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2조 투자유치에 셈법 복잡해지는 신세계
입력 2018.11.23 07:00|수정 2018.11.26 09:39
    쿠팡, 신선식품 M/S 높이기 위한 투자…신세계엔 부담
    백화점식품관 품질 고려하면 고객 로열티는 신세계 우위
    • 쿠팡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통해 20억달러(2조2600억여원)를 추가 유치 받으면서 내년에 온라인 신설법인 쓱닷컴(SSG.COM) 출범을 앞둔 신세계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선식품+배송’이라는 이커머스 킬러 아이템이 겹치면서 신세계 입장에선 투자 부담이 더해질 전망이다.

      쿠팡은 로켓배송 등 유통 혁신을 일으키면서 국내 유통업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동종 기업뿐만 아니라 신세계와 같은 유통 공룡들까지 '쿠팡 잡기'에 나서게 만들었다.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의 투자 지출 증가는 경쟁사의 투자 지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마트가 과거 쿠팡과의 최저가 전쟁을 선언하며 온라인 이마트몰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2020년까지 수도권에 6개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을 유통업계에 자리잡게 한 장본인인 쿠팡이 이번 투자금을 어디에 쓸지가 최대 관심사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최근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출시한 만큼 온라인 신선식품 경쟁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투자금은 신선식품을 포함한 다양한 물류망 확충에 사용될 것”이라며 "다만 어느 부문에 얼마만큼 투자를 할지 세부적으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가 ‘신선식품 배송’의 성장 잠재력과 모바일 경쟁력을 높이 평가해 투자가 성사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세계 입장에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현재 신선식품 물류센터 확보에서는 쿠팡이 앞서는 상황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쿠팡은 인천 신흥동 일대에 신선 물류시설을 장기 임대해 자체 신선식품 물류센터만 안성과 인천 2곳에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의 누적 영업적자는 2조원가량으로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약 6400억원이다. 그동안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확보하면서 판매관리비를 비롯해 금융비용 지출이 늘어나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물류센터 때문에 순이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만큼 물류센터 확보에 공을 들이며 준비를 해온 셈이다.

      반면 신세계는 이커머스 법인 출범 이전에 신선식품 물류센터 확충이 과제다. 향후 쿠팡이 신선식품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투자를 집중할 경우 선점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선식품은 가격보다 품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세계가 ‘백화점식품관 운영 노하우’를 잘 살린다면 장기적인 고객 로열티 측면에선 우위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식품은 신선도와 유통기한 때문에 아직까지 오프라인 구매가 더 많은 상황이라 결국에는 배송 속도와 ‘퀄리티’로 승부가 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누적 적자만 2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라 생각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식품은 배송 속도와 함께 결국은 ‘품질 경쟁’인 점을 감안하면 신세계 입장에서 추가 투자는 고려할 수 있더라도 쿠팡 등과의 대결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