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못 모았어요"…사모펀드들은 연말 펀드레이징 전쟁중
입력 2018.12.14 07:00|수정 2018.12.17 09:56
    "펀드결성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내홍 겪은 국민연금 사업 미뤄지자
    주요 연기금‧공제회도 줄줄이 미뤄져
    내년도 펀드레이징 대전(大戰) 전망
    •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연말까지 펀드레이징 대전을 펼치고 있다. 출자기관(LP)들의 맏형 격인 국민연금의 출자사업이 내부 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진 탓에, 연금만 믿고 기다려온 주요 기관들의 출자사업도 이제 겨우 시작하거나 올 해를 넘기게 됐다. 당장 연말까지 펀드 결성을 앞둔 운용사들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은 올해 6월과 8월, 2차례에 걸쳐 19곳의 성장지원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다. 출자규모는 총 9400억원이다. 산업은행의 출자비율은 전체 펀드규모의 40%로 위탁운용사들은 산은에서 받은 돈 보다 더 많은 자금을 민간 출자기관으로부터 모아야 한다.

      펀드 결성시한은 오는 12월 31일까지다. 결성 시한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몇몇을 제외하곤 펀드결성을 완료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길게는 6개월, 짧게는 4달여 만에 펀드레이징을 완료해야 했기 때문에 미리 자금을 모아놓은 곳이 아니면 연말까지 진행하는 기관 출자사업 또는 금융기관 투자심의위원회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펀드레이징을 완료해야 하는 운용사들이 민간자금 매칭을 위해 정신 없이 다니는 상황"이라며 "결성시한이 아직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산업은행 등 출자기관에) 매칭 기간을 늘려달라고 솔직히 이야기하기도 애매해서, 연말까지 가능한대로 모아볼 계획을 세운 곳도 있다"고 했다.

      올해 블라인드펀드 출자 사업이 남은 곳 중 기대를 걸어볼 만한 곳은 행정공제회뿐이다. 행정공제회는 지난달 23일 공고를 내고 이달 3일까지 위탁운용사 제안서를 접수했다. 선정절차는 빠르게 진행해 이달 내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출자규모는 1200억원으로 2~3곳을 운용사를 선정한다.

      이번 행정공제회 출자사업 접수에는 연말까지 펀드레이징을 완료해야 하는 운용사와, 국민연금으로부터 출자 받은 PEF까지 가세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말 2곳의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라지캡 운용사로 선정하고 각각 4000억원씩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연말까지 펀드레이징을 완료해야하는 산업은행 위탁운용사들을 차치하고, 내년도 주요기관의 출자사업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서 5000억원 이상을 부지런히 모아야 하는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들도 이번 출자사업은 모두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학연금 2000억원 규모 출자사업은 이미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로 뽑힌 IMM PE와 스틱에 대한 매칭으로 마무리 중이다.

      지난 2014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공무원연금이 한해 중 마지막으로 출자사업을 진행, 600억원 출자계획을 밝혔을 당시엔 9곳의 운용사들이 몰렸다. 각 운용사에 200억원, 비교적 출자 규모는 작았지만 이마저도 아쉬운 운용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등 메인 LP의 출자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PEF 운용사의 규모도 그만큼 늘어나고는 있지만,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으로 자금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검증 된 몇 곳을 빼면 제한적이다. 모아야 하는 돈은 늘어나는데 컨테스트(Contest)를 거치지 않은 수시출자는 활성화하지 못했고, 민간 매칭을 뒷받침 해줄 기관 출자자 수는 한정돼 있다.

    • 특히 올해는 국민연금의 출자사업이 연말이 돼서야 확정되면서, 주요 기관의 출자사업 계획도 다소 틀어졌다.

      보통 주요 출자기관들은 국민연금 또는 산업은행의 출자사업을 진행할 즈음해서 사업을 시작하는것이 일반적이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이 메인 출자자(Anchor)로 나서주면, 이후 공제회 연기금들이 매칭 자금을 대는 식이다. 최근 들어선 교직원공제회가 메인 출자자로 올라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자리잡진 못했다.

      올해는 산업은행이 6월이 넘어서야 최종 위탁운용사를 선정했고, 국민연금은 2월 위탁운용사 공고계획을 발표한 후 11월에서야 최종 운용사를 선정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최고투자책임자(CIO) 인선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며 사업 진행이 더뎠고, 대체투자실장을 비롯한 내부 주요 실무진들이 대거 이탈해 공석으로 남으면서 사실상 출자사업의 의사결정을 할 인사들이 전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내부문제는 대규모 블라인드펀드 출자 사업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프로젝트 자금을 출자 받아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일반 PEF 운용사들도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 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을 받기로 했는데 아직까지 결정이 나지 않았다"며 "국민연금 내부에서 의사결정을 할 책임자가 없었던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내년에도 GP들의 펀드레이징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올해 국민연금 출자사업에 고배를 마셨거나, 내년도 본격적인 펀드결성을 위해 숨 고르기를 했던 대형 운용사들이 대거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성장금융과 모태펀드 등의 정책 출자기관들의 사업도 꾸준히 계획돼 있어, 중소형 운용사들도 이에 대한 채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