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공부는 하지만…입법 놓고 고민하는 국회의원들
입력 2018.12.05 07:00|수정 2018.12.04 19:09
    암호화폐 관련 국회 설명회 활발
    정무위에 관련 법안도 4개나 올라 있어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입법에 여전히 반신반의
    실체 불분명하고, 비트코인 가격 폭락으로 시장 관심 시들
    • 지난 23일 이른 아침부터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국회 세미나실에선 암호화폐를 주제로 한 국회의원들의 모임이 열렸다.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회장(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이석우 두나무 대표 등이 블록체인 업계를 대표해 참석, 강연을 했다. 정무위원들을 비롯해 여당 측 국회의원만 2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진 회장은 암호화폐 열풍이 지나고 간 지금 국회의 입법 논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가 각종 불법적인 자금 모집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차원에 가이드라인을 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블록체인협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열풍이 쓸고 간 지난해 이후부터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세미나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그만큼 국회의원들의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관련 입법 추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커졌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에 올라온 암호화폐 관련 법안만 4개에 이른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암호화폐 관련 법안에는 큰 틀에서 ▲암호화폐 취급을 허가대상으로 하고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받으며 ▲암호화폐 발행에 따른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할 것을 담고 있다.

      이 법안들은 지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하려고 했으나 처리되지 못했다. 국회 관계자는 “암호화폐 관련 안건들이 시간이 없어서 지난 정무위 회의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암호화폐 관련 입법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국회의원들마다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실체에 대해서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많은데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대해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암호화폐를 인정하게 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파급효과에 대해서 예단하기 힘들다는 점도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미루는 이유다.

      한 국회 보좌관은 “암호화폐 관련 수 많은 세미나가 열리지만 여전히 그 실체나 필요성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해주는 곳이 없다”라며 “입법이 이뤄질 경우 사실상 암호화폐를 인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입법에 신중하자는 목소리가 크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관련 입법에 대한 관심도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2000만원 하던 1 비트코인의 가격이 최근 5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가격이 4분의 1 토막이 나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줄어드는 만큼 국회의원들의 관심도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다만 입법이 늦어질 경우 나타날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내년에는 암호화폐 발행 관련 피해자들의 대규모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에선 아직 관련 법안 조차 없다 보니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담당할 주무 부처마저 없는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암호화폐 관련해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어느 누구도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길 원치 않는다”라며 “자칫 모든 책임을 먼저 나선 행정부처가 책임 질 소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