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빅데이터 위해 멤버스 남겼지만…'무용지물' 전락 우려
입력 2018.12.12 07:00|수정 2018.12.11 18:23
    내부에서도 '멤버스 빅데이터'에 대한 실용성 의문
    포인트 적립으로 확보한 데이터 한계 지적
    QR코드 등 다양한 창구 활용한 데이터 수집에 열 올려
    • 롯데그룹이 분사한 롯데멤버스를 ‘빅데이터 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멤버스의 데이터 역시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회의감이 대두되고 있다. 이 와중에 롯데그룹이 기존의 데이터 수집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데이터 수집 창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롯데는 유통사와의 시너지를 위해 공들여 온 롯데카드를 지배구조 재편 과정 중 금산분리 등의 이유로 매각에 나섰다. 그간 쌓아놓은 카드 빅데이터가 생각보다 실용성이 떨어지는 점도 매각 결정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룹 내에서 빅데이터를 책임지는 계열사로 ‘롯데멤버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다. 롯데멤버스는 계열사 통합 포인트인 엘포인트(L.POINT)와 고객 빅데이터를 전담하고 있다. 롯데멤버스를 롯데카드 매각 전에 분사한 것도 계열사 포인트 적립을 기반으로 통합적인 데이터 관리를 할 수 있는 롯데멤버스 빅데이터가 더 ‘알짜’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롯데멤버스의 빅데이터마저 ‘알짜’가 아닐 수 있다는 회의감이 떠오르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최저가 검색이나 광고 등이 유통업 환경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 행태를 이끄는 주체가 유통사가 아닌 포털인 점도 기존 빅데이터의 실용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통 환경은 소비 행태부터 채널 접근 방식까지 복합적이고 변화가 빠르다. 예컨대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본 후 구매는 포털에서 최저가 검색으로 더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오히려 반대로 온라인에서는 검색만 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요즘 20~30대들이 어제 A라는 물건을 샀다고 다음에도 A를 구매하는 소비 행태를 보이지 않는 점도 기존 누적 데이터의 활용도를 떨어뜨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읽어내기 더욱 어려워지면서 누적된 빅데이터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 유통업계에서 포인트 적립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며 “누적된 데이터가 조직 내 ‘보고용’ 자료를 만드는데 사용되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고, 향후 소비를 이끌 주 고객인 10~30대의 향후 소비 패턴을 예측하는데 적용하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도 그간의 방식에서 탈피해 ‘질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빅데이터 컨설팅에 나서며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새 데이터 수집 창구로 QR코드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QR코드는 흑백 격자무늬 패턴으로 정보를 나타내는 매트릭스 형식의 바코드로, 넉넉한 용량을 강점으로 3차원적인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다.

      롯데가 QR코드 도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스마트폰 보급 확산에 따라 훌륭한 마케팅 및 빅데이터 수집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 온·오프라인 통합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상품 정보 제공부터 고객의 디테일한 데이터까지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QR코드가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됐다면 요즘에는 오히려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창구로써 기능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규격화된 물건이나 식품 외에도 적용 품목을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지 롯데 등 유통사들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