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진술보장 보험 성장세…PEF 및 외국계 SI들 활용 늘어
입력 2018.11.29 07:00|수정 2018.11.30 09:42
    당사자 대신 보험사가 배상의무 부담
    갈등 요소 줄이고 클린 엑시트 가능
    일반 진술보장보다 보호 범위는 축소
    • M&A에서의 리스크 회피를 위한 진술보장에 대한 보험(Warranty and Indemnity Insurance)이 주목받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한 위험을 피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한편,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거래 종결의 확실성을 높이면서 잡음 없는 투자회수를 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모펀드(PEF)가 끼인 거래에서 활용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M&A는 면밀한 실사를 거쳐 이뤄지지만 모든 위험 요소를 파악하긴 어렵다. 잠재 위험을 진술보장 항목에 기술하고,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배상 절차를 진행한다. 가격을 실질에 가깝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선 합리적이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

      진술보장엔 환경, 고용, 세금 등 다양한 분야가 담긴다. 기간도 분야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7년 이상까지 천차만별이다. 매도자가 대금 일부를 에스크로계좌(용도제한계좌)에 예치하거나 매수자가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가지고 있어야 한다. 법적 다툼이 벌어지면 불확실성은 더 장기화한다.

      진술보장보험에서는 이런 위험을 제3자인 보험사가 진다. 매도자 혹은 매수인이 보험료를 지불하되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대신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배상한도는 매매대금의 일정 비율, 혹은 일정한 금액으로 정한다. 보험료율은 보통 배상한도의 2% 내외에서 결정된다. 2000억원 규모 M&A의 배상한도를 20%(400억원)로 정했다면 보험료는 매년 8억원을 내는 식이다.

      PEF가 거래 당사자로 참여하는 대형 거래에서 진술보장보험이 가장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PEF의 투자는 특성상 회수와 청산을 전제하기 때문에 진술보장에 몇 년간 묶이는 것이 달갑지 않다. 따라서 PEF가 매각자로 나서는 거래, 특히 인수 경쟁이 높은 경우엔 진술보장보험 가입을 처음부터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PEF가 인수자일 때도 진술보장에 길게 얽매이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보니 보험을 찾는다.

      VIG파트너스의 피앤씨산업 인수,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버거킹 인수,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테이팩스 인수 등 거래에서 진술보증보험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투자자(SI)들이 진술보장 보험을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한화에너지(현 인천정유)를 인수한 후 진술보장 위반을 이유로 소를 제기했지만 아직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케이스를 회피하고자 진술보장보험이 보편화 한 외국계 SI, M&A에 밝은 국내 SI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 호주는 M&A 세 건 중 한 건 마다 진술보증보험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산공작기계 매각 때는 처음부터 인수 후보들에 진술보장보험 가입을 요구했다. LG실트론(현 SK실트론) 역시 매각 초기부터 보험 가입 및 보험료 납부를 인수자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럽계 회사도 올해 국내 기업을 인수하며 진술보장보험을 활용했다.

      이런 진술보장보험은 약 5년여 전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수십 건의 사례가 쌓였는데 대부분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쓰였다.

      대형 법무법인 M&A 변호사는 “진술보장보험 도입 초기엔 매년 가입 사례가 1~2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0건이 넘을 가능성도 있다”며 “장점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활용 사례가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진술보장보험은 당사자가 실사를 통해 확인한 후 벌어질 일에 대해서만 배상한다는 한계도 거론된다.

      당사자의 역량 부족, 실사 오류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는 보험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배상한도를 올릴수록 지급해야 할 보험료도 올라간다는 것. 외국계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에 앞서 실력 있는 법무법인들의 검토 자료를 요구한다. 즉 대형 법무법인이 참여하지 않거나, 대형 법무법인을 쓰기 어려운 중소형 거래에선 진술보장보험을 활용하기 어렵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M&A 변호사는 “진술보장보험이 PEF의 클린 엑시트를 도와주고 거래 당사자간 갈등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보험사가 깐깐하고 보장 한도도 있기 때문에 매수자들이 보험을 활용하지 않을 때만큼 보장을 받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