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감독 강화까지…연말 평가업무 특수 누리는 회계법인
입력 2018.12.10 07:00|수정 2018.12.11 09:50
    경기 침체로 손상 평가 필요 기업 증가
    감사 규제 강화에 깐깐해진 회계법인들
    수요 늘고 보수도 짭짤…로펌도 수임 증가
    • 회계법인들이 연말 기업들로부터 밀려드는 평가업무로 분주하다. 사업보고서 작성을 위한 통상의 절차지만 올해는 경기가 꺾이면서 투자회사 가치를 다시 산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감독당국의 감시가 강화하며 감사인들이 회사의 뜻에 따른 가치평가를 해주기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통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는 매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안에 내야 한다. 상당수 기업이 12월말 결산을 하기 때문에 회계법인 감사부문은 연말~연초에 일이 몰린다.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계열사 및 투자회사에 대한 평가도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이런 평가는 엄격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박하게 평가를 하면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경영진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후하게 평가를 한 경우엔 다음해 더 좋은 숫자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1년 새 업황이나 투자 가치가 급변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산업 전반의 경기 침체가 두드러졌다. 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 부담 요소가 많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3000선을 기대하기도 했던 코스피지수는 실제론 2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비상장사들도 대부분 예년보다 크게 나빠진 실적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실적이 두드러지게 꺾인 경우엔 보다 면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자연히 회계법인에도 일감이 몰리고 있다. 이런 평가업무는 적게는 1000만~2000만원, 많게는 억대 보수를 받는다. 개별로는 큰 이익이 되지는 않지만 업무 건수가 많다 보니 쏠쏠한 수익을 내고 있다. 회계법인이 우위에 있는 시장이라 업무를 가려서 받거나, 할인 없이 부르는 대로 값이 매겨지기도 한다.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올해 기업들이 힘들어지면서 투자 지분 손상 평가, 영업권에 대한 가치평가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업황이 꺾인 업종들은 장부가가 많이 내려갈 수 있고, 상장사도 주가가 크게 빠진 경우엔 주가를 하한선으로 해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감독당국이 감사 업무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다는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감사 업무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졌다. 외감법 전면 개정으로 기업은 물론 감사인의 의무도 강화했다. 종전엔 감사인에만 회사의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할 수 없도록 했지만, 지난 10월부터는 회사도 감사인에 대리 작성을 요구할 수 없게 됐다. 회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벌도 강화하는 추세다. 감독당국은 최근 회계법인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인들은 예전 같으면 회사의 요구에 따르거나, 중요도가 높은 자산 일부만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이든 감사인이든 외부 기관의 평가를 얻는 것이 안전해졌다. 점차 보수적으로 변하는 회계법인들은 민감하다 싶으면 다른 기관의 평가를 받아올 것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다른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예전에는 회사에서 준 자료를 기반으로 적당히 평가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새는 그러기 쉽지 않다”며 “회계법인들은 나중에 감리에서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보면서도 웬만하면 외부 평가까지 얻으려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들도 연말 비슷한 이유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재무제표를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처럼 투자 조건 등 법적 검토가 필요한 영역이 많기 때문이다.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감리가 깐깐해지면서 지분 투자 시 부여한 옵션 등에 대한 판단도 중요해졌다”며 “평가의 법적 타당성을 살펴달라는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