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가까이로 옮기자" 로펌, 광화문 춘추전국시대 예고
입력 2018.11.23 07:00|수정 2018.11.26 09:35
    세종·태평양, 광화문 이전 움직임
    "정·관계 중심지, 정보 취득 유리"
    4대 로펌, 지근거리서 각축 가능
    • 대형 법무법인들이 광화문 지역으로 옮기기로 했거나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거론되지만 정보 취득에 민감한 법무법인 특성을 감안하면 정·관계 정보가 모이는 광화문 지역의 이점을 고려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세종은 내년 설연휴 중 광화문 디타워로 사무실을 이전한다. 현재의 스테이트타워남산을 계속 임차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무산됐다. 세종은 대림산업이 책임임차하던 공간을 대신 채우기로 하면서 임대료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은 현재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데 광화문 인근 이전을 검토해 왔다. 당초 종각역 인근의 신축 오피스빌딩인 센트로폴리스 입주를 고려했으나 구성원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금호아시아나빌딩 입주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올해 빌딩을 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내년 초 센트로폴리스로 옮긴다.

      광화문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터줏대감이다. 세양, 적선현대, 노스게이트 등 여러 건물을 나눠 쓰고 있고 대우건설 사옥 활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광장은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 터잡고 있는데 광화문에서 멀지 않다. 세종과 태평양까지 가세하면 광화문 인근에만 4대 대형 법무법인이 북적이게 된다.

      세종과 태평양이 사무실을 이전할 요인은 다양하다. 임대기간이 만료되고, 연장 협상이 쉽지 않았다. 조직이 커가면서 공간이 더 필요해졌지만 인근에서 대규모 임차 공간을 찾긴 어렵다.

      서울의 핵심 업무지구 중 여의도(YBD)는 전통적으로 대형 법률자문 수요가 적다. 결국 광화문 인근 도심(CBD)과 강남(GBC) 지역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강남의 지리적 이점이 많이 사라졌다. 삼성그룹이 핵심 기능을 경기도 수원으로 옮겼고, 강남에서 떠오르던 기업들도 판교 등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세종과 태평양은 올해 나란히 판교에 분사무소를 열었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사무실이 법원과 가까운 강남에 있으면 송무를 수행하는 데는 유리하다”면서도 “삼성이나 IT 기업 등이 발을 빼면서 고객군이 약화한 터라 굳이 강남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도심 지역의 매력은 여전하다. SK, 롯데, 한화, CJ 등 최근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일감도 많은 그룹 고객들이 몰려 있다.

      무엇보다 정·관계 핵심 기능과 정보가 모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부는 기능 대부분을 세종시로 옮겼지만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 중요 부처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있다. 세종시에 있는 부처들 역시 핵심 인사는 서울에 상주하고, 중요 회의도 서울에서 이뤄지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언했다. 연말까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도 꾸려질 전망이다.

      송무는 물론 공정거래 자문, M&A와 기업결합 신고 등 법무법인이 하는 거의 대부분 업무가 정부와 정치권 기류, 정부 내부 정보와 밀접하게 연계 된다. 법무법인은 이 때문에 전관을 적극적으로 모셔오기도 한다. 정보가 곧 일감이고 수익인 셈이다. 이번 정부가 유독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고객들이 대형 법무법인을 쓰는 것은 정보를 얻기 위한 면도 있다”며 “좋은 정보일수록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관계의 중심인 광화문에 자리 잡는 편이 정보 취득 가능성을 키우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