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엔터사 과점시장…투자자 ‘제2의 빅히트’ 찾기 난항
입력 2018.12.13 07:00|수정 2018.12.14 09:33
    단일 아티스트 ‘빅히트’ 투자 한계
    소형사 IPO 쉽지 않아 엑시트 발목
    대형 3사 시가총액 3조원 불과해
    •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으로 ‘제2의 빅히트’ 발굴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새 아티스트와 새 기획사를 찾아 소위 ‘대박’ 실현을 노렸지만 생각보다 투자테마나 조건에 맞는 기획사 발굴이 쉽지 않아서다.

      결정적으로 투자자들이 수익을 확정 지을 수 있는 기획사의 기업공개(IPO)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다 보니 '새 빅히트'를 찾아 나서기보다 이미 성공을 거둔 기획사에 재투자를 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움직임도 있다.

      어디까지나 방탄소년단과 빅히트가 유별난(?) 사례였을 뿐, SM·YG·JYP의 과점시장을 뚫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제2의 빅히트 찾지 말고 차라리 지금 빅히트에 투자?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엔터사 발굴에 나섰던 벤처캐피탈(VC) 등이 오히려 다시 빅히트엔터 구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방탄소년단이 탈(脫)아시아급 아이돌로 성장했다고 해서 다른 기획사들이 이만한 성취를 낼 것이라고 보기는 무리수. 결국 가능성만 갖춘 ‘애매한 회사’에 불안하게 투자하느니, 이미 성과를 보인 빅히트에 재투자하는 게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다만 한때 기업가치가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던 빅히트조차 지금은 기대감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오로지 ‘방탄소년단’만으로 성공했을 뿐, 이들을 대체할 만한 아티스트가 부재한 점이 이유로 꼽힌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는 기업가치를 1조원대 후반으로 희망하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기대와 달리 높게 쳐줘야 1조원 초반이라는 평가가 많다. 결국 빌보드 차트 1위로 승승장구 할 시기가 IPO 적기였는데 조율이 늦어지면서 상장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빅히트의 시스템보다는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라 시간이 지날 수록 빅히트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이 아시아를 넘어서 한류를 확장했지만 다른 그룹들도 이들처럼 아시아를 넘어선다는 보장은 없다”며 “엔터사들 중 체계적인 기업이 거의 없고 영속성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에서 비롯된 소형 엔터사 발굴 붐은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대형사 장벽 뚫기 어려워…엔터사 IPO는 가시밭길

      빅히트가 대형 엔터 3사인 SM·JYP·YG의 벽을 뚫고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어디까지나 빅히트에 한정되는 특이 케이스라는 평가도 많다. 무엇보다 ‘투자 대상’으로서 엔터사는 특정 아티스트에 치중하기 보다 포트폴리오를 골고루 갖춘 대형사가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형 엔터사는 대형 엔터사에 비해 아티스트 수도 적지만 아티스트 육성 시스템에서도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즉 엔터사의 경쟁력은 결국 지속적으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데뷔를 시키는 것인데, 보유 아티스트가 적고 시스템이 체계화되지 않은 소형 엔터사는 어쩌다 히트를 치더라도 그 수익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방탄소년단 같은 아티스트가 나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파급력을 갖춘 아티스트를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게 소형 엔터사의 역량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다.

    • 그나마 투자를 이뤄내려면 IPO 성사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데 이에 대한 어려움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빅히트 이전에 과거 큐브와 판타지오, 또 그 이전에는 SM과 JYP, YG 등에 투자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IPO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엔터업종은 해당 연예인의 스캔들과 수명, 재무 구조 취약성 등으로 IPO가 어려운 산업에 속한다. 특히 요즘에는 엔터사 수가 많아지면서 회사당 보유 아티스트 수는 오히려 적어지는 추세라 IPO 여건을 갖춘 엔터사를 발굴하기가 더 힘들다는 지적이다.

      현재 빅히트를 제외하면 마마무 소속사로 알려진 RBW 정도가 IPO 물망에 올라있다. 하지만 이들의 넥스트(next)를 점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 일부 VC들은 엔터사 투자 전략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후문이다. IPO 외에 다른 엑시트가 가능한 곳을 노리는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 방탄소년단이 될 만한 잠재력을 갖춘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것보단 SM이나 CJ ENM 등 대형사가 지분을 매입할 여지가 있는 엔터사를 발굴하는 게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엔터테인먼트가 ‘산업’으로서 덩치를 키우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엔터 3사인 SM·JYP·YG의 시가총액 합이 3조원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인더스트리가 크지 않다. 또 과점시장에서 수익 구조가 더 나올 게 없는 부분도 투자 붐이 이어지기 힘들다는 것. 그러니 투자자 입장에서 소형 엔터사를 발굴하더라도 2~3대 주주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 거둘 수 있는 수익이 크지 않다. 일부에서는 엔터업을 ‘섹터’라고 표현하기 애매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는 평가도 나온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엔터업은 성장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업종인 데다, 가수나 배우 등 아티스트를 베끼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그러나 VC들이 엔터사 투자 성과가 좋으면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이야기를 흘릴 텐데 대체로 함묵하는 분위기라 소형 엔터사에 대한 실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