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팡' 모델은 실패했다…게임社 IPO, '검은사막' 모델로
입력 2018.11.26 07:00|수정 2018.11.27 09:27
    공모 자금으로 퍼블리싱·신규사업 벌였지만 성과없어
    콘텐츠에 주력하고 해외에서 매출 올리는 모델 유효
    베스파 1년2개월만의 게임사 상장…펄어비스와 전략 유사
    • 게임업계 기업공개(IPO) 트렌드에 '뉴 노멀'(new normal)이 시작됐다. 지난해 우려 속에서 상장 공모를 진행한 펄어비스가 '한 우물을 제대로 파는' 콘텐츠 투자와 해외 진출을 내세워 성공한 것이다.

      펄어비스 이후 1년2개월만에 상장에 도전하는 게임사인 베스파 역시 펄어비스와 비슷한 전략을 내놨다. 이는 5년 전 우후죽순 상장했던 게임회사들의 '실패 사례'와 맥이 닿아있다는 분이다.

      2013~2014년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와 합병한 선데이토즈를 비롯해 데브시스터즈, 파티게임즈 등 유수의 기업들이 내세운 상장 전략은 명확했다.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해 인력과 조직을 확충하고 ▲퍼블리싱 및 신규 사업에 투자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며 ▲성공한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차기작을 출시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안정적인 선택으로 평가받았고, 이들은 공모에서 투자자들에게 각광받았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모델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 하나의 게임으로 성공한 이들 기업은 해당 게임의 인기가 시들며 실적이 고꾸라졌다. 1년에 600~700개씩 신작이 출시되는 경쟁시장에서 유저들은 신작으로 옮겨가지 않았다. 퍼블리싱 사업은 대형사들에게 경쟁력과 자금력에서 밀렸다. 이후 게임회사들은 쉽사리 상장 시장의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

      지난해 우려 속에 상장한 펄어비스가 새 트렌드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이라는 단 하나의 게임을 PC에 이어 모바일로 출시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은 전부 콘텐츠 투자와 IP 확보, 인수합병(M&A), 그리고 해외진출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13~2014년의 1기 게임회사 상장과 펄어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해외 진출에 대한 시각으로 분석된다.

      모바일 게임시장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캐쥬얼에서 미드코어-하드코어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틈틈히 즐기는 단순한 퍼즐이나 육성게임은 유저(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모바일 기기의 고성능화와 함께 좋은 그래픽과 광대한 콘텐츠를 보유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상장 담당 실무자는 "게임이 화려한 그래픽과 풍부한 즐길거리를 갖췄느냐는 결국 콘텐츠에 자금을 얼마나 투자했느냐가 결정한다"며 "모바일로도 하루에 게임을 2시간 이상 즐기는 미드코어-하드코어 유저층이 매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며 판도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하나의 게임만 운영함으로서 생기는 부담은 해외 진출로 해결했다. 올해 3분기 말 누적 기준 검은사막 온라인(PC) 매출 911억원 중 36%가 북미·유럽에서, 49%가 일본·동남아 등 아시아에서 나왔다. 국내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검은사막 모바일 매출 2140억원 중에서도 북미·유럽 비중이 40%에 달한다.

      최근 상장 공모에 나선 게임업체 베스파도 이런 공식을 따라가고 있다. 베스파가 서비스하는 유일한 게임인 '킹스레이드'는 현재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높다고 볼 수 없는 순위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총 매출액은 105억원에 그쳤다.

      베스파의 핵심 매출은 북미와 유럽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비중 해외 매출 비중이 83%에 달한다. 공모로 조달하는 자금 중에서도 170억여원을 해외 브랜딩 마케팅 예산으로 잡았다. 기존의 중소형 게임사 상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략이다. 콘텐츠 개발에는 향후 5년간 580억원, 게임스튜디오 인수에 15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퍼블리싱 사업을 통해 개발 부담 없이 매출의 30%안팎의 수수료를 챙기겠다는 발상은 그럴듯 했지만, 히트 게임을 개발하는 능력과 히트할 게임을 선별해 서비스 하는 능력은 다르다는 게 그간의 투자로 판명났다"며 "콘텐츠에 집중 투자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와 북미·유럽으로 진출하는 게 지금은 가장 안정적인 성공 공식"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베스파의 '원 게임' 의존을 취약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2019년 공개한다는 신작의 개발이 늦어지거나, 예상보다 유저들의 반응이 저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연 환산 260억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베스파가 최대 5000억원의 시가총액을 시장에 요구하는 건 무리가 아니겠느냐 평가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펄어비스가 국내 최대 게임컨벤션인 지스타(G-STAR)에 올해 불참하며 검은사막을 이을 신작공개 일정에 문제가 생긴게 아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며 "베스파까지 상장 공모 흥행에 성공하면 개발에 비용을 아끼지 않고 해외 진출에 주력하는 게임회사들의 상장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