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증시 녹록지 않다…충격 오면 코스피 1500선까지 감내해야"
입력 2018.11.22 07:00|수정 2018.11.23 09:46
    국내 7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2019년 전망
    내년 경제 성장률 2.3~2.6%…정부·韓銀보다 보수적
    코스피 밴드 하단 1800~1950선 제시…'불확실성 크다'
    • 모두가 들떠있었던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졌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지금의 우울한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이슈에 국내 경제성장률 정체와 상장사 이익 증가율 감소가 겹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이들이 내다본 내년 코스피지수 하단은 1800~1950선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졌다. 내년 중국의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위안화 약세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하면, 코스피 1500선까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인 전망까지 제시되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이 국내 7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내년 국내 경제·금융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내년은 올해보다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비관적이다. 이들은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을 최저 2.3%로 제시했다. 정부 예상치 2.8%나 한국은행 예상치 2.7%는 물론, 글로벌 증권사 전망치보다도 낮은 것이다. 10월말 기준 글로벌 증권사의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씨티 2.5%, 노무라 2.5%, 바클레이즈 2.6% 등이다.

      글로벌 경기 하강 국면에서 수출도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게 핵심적인 이유다. 구조적 저성장 기조에 고용 부진 여파 등으로 내수도 부진을 면치 못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건설을 중심으로 투자 부진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경제 성장률은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1분기에 가장 낮은 성장을 기록하고, 하반기 회복하더라도 소폭 개선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대외변수가 겹치며, 경제가 얼마나 건강한 지 보여주는 핵심 척도인 주가지수 역시 다소 보수적이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가지수 전망을 제시한 5개 리서치센터의 내년 코스피지수 상단 예상치는 2350~2400이었다. 올해 초 기록한 2600은커녕, 6월 급락장 직전 기록한 2400~2500 박스권조차 회복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오히려 이들의 관심은 '바닥'이 어디인지에 더욱 집중되는 모습이다. 2000년 이후 국내 증시의 확정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Trailing PBR) 저점은 버블 붕괴에 카드 대란이 겹친 2003년의 0.69배였다.

      주요 리서치센터장들은 일단 그간 역사적 지지선 역할을 해온 PBR 1배 안팎에 맞춰 코스피지수 하단을 1800~1950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무역분쟁이 격화해 위안화 절하가 지속되고, 부채가 한계에 이른 중국이 금융위기 상황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2003년 저점 수준까지도 지수가 밀릴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온다. 현 시점에서 PBR 0.69배는 코스피 1530선 정도에 위치한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반도체 등 실적 변동성이 높아 의미있는 밸류에이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MSCI 신흥국 내 한국 비중 축소와 사우디 신규 편입, 연기금 국내 주식 비중 축소 등 내년 국내 증시에는 수급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경기 바닥론을 든든하게 지지했던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역시 내년에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내년 반도체를 중심으로 화학·제약 부문의 이익이 줄어들며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서치센터장들이 내다보는 내년 국내 기업이익 증가율은 대체로 5% 안팎에서 컨센서스가 형성돼있다.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한 한국투자증권은 3.2%, 가장 긍정적으로 추정한 미래에셋대우가 6.5%를 제시했다. 이는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2014년 이후 최저치다. 2015년 이후 올해까지 기업이익 연평균 증가율은 20%에 달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기업이익 증가율은 전체 이익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종의 이익이 줄어들며 낮아질 전망"이라며 "각종 불확실성으로 추가 하향조정이 발생한다면 5년 만에 연간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시장이 '가치 함정'(Value trap;주식이 지속적으로 저평가된 상황)에 빠졌다"며 "내년엔 에너지·산업재·경기소비재 등이 유망하지만 업종별 전망의 신뢰도에 대한 논쟁이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11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크지만, 내년엔 경기 침체 국면과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한국은행이 매파적(금리인상 추구) 자세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성장률 부진, 글로벌 경기정점 논란과 글로벌 주가 급락 등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금리인상 막바지 싸이클에서 기준금리는 향후 동결이 지속될 것이며 국고채 금리도 강세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무라증권의 최근 전망과도 비슷하다. 권영선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국은행이 11월 금리를 한 차례 올린 후 내년 중 동결을 유지하다 2020년 다시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래에셋대우는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 1회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소수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의 관심은 국내 경제와 시장을 옥죄고 있는 불확실성들이 언제 해소될 수 있느냐다.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달러 강세, 미중 무역갈등이 어느정도 해소될 거라는 의견이 일단 힘을 받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미국이 금리인상 가속기에서 벗어나고 미중 무역갈등도 압박 일변도에서 벗어나 협상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달러도 추세적인 강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리서치센터장들은 내년 경제·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대부분 해외·매크로 이벤트를 꼽았다. 결국 미중 관계와 미국 금리인상 속도, 이에 따른 환율 변화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의 상황을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들이 꼽은 내년 주요 이벤트는 ▲미중 무역협상 지속 여부 ▲연 8회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3월 영국의 EU 탈퇴 ▲10월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임기종료 등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중간 무역협상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내년 4월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열려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은 3회로 제시되고 있는데 유가 급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 둔화시 인상 속도를 늦출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