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개선 지연…설자리 좁아진 산업은행 관리회사 사장들
입력 2018.11.26 07:00|수정 2018.11.27 09:28
    주요 관리회사들 실적 부진에 체질 개선도 더뎌
    벌써 책임론 거론되거나 회사-産銀 시각차 보여
    이동걸 회장 잇따라 작심 발언…사장 인사에 촉각
    • 산업은행이 거느리고 있는 회사들의 체질 개선이 늦어지면서 그 수장들의 입지도 불안해지고 있다. 실적을 내지 못한 곳은 벌써부터 책임론이 불거지고, 사정이 그나마 괜찮은 곳도 그 성과에 대해 회사와 산업은행이 시각차를 보이기도 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작심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관리회사 사장들의 인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5일 정성립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영 현황을 설명했다. 단일 조선사로는 가장 많은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3년 연속 흑자를 내 정상회사로 평가 받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2015~2016년 조단위 손실을 낸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그러나 조선 업계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아직 보수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수치로는 개선됐지만 정부 지원에 기반한 것이고, 회사가 자생력을 갖췄느냐 하는 문제도 별개라는 지적이다.

      정성립 사장은 향후 빅2 조선사 체제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선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후폭풍을 줄이기 위해선 다운사이징이 필수인데 강성 노조 때문에 머뭇거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회사가 좀 나아지긴 했지만 그간 받은 지원을 감안하면 썩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며 “구조조정을 약속했었지만 강성 노조가 들어오다 보니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립 사장은 국민과 정부의 지원으로 회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도 현재는 실질 지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경쟁사들과 달리 설비를 100% 가동하면서 이익을 내는 상황이라며 저가 수주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유창근 사장 책임론이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

      유 사장은 2014년 현대상선 사장에서 물러났다가 2016년 9월 다시 구원투수로 돌아왔다. 20년 이상 현대상선에 몸담았고, 인천항만공사 사장도 역임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다만 2년여가 지나도록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다. 유 사장은 지난해 말, 올해 3분기 흑자전환 달성을 공언했지만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14분기 연속 적자다. 흑자전환 시기도 2020년으로 물리는 분위기다. 고용선 계약, 영업망 부족 등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그보다도 늦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상선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강하게 질책했다. 혁신하려는 의지가 적고 의존하려는 생각만 가진다며 임직원의 퇴출을 포함한 고강도 경영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현 경영진에 대해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회사의 상황을 감안하면 경영진이 안심할 처지는 아니란 지적이다.

    • 산업은행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거느리는 대우건설과 KDB생명의 수장도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회장이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인수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거론한 회사들이다. 당연히 매각을 예정하고 있고, 사장들은 팔릴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을 거친 전문가다. 공룡 기업을 이끌 능력이 있다는 점은 입증해야 한다. 올 6월 취임해 호반건설로의 M&A 무산과는 무관하나 앞으로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정기인사도 신중해야 한다.

      대우건설은 8월 해외사업장을 전수조사 한 후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업장이 곧 하나의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모로코 사피 복합 화력 발전소’ 부실과 같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이미 형성된 몸값(1조6200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KDB생명은 산업은행 관리 아래 들어온 후 보험 전문가가 아닌 산업은행 인사가 수장에 앉으며 위상이 초라해졌다. 올해는 전문성을 갖춘 수장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보험개발원, 한국금융연구원을 거친 정재욱 사장을 앉혔다. 그러나 학자 출신으로 보험 전문가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다.

      KDB생명은 정재욱 사장 취임 후 저축성보다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며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기업가치가 당장 크게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IFRS17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에 손을 벌려야 할 가능성이 크다. 매각 시기를 2020년 이후로 늦춘다고 혈세 회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은 비용 아끼려다 더 큰 손해를 보느니 관리회사 사장들에 수십억원씩 성과급을 줘서라도 체질 개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체질 개선도 늦어지면 사장들이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