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GM…자연 감소냐, 추가 구조조정이냐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18.12.05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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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력·고연봉 직원 수년 내 대거 퇴직
자연스레 인건비 줄지만 최근 상황 급변
한국 사업 차질에 글로벌 구조조정 예고까지
지원 중단 시 철수 빌미…“국익 우선 고려해야”

한국GM

GM 본사는 올해 한국GM 정상화 방안에 합의하며 향후 10년간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앞으로 몇년내 고연봉을 받던 고참직원들이 정년퇴직 등으로 빠지면 큰 무리 없이 인건비 부담이 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국내 사업 계획이 차질을 빚는 와중에 GM 본사에서 해외 사업장 정리 의사를 밝혔다. 한국GM의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GM본사는 지난 5월 한국GM에 대해 28억달러 규모 부채를 줄자전환하고, 36억달러에 달하는 신규자금을 투입하기로 산업은행과 합의했다. 향후 10년간 한국에 생산시설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한국GM의 인력구조를 감안한 결정이란 평가가 유력했다.

한국GM의 직원은 1만3000여명에 달한다. 평균 임금은 1억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고경력·고연봉 직원은 많은데 시장 지위는 낮아지다 보니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고경력 직원 비중이 높다는 점은 장기적으론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당분간의 손실을 감수하면 노조와 심한 갈등을 빚지 않고서도 인력과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조금만 더 회복되면 수년 내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고경력 직원 비중이 상당히 높아 4~5년 후면 3000명 이상이 퇴직할 것으로 보인다”며 “GM 본사는 한국 사업 유지를 결정하면서 몇 년만 버티면 싸우지 않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최근 상황은 한국GM은 물론, 산업은행도 여유를 부리기 어려워졌다.

GM 본사는 26일(미국 현지 시간)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북미 공장 5곳을 연내 폐쇄하고, 내년 해외 지역 공장 2곳을 추가로 닫기로 했다. 메리 바라(Marry Barra) GM 회장은 2020년까지 60억달러를 아껴 전기차 등 미래차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한 폐쇄 대상인 해외 공장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한국GM의 공장(부평·창원)이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메리 바라 회장은 2014년 이후 ‘돈 안 되는 곳은 닫는다’는 기조 아래 세계 사업장을 구조조정했다. 한국GM은 간신히 파국을 면했지만 영업 실적은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공장 가동률도 낮다. 올해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며 천명 이상의 직원들이 퇴직한 전례도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한국에 남는다’는 원론적 입장만 거듭했을 뿐 축소 가능성엔 입을 닫아 왔다.

GM 본사의 눈초리가 흉흉하다보니 한국GM의 사업계획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GM은 연구·개발(R&D) 사업을 분할해 별도법인(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을 세우려 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 기술력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 부문까지 개점 휴업 상태가 돼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GM이 정상화 방안 협상 말미에 말을 꺼냈으나 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노조는 한국 철수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한국GM 2대주주 산업은행은 검토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지난달 한국GM이 단독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분할 안건을 통과시키자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심에선 산업은행의 청구가 기각됐으나, 2심에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한국GM은 상고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인 분리 움직임과 관련, 한국GM에 미지급한 시설자금을 집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추가 집행이 바람직하지만 ‘국가적으로 반대한다면’ 쉽지 않다는 뜻을 드러냈다. 결국 이성적 판단과 달리 산업은행으로서는 정부 눈치와 여론을 따르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와중에 행여 산업은행의 행보가 '합의' 또는 '계약' 파기로 비춰진다면. 자칫 GM본사에게 한국GM의 공장 폐쇄를 결정내릴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 시설자금 지원이 사라지면 본사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높지 않은 공장을 두 곳이나 둬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GM이 선택을 내리면 수많은 근로자의 몇 년치 잠재 연봉이 사라진다. 작게는 한 글로벌 기업과의 다툼이지만, 이는 미국과 분쟁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관계자는 “해외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 합의된 사항을 깨는 것은 쉽지 않고, GM의 도덕성을 문제 삼을 사항도 아니다”며 “정부도 감정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한국GM의 연구개발 법인이 경고등이 켜진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30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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