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계열분리 무게추 ‘구본준’에서 ‘구형모’로?
입력 2018.11.22 07:00|수정 2018.11.23 09:45
    새 총수 부임 1년…고강도 인적쇄신 등 예고
    구본준 부회장 '계열분리' 과제…이전 논의 '잠잠'
    즉각 분리 대신 구 부회장 아들 구형모 씨 이후 재논의 무게
    • 구광모 신임 회장이 LG그룹을 이끌게 된 첫해가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새로운 수장과 손발을 맞출 광폭의 인사가 예고된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개인적인 과제로 꼽혔던 상속세 납부도 대외적으로 이행안을 발표했다.

      마지막 숙제는 단연 구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다. 그간 재계에선 여러 선택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최근 구 부회장이 우호 주주로 남은 후 아들인 구형모 씨의 경영 수업이 끝난 이후 재논의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LG그룹은 지주사 ㈜LG 주재 아래 이달 중순까지 각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업 보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구광모 회장이 그룹 총수직에 오른 후 직접 총괄하는 첫 공식 석상이다. 그룹 내에선 보고회가 끝난 직후 각 계열사들의 임원인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故) 구본무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어온 공신들의 은퇴도 시작됐다. LG화학을 이끌어온 박진수 부회장이 물러나고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이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다. LG화학 창립 이후 사상 첫 외부영입 인사다. 사업 연속성과 안정성을 중요시한 문화 탓에 내부인사 발탁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진 LG그룹 내에선 여파가 큰 분위기다. 일각에선 6인 부회장 중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을 포함한 3명의 부회장 교체 인사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외적으론 지배구조 재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당국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확대와 맞물려 그간 굼뜬 모습을 보여온 M&A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진행중인 서브원의 MRO 사업부 매각에선우선협상대상자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선정해 세부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당국이 시스템통합(SI)사업의 규제 포함 여부를 확정할 경우, LG CNS의 일부 지분 매각도 논의될 전망이다.

      이처럼 그룹을 내외에선 본격적으로 구광모 회장의 색채를 드러내는 데 분주하지만,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는 여전히 깜깜이다. 그간 구 부회장이 분리해갈 회사를 두고 LG이노텍‧LG유플러스‧LG전자의 차량부품(VC)사업부 등 계열사들이 번갈아 거론됐지만 본격적인 절차가 진행 중인 건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가증권 상장 계열사들이 거론되다보니 투자자들이 LG그룹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내부 구성원의 동요도 이어져 왔다.

      일각에선 구광모 회장이 그룹 수장으로 부임하고, 권영수 부회장이 지주로 이동하는 인사를 단행하면서 계열 분리와 관련된 기존 논의가 백지화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았던 지난 2016년 이후 당시 지주사를 이끌던 하현회 부회장 주도로 분리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전자와 화학 계열의 사업부 중 한 곳을 분할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면서 ▲유사시 LG그룹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업부 2~3곳이 후보군에 올랐다.

      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구본준 부회장이 경영 일선을 맡았던 과도기에 하현회 부회장 주도로 주요 임원 인사 등 밑그림이 나왔었지만 권영수 부회장이 자리를 옮기고 새 인사팀장이 부임하면서 신임 회장 지시로 전부 백지화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초기 논의했던 계열 분리안과 지금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구본준 부회장이 ㈜LG 지분을 그대로 보유해 우호주주로 남고, 아들인 구형모 LG전자 과장이 경영수업을 마친 이후로 분리 논의를 미루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즉 그간 GS·LS 그룹 사례처럼 장자승계 후 즉각적인 분할에 나섰던 '공식'과 달리, 기업 경영과 가문의 결정을 분리하는 사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 계열분리에 대한 논의가 수면 아래로 잠잠해질 경우 무게추는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 대신 장남인 구형모 LG전자 과장의 행보로 이동할 전망이다. 구 과장은 현재 ㈜LG 지분 0.6%과 별도의 회사인 지흥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지흥과 구 부회장의 약 9000억규모 지분을 활용해 그룹과 연관된 신사업을 꾸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흥은 설립이후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물량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자동차 센서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하지만 개인 소유 회사다보니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움직임에 맞춰 신사업 진출과 사업 청산을 반복해왔다. 지난 2015년엔 광학필름 사업을 매각했고, 지난해 12월엔 센서사업도 신사업으로 진출한 지 1년여만에 정리했다. 현재는 일부 반도체 소재부문 사업을 꾸리고 있지만 기존 주력 사업들의 청산으로 매출 규모는 지난해 말 8억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다만 이 같은 계열분리 방향에 대해 당사자들이 수용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가족 차원의 구체적 합의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외부 자문 등 구체적인 절차도 진행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구형모 씨의 나이가 31세로 아직 어리다보니 LG그룹내에서 충분히 더 경영 수업을 받은 후 아버지의 ㈜LG 지분 등을 승계받아 새로운 사업을 꾸리거나 LG그룹 내 사업을 분할 받아 오는 방안을 다시 고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