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證 최대 실적에 CEO 교체는 문책성 인사? 인력이탈 수습책은…
입력 2018.12.10 07:00|수정 2018.12.11 09:52
    김성락 전 전무 이어 김연추 팀장도 사의…추가 이탈도 유력
    한해 이익 수천억원 내던 조직 뺏겨…임원진 관리부실 논란
    조만간 조직개편·임원인사…누적된 인사불만 봉합될까
    • 한국투자증권이 조만간 발표할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에 금융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2년만의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투자금융본부 핵심 임직원 이탈에 따른 '수습책'이 담길 수 있을지, 아니면 '미봉책'에 불과한 인사에 그칠지 여부가 관심사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유상호 사장이 CEO 자리에서 물러난 데 대해 '사실상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해임에도 불구, 이런 시기에 선장을 교체하는 건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이런 배경에서 CEO 교체와 더불어 임원 인사에도 일정 부분 쇄신이 있을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입사를 협의 중인 김성락 전 투자금융본부장(전무)에 이어 김연추 투자공학부 팀장(차장)도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올해 최대 히트상품인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 설계의 핵심 인물로, 김 전 전무와 함께 올 상반기 증권가 '연봉왕'으로 불렸다.

      김성락 전무는 미래에셋대우에서 트레이딩1 부문대표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이들과 함께 일하던 다른 직원들 수명도 함께 이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공학부서의 경우 방대한 데이터와 복잡한 수식을 다루다보니 손발이 맞는 인원들이 함께 움직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김남구 부회장이 사석에서 자랑해 온 것으로 알려진, 한국투자증권이 해외 투자은행(IB)에서 영입한 관련부서 외국인 직원도 이런 움직임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업계 1위 회사에서 연봉과 성과급을 보장해주고 직급까지 확실하게 올려주며 권한을 준다면 못 옮길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인재 이탈과 관련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지현준 DS부장이 직무대행을 맡아 업무 중이며, 팀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직서 제출이나 이직 의사가 없다"며 김 전 전무 이탈에도 조직엔 동요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상황이 불과 일주일만에 바뀌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CEO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책임을 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도 그럴것이 투자금융본부는 대표이사 직속부서다. 게다가 연간 5000억원을 웃돌 예정인 한국증권 순이익 창출에 이들이 기여한 정도가 적어도 1/4 가까이에 달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이런 팀을 경쟁사에 뺏기는 형국이니 관리부실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표면상 부회장 타이틀이지만 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양새인데, 연임이 사실상 제한된 금융지주계열 증권사도 아니고 12년이나 CEO를 역임한 인물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해 물러난다는 건 누가 봐도 모양새가 이상하다"며 "그동안 누적된 조직 내 불만과 갈등, 그리고 그것이 표면화한 임직원 이탈에 책임을 진 것이라면 합리적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유상호 부회장이 직접 '실적이 좋을 때 좋은 모습으로 물러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해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르면 다음주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발표할 전망이다. 지난달 말 단행한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단 인사의 후속 조치다. 정일문 개인고객그룹장이 신임 CEO로 내정되며 생긴 빈 자리에 누가 오를지, 투자금융본부의 공백은 누가 메울지, 출범 2년 만인 지난해 편제에서 사라지며 흐지부지된 IB그룹을 다시 구성할지 등이 회사 안팎의 핵심 관심사다.

      승진과 연봉 등 '보상'과 관련한 이슈로 회사의 핵심 임직원이 이탈한만큼, 직급과 보상에 대한 개편이 있을 거란 예상도 나온다. 임원진이 개편되고, 대규모 승진 인사가 있을 거란 예상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 인재 '엑소더스'와 증권가의 스카우트 전쟁을 야기한 이번 사태를 무난히 단속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오너가 있는 회사이면서도 리더십이 상대적으로 경영진에 맡겨졌던 사내 문화를 감안하면 마땅한 대안이 있느냐는 우려인 셈이다. 오너가 직접 나서서 미래 먹거리 창출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 경쟁사와 두고두고 비교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거꾸로 증권가의 이목은 다시 미래에셋대우로 향한다. 내년 높은 변동성과 신(新) 박스권 장세, 부동산 침체 등으로 인해 증권사 수익원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찌감치 '검증된' 파생 및 상품 전문가 팀을 영입해 전열을 갖춘 까닭이다. 투자 및 트레이딩 부문은 물론, 자산관리(WM) 부문 등 회사 전반적으로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거란 평가가 많다.

      미래에셋대우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아직 김성락 전 전무 등과 입사 관련 계약을 체결하거나 조직개편에 반영할만한 내용은 없다"며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