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내년에 신용등급 'AAA'서 내려오나
입력 2018.11.23 07:00|수정 2018.11.26 09:36
    한기평 이어 한신평도 '부정적' 전망
    구조적 불황으로 신용도 개선 쉽지 않아
    금융업계 "영업이익률 2%대 고착화 우려"
    • 현대자동차가 내년에 ‘AAA’라는 국내 최고 신용등급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잇따라 부정적 등급전망을 내놨다. 시장에선 현대차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사실상 내년에 등급 하향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10월31일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자동차(AAA)와 기아자동차(AA+)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①현대기아차의 사업경쟁력 약화로 근원적인 수익창출력이 저하됐고 ②주요 시장에서 판매 회복이 지연되면서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

      같은 날 한국신용평가는 등급 조정을 하지 않았지만 신용등급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세부 실적 자료와 최근의 영업여건 등을 통해 실적 저하 원인을 확인하고 양사의 수익창출력, 현금흐름 및 재무부담 변화 전망 등의 신용등급 점검절차를 진행했다. 그렇게 열흘남짓 지난 11월12일, 한신평은 수시평가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신평은 ①판매 부진과 고정비 부담 증가에 따른 구조적 측면의 수익창출력 약화 ②주요 완성차 시장 수요 둔화 및 신흥국 통화 약세 등의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③지속되는 품질 이슈, 미국의 관세부과 가능성,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현대·기아차가 현재 등급에 부합하는 수익창출력을 회복해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현대차의 신용등급이 등급전망 조정에 그치지 않고 떨어질 가능성은 더 커졌다.

    • 현대차는 한신평의 주요 모니터링 요소에서 하향 가능성을 충족시키고 있다. 한신평은 현대차의 차량부문 매출액 대비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지표가 10% 미만, 차량 부문의 조정EBITDA 대비 총차입금 지표가 1배 초과를 지속할 경우 하향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기아차는 각각의 지표가 8% 미만과 2배 초과가 지속될 경우에 해당된다. 두 회사 모두 작년부터 하향가능성 지표에 속해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한신평은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량 부진, 재고 소진 과정의 인센티브 증가, 신흥국 환율 약세, 지속되는 품질이슈 등을 감안해 기존 추정 대비 판매량 및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률을 하향조정하고, 고정비 부담 수준은 상향조정해 평가했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조정EBITDA 지표는 모두 등급하향 가능성 확대요건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신평은 “2018년 대규모 품질비용 인식의 기저효과, 2018년 이후 지속되는 신차출시 스케줄에 따른 판매량, 공장가동률 개선, 인센티브 감소 효과 등을 감안하면 2019년 이후 일정수준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주요시장 수요 둔화, 경쟁심화 및 신흥국 통화 약세, 품질비용 발생규모 증가 등의 부정적 요인으로 2017년 이전 수준의 수익창출력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드 등 일시적 이유로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구조적 원인에 빠진 것 같고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더 이상 현대차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졌다”며 “지금의 실적이 1~2분기 더 유지된다면 현 등급은 충분히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충분한 현금을 쌓아놔야 하는데 현재 현대차의 현금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실적이 더 나빠진다면 1년 이후 현금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며 “영업이익률이 4%대는 나와야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한데 2%대에선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기업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NICE신용평가는 좀 더 신중하게 보기로 했다. 일회성 손실 여부 등 4분기, 한 분기만 더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대차가 구조적으로 반전시킬 만한 이벤트가 없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한다.

      현대차의 신용도 하락은 비단 국내 문제만은 아니다. 국제 신용등급의 추가 하향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대차, 기아차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조정 했다. 무디스는 Baa1 등급을 떨어뜨리진 않았지만 ‘부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했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웬만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신용도가 하향 추세에 있다”며 “S&P가 현대차를 A급에서 B급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에 B급 최상단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무디스도 그 아래로 조정할 수 있는 심리적 버퍼가 생겼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부품사의 연쇄 신용등급 하락,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의 등급 하락으로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