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5조 항공기 구매, 방향은 맞고 방법은 지켜봐야
입력 2018.12.04 07:00|수정 2018.12.04 11:48
    새 회계기준 도입 앞두고 리스에서 보유로
    임차료 등 비용절감 효과 기대
    연간 4천억 수준 비용 들어
    "자금 조달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
    • 제주항공의 통 큰 투자가 연일 화제다. 회사는 5조원을 들여 항공기 4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운용리스를 줄이고 구매 비중을 높이는 글로벌 항공사들의 사업방향을 뒤따르는 결정이란 평가다. 투자금이 자기자본의 15배에 달하는만큼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지가 금융업계의 관심이다.

      제주항공은 보잉사가 제작한 최신 기종인 B737 MAX 40대를 확정 구매하기로 했다. 10대는 옵션 구매 형식으로 2022년부터 5년간 인도받는 계약을 맺었다. 국내 항공사가 단일기종 40대 이상을 계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가 완료되는 2026년말 제주항공은 운용리스 항공기 17대, 소유 43대로 총 60대의 비행기를 운용하게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제주항공의 항공기 도입이 회계기준 변경과 맞물려 있다고 평가한다. 현재 제주항공의 항공기 38대 중 35대는 운용리스 중이다. 내년에 IFRS16이 도입되면 운용리스가 부채로 인식돼 운용리스 비율이 높은 항공사들은 부채비율이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최근 시장에서 항공사들의 주된 고민이 항공기 보유 및 리스 비율이다.

      부채비율 우려 외에도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항공기를 구매하게 되면 차입금 관련 이자비용이 발생하지만 운용리스 도입 시의 임차료보다 적다는 설명이다. 제주항공은 작년 비행기 임차료로 1247억원을 지급했는데 총 비용의 14%를 차지한다.

      항공기를 리스하면 부대 비용도 많이 든다. 리스사가 지정해주는 곳에서만 정비해야 하는 등 항공사에 비용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평가다. 연료 효율을 개선한 최신 기종을 도입함에 따라 추가적인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또 구매한 항공기는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증권사 운송 담당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비용절감에 따른 수익성 경쟁력 확보로 경쟁 LCC와의 격차 확대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 시장에선 제주항공의 이번 계약 실제 투자금액이 공시된 것보다 낮은 약 2조8000억~3조8000억원으로 추정한다. 대규모 계약을 맺으면 항공사가 많은 할인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항공기를 구매할 때 기본 가격(List 가격)과 실제 가격 간의 차이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제주항공은 2020년부터 7년간 분할 납부시 연간 약 3850억~5130억원가량을 지출해야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10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제주항공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하더라도 지주사 AK홀딩스의 현금성 자산도 3000억원에 못미친다. 정책금융과 항공기금융, 회사채 발행 등 금융권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금융은 금융공학적으로 상당히 발달해 있고 신규 항공기 담보 혹은 국책은행 보증 등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 받을 수 있다”면서도 “회사 규모를 봤을 때 굉장히 공격적인 투자”라고 평가했다. 다른 항공사들은 무리한 자금조달을 우려해 항공기 구매를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항공기 일부는 소유하되 나머지는 금융리스를 도입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제주항공은 리스와 보유 차이는 등록을 할 때 제주항공 명의냐 금융회사 명의냐 차이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자금조달 계획은 내부적으로 완료가 됐고 외부자금은 당연히 들어간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시기에 대해서도 미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