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코스닥 신탁상품...마이너스 수익률에 환매도 안돼
입력 2018.12.04 07:00|수정 2018.12.05 09:45
    우리銀, 코스닥 신탁상품 수익률 연초 대비 마이너스 20%
    저조한 수익률에 목표 수익률 도달 안돼
    지난해엔 코스닥 광풍에 기름 붓더니
    올해엔 마이너스 수익률로 개인고객만 피해
    • #. 올해 초 서울의 한 시중은행 PB센터를 방문한 A씨는 최근 잘나간다는 신탁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유 받았다. 코스닥 지수 상승에 편승해 단기간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설명. 수익률을 매일 확인하기 힘든 고객을 위해 3% 수익률이 달성되면 자동으로 환매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입했다.

      #. 최근 은행으로부터 해당 상품이 마이너스 20%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문자를 받고 PB센터를 방문한 A씨. PB센터 직원의 말을 듣고 기가 찼다. 직원은 본인도 그 상품에 가입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믿고 추천했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에 환매가 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중은행 PB센터에선 코스닥 관련 신탁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코스닥 기업 중 배당을 많이 주는 우량하고 재무건전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한다며 너도 나도 코스닥 제약, 바이오 지수를 편입해 신탁상품을 내놨다.

      대표적인 상품이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 ETF’다. 이 상품은 코스닥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는 대표 기술주 150 종목에 투자하는 TIGER 코스닥 150 지수를 편입했다.

      국민은행도 이와 유사한 상품을 판매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착한신탁 6호’를, 올해 초에는 ‘The 착한 신탁’ 상품을 팔았다. ‘착한신탁 6호’는 코스닥 기업 중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에, 5호까지 나온 ‘The 착한 신탁’은 주로 중소형 고배당 주와 중국내수 기업에 투자한다.

      이들 상품의 수익률이 올해 초를 정점으로 끝모를 추락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 ETF’가 담은 TIGER 코스닥 150펀드의 수익률이 연초 대비 마이너스 15%다. 900선을 오가던 코스닥 지수가 700선으로 주저 앉으면서 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진 탓이다.

    • 일부 고객의 경우 최근 수익률이 마이너스 20%가 됐다는 문자를 받기도 했다.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 환매가 돼지만 현재로선 언제 환매가 될 지 불투명하다. 이를 감수하고라도 투자한 금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지만 손실이 커 대부분 고객은 이마저도 망설이고 있다.

      한 우리은행 PB센터 직원은 “지점의 높은 직급 직원들도 많이 가입했는데 마이너스 수익률에 울상이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믿고 적극 추천했는데 면목이 없다”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착한신탁 6호’는 연말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며 상당 부분 환매가 이뤄졌다. 하지만 연초에 나온 ‘The 착한신탁’ 상품은 마이너스 수익률에 환매가 되고 있지 못하다. 이 상품이 추종하는 Fn가이드 중소형 고배당 지수는 연초 대비 18%, 중국 내수 테마지수는 연초대비 11% 떨어졌다.

      지난해 코스닥 광풍 때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은행들이 ‘신탁보수’를 챙기기 위해 코스닥 광풍에 편승할 때부터 은행까지 나서서 고객들 쌈짓돈을 노린다는 말이 나왔다. 특히 은행 PB센터의 주 고객층은 투자경험이 많지 않고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연령층이 많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 입장에선 수수료만 은행에 더 주고 투자하는 셈이다”라며 “작년 말 은행까지 나서서 코스닥광풍에 기름을 부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은행만 배 불린 꼴이 됐다. 은행입장에서야 수수료 수익만 챙기면 그만이고, 손실은 전부 고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은행까지 나서는 바람에 개인들의 손실만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지난해 말에는 은행들까지 가세하며 코스닥 시장의 이상과열을 가져오더니, 올해엔 마이너스 수익률로 PB센터를 믿고 찾았던 고객들에 손실을 안겼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