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사태 이후…금감원 압박하는 금융위?
입력 2018.12.03 07:00|수정 2018.12.04 10:19
    금융위, 금감원 예산권으로 압박 모양새
    금감원 내부에선 차라리 공공기관 지정이 낫겠다 평가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 당국간의 마찰이 커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다. 체면을 구겼다고 판단하는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압박을 가하고, 이를 두고 금감원 내부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논란은 금융감독체계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진행되는 내내 금융위와 금감원의 온도 차가 적지 않았다. 금감원은 시종 일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행했다고 주장한 반면, 금융위 내부에선 사태를 키우지 말자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스모킹 건에 해당하는 '내부문건'을 계기로 분식회계로 결론이 났지만 이번 사태의 주도권은 결국 금감원이 쥔 것으로 보이게 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는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데에 따른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라며 “내부문건 유출과 정치권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금융위가 뒤로 물러서는 꼴이 되면서 이후 금융위가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섰다라는 말이 시장에서 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도 있다.

      최근 금융위는 금감원 예산의 80%를 차지하는 감독분담금 제도 개편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 재원으로 분담금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수행업무를 고려해 ▲금감원 분담금 규모의 배분 ▲증가속도가 적절한지 ▲금융감독 및 검사 수요와 금융회사 부담능력의 변화 등을 고려해 최대한 행정비용 발생요인에 맞게 분담금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독원 내부에서는 이유가 무엇이든 이번 용역 자체를 놓고 금융위가 예산권이란 막강한 카드를 꺼내 들어 '목줄 조이기'에 나섰다는 우려가 많다.

      이런 와중에 금융위의 존폐 여부를 놓고 논란거리도 생겼다.

      최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원(KDI)이 주최하는 세미나에선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의 발표가 취소되기도 했다. 전 교수는 금융 감독의 독립성 강화를 주장하는 발표를 하려고 했다. 그는 지금처럼 금융위가 금융 산업정책과 감독 정책을 모두 담당하여 금감원을 지시 감독하는 체계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KDI가 발표 내용의 수정을 요구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전 교수가 발표를 취소해버렸다.

      실무에서도 금융위의 금감원 간섭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새로운 보험감독회계기준인 IFRS17 준비를 놓고도 금융위는 금감원에 제동을 걸고 있다. 금감원 주도로 진행된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시기를 놓고 양측의 의견이 갈린다. 금감원은 이미 준비가 끝난 상황인 만큼 예정대로 2020년 시행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금융위에선 IFRS17 도입이 연기된 만큼 K-ICS 시행시기도 미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다 ‘보험자본 건전성 강화 선진화 추진단’이란 별도 조직을 만들어 K-ICS 준비에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금감원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것이 불만의 주된 골자다. 나아가 현재의 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이란 서로 상반된 업무를 모두 다 관장하다 보니 감독 업무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산업육성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 부문과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감독 업무를 동시에 수행한 다는 것은 기형적인 구조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여당 내에서도 현재의 감독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금융위에서 감독과 정책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금융감독체제 개편 작업이 이뤄지기 위해선 정부조직 체제까지 손을 봐야 하는 이슈라서 정부도 여당도 현재 손을 놓고 있다.

      이러다보니 금감원 내부에선 금융위의 간섭이 거세질 경우 차라리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금융위의 예산권 집행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경영공시에 대한 의무가 대폭 강화하고 기획재정부로부터 매년 인사, 조직, 재무 등에 대한 강한 통제를 받게 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선 감독의 독립성 확보차원에서도 공공기관 지정이 낫겠다는 말도 나온다는 의미는 그만큼 감독원 내부에서 금융위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