 팀원은 재직 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내 연봉 1위를 차지한 김 전 본부장은 왜 회사를 옮기는 것일까. 증권업계에서도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인사 적체'를 지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서열·직급에 상관없이 책임과 성과를 가려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시스템을 갖췄지만, 반대로 승진은 경쟁사 대비 느린 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그간 파격적인 인사 단행으로 업계에서 회자된 바 있다. 외부 경력직도 능력만 보여주면 매년 승진을 거듭할 정도다. 미래에셋대우의 두 대표이사는 수석부회장, 부회장급이고, 올해 임원 인사를 통해 사업부문별 대표도 사장·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전 본부장이 성과급보다는 ‘승진’에 대한 니즈로 미래에셋대우를 선택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미래에셋대우가 업계 톱티어(Top-tier)라는 점 역시 이직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직급 외 보수와 관련해서도 김 전 본부장에 여러 조건을 제시하고 조율 중인 상황이다. 특히 김 전 본부장이 퇴사하면서 한국투자증권에서 수령하지 못한 성과급 이연분에 대한 보장도 조건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들마다 성과급의 60%는 다음 해에 바로 지급하지만 40%는 이연성과급으로 3년간 나눠서 지급한다. 퇴사를 방지하고 설계·판매한 상품의 부작용이 드러날 경우 성과급을 줄이기 위한 명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연성과급이 이직으로 몸값을 더 높일 수 있는 직원을 제약하는 수단된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진화에 힘쓰고 있다. 김 전 본부장 외에 다른 인력의 이탈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익 창출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 중이다. '패키지 이동설'이 현실화될 경우 실적은 물론 주주들에게 비치는 이미지도 타격받을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김 전 본부장 외에는 현재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사람이 없으며, 지현준 투자금융본부 DS부장이 직무 대행을 맡아 업무 중"이라며 "업계에서 거론되는 김 팀장을 포함해 팀원들에 확인한 결과 사직서 제출이나 이직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