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구조조정 '트리거' 된 카드사 수수료 개편
입력 2018.11.30 07:00|수정 2018.12.03 09:25
    • 2016년에도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 적이 있다. 당시 약 6700억원의 수수료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큰 잡음은 없었다. 카드 이용액은 계속 늘고 있었고 금리는 하락하고 있었다. 카드 대출 수익도 늘어나서 그 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오히려 늘었다.

      2년이 지난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는데 카드사 수수료 감소액은 8000억원 이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보다 개편안이 강화하기도 했고, 그 정도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돈다. 무엇보다 업황 전망이 어둡다. 카드 이용액 성장은 둔화했고 금리는 상승 추세다. IFRS9 적용에 따른 대손부담은 늘고 경기 침체에 따른 연체율은 상승 추세다.

      수수료 개편으로 카드업계의 단기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해 보인다. 신용평가 업계에선 카드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가중됐다는 의견도 내놨다. 마케팅 비용 축소가 불가피한 만큼 무이자 할부 등 상품·부가서비스 축소 방안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역 자영업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카드사 노조는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 구조조정이 시작됐으며, 추가로 수수료가 개편되면 (카드사 직원은) 대량 실업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수수료 인하가 카드업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트리거(방아쇠)가 될 소지는 충분하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지금의 카드업계 시스템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규모나 속도에서 통신사, IT기업이나 소셜커머스 업체들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보유한 고객 정보는 소수의 특정 소비·대출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 데 그치기 때문에 빅데이터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는 줄고, 데이터 확보에서도 전문 기업들과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전업계 카드사를 갖고 있는 그룹들은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는 카드업을 계속 영위할 지 고민이다. 롯데그룹이 롯데카드를 매각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지금 시점에서는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최적의 인수자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값에 가져갈 인수자만 있으면 언제든지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게 투자업계의 전망이다. 문제는 역시 제값이고 이를 위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우선 노조가 걱정하는 것처럼 카드업계 전반에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 인력 채용도 점차 IT 중심으로 흘러가 IT 인재 영입을 늘리고 마케팅 등 과거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는 파트의 인력은 줄일 것으로 보인다.

      M&A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도 계열 카드사를 사업부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등 금융계, 비금융계 할 것 없이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전업계 카드사의 경우 조금이라도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서 비용 축소를 통한 효율화 작업에 매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친노동 정책을 펼친다고 하지만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는 그 반대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보인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선후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눈 앞에 꼬여있는 문제만 풀려고 하는데 그 결과가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카드업 역시 점차 필요한 인력 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친노동 정부는 대기업과 금융지주사들에 인력 구조조정의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