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꽉 찬 LCC…공급 과잉에 안전성 우려까지
입력 2018.12.14 07:00|수정 2018.12.17 09:55
    LCC 포화상태 진입하며 수익성 감소
    공급과잉 논란에도 신규면허 발급 예고
    인력·인프라 부족에 안전성 우려↑
    •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포화상태로 진입하면서 안전성과 경영 측면에서 잠재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미 수익성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LCC가 살아남기 위해선 신규 노선을 개척하거나 다른 항공사와 연계를 강화하라고 조언한다.

      LCC의 공격적인 기재도입으로 국내 항공기 대수가 2020년까지 약 30% 늘어날 전망이다. 그에 반해 출국자 수 증가율은 둔화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LCC 평균 영업이익률이 19%에 달했지만 3분기에 11%로 감소했다. 공급이 수요 대비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 수익성은 계속해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현재 국내는 6개 LCC가 영업을 하고 있다. 공급과잉 논란에도 내년 중 신규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면허를 신청한 신규 LCC는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에어필립 등 4곳이다. 플라이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있고 에어프레미아는 국내 PE들이 투자를 하기도 했다.

      신규사업자들은 면허를 취득하더라도 노선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인천공항, 김포공항, 제주공항의 슬롯(항공기 이착륙 허가시간)은 포화상태다. LCC들이 중점적으로 노리는 근거리의 해외 공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는 지방공항만이 슬롯에 여유가 있지만 여객수요가 제한적이다.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지방거점 공항이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신규진입자는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며 “모기업의 지원이나 자금력이 부족하다면 적자를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유럽에서는 치열한 경쟁으로 LCC 파산이 이어지고 있다. 10월에는 유럽 LCC 프리메라에어가 시장에서 사라졌고 코발트에어가 운항중단을 선언했다. 작년 말에는 독일 2위 규모의 에어베를린, 영국 5위 규모의 모나크항공이 파산했다.

      경쟁 심화로 항공사가 줄줄이 정리됐던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유럽은 1987년부터 1997년까지 점진적으로 항공자유화를 진행하면서 80개 신규 항공사가 진입했지만 살아남은 항공사는 20곳뿐이었다. 미국에서는 1978년에 항공시장 규제 완화법(Deregulation Act)이 통과된 후 118개 신규 항공사가 설립됐으나 그 중 99개 항공사가 퇴출됐다. 당시 출혈경쟁에 비용을 아끼느라 정비에도 소홀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 LCC도 전문인력과 정비인프라 확충 없이 경쟁만 심화되면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상당수 LCC의 정비사 수가 국토부 권고 기준에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2022년까지 약 3000명의 조종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년 배출되는 조종사는 450여명 남짓이다. 항공사간 ‘인력빼가기’로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임명되는 기간도 짧아졌다. 이에 더해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항공사로 인력이 빠져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LCC의 독자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에 따라 포화된 단거리 노선보다 중장거리 노선을 노리는 전략이 제시된다. 유럽에서 뉴욕으로 가는 대서양 노선에서는 LCC가 대형항공사를 넘어서기도 했다. 진에어는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중대형기 B777기종을 보유하며 중장거리 노선을 계획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중장거리 노선 개척이 어렵다면 장거리 항공사와 연계도 대안으로 꼽힌다. 최근 서브공항에서 허브공항으로 승객을 전달하는 공급선(Feeder)이 항공업 트렌드로 부상했다. 일례로 작년 유럽 최대 LCC 라이언에어는 장거리 항공사 노르웨지언과 연계 모델을 도입했다. 라이언에어가 단거리 노선으로 승객을 모아 노르웨지언의 장거리 항공편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에어프레미아가 공급선 역할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1990년대 대형항공사도 독자 생존이 어려워지면서얼라이언스를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며 “저비용항공사도 뭉쳐야 산다”고 말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LCC 얼라이언스인 밸류얼라이언스와 유플라이에 각각 가입했다. 2016년에 출범해 아직 큰 영향력이 없지만 향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