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철강' 확대하겠다는 최정우號 포스코…시장 불신은 커졌다
입력 2019.01.11 07:00|수정 2019.01.15 08:53
    실적 역성장 전망에 사업다각화 필요성 증가
    45조원 투자 발표에 "믿기 어렵다"는 투자자들
    정권 바뀔 때마다 회장 교체로 사업 기조도 흔들려
    • 철강산업이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비철강 부문 확대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사업다각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이 움직임이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도 덩달아 바뀌며 사업 방향성이 이리저리 흔들렸던 포스코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스코는 선방했지만 올해는 이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방산업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중국이 구조조정 속도를 조절하면서 수요, 공급 모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역분쟁도 심화됐다. 작년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는 주로 중소기업에서 만드는 강관류에 내려져 대형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지만 연초부터 유럽연합(EU)은 포스코를 비롯한 대형 철강업체의 고부가가치 주력제품인 판재류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포스코가 유럽에 수출하는 물량이 많지 않아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대체 수요처에 공급이 몰리면서 경쟁은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말 위기 극복 구상을 제시했다. 미래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포스코의 철강사업 비중은 전체 수익에 80%에 달하지만 2030년에는 철강 40%, 비철강 40%, 신성장 20%로 조절하는 것이 목표다. 미래 신성장 사업은 2차전지 소재 부문에 집중됐다. 포스코는 2차전지 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 규모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첫 인사에서 기존 철강부문을 철강·비철강·신성장 등 3개 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대규모 투자 계획도 밝혔다. 포스코는 현금성 자산과 향후 발생할 수익으로 2023년까지 45조원을 투자하고 2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광양제철소 3고로 스마트화, 기가스틸 전용 생산설비 증설, 제철소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부생가스 발전설비 신설 등 철강분야에 26조원을 투자한다. 10조원은 국내외 양극재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탄소 소재와 음극재 공장 신설 등에 쓰일 방침이다. 에너지 분야와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에도 9조원을 투자한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에 대해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환영하고 있다. 특히 2차전지 분야는 수요가 2~3배씩 매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성장성이 담보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회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라 정준양 전 회장처럼 무분별한 투자를 할 것 같지 않다고도 말한다.

    • 그러나 사업지속성과 진정성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 민영화 이후 취임한 회장들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었고, 이 때문에 사업 방향성도 손바닥 뒤집듯 달라졌다. 정준양 전 회장은 해외자원 개발에 방점이 찍히며 대규모 M&A를 시도한 반면 권오준 전 회장은 철강 본업을 강화하며 비핵심사업은 정리했다. 포스코가 2030년까지 장기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최정우 회장이 권오준 전 회장의 라인이라서 기존 사업 노선과 크게 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입김이 워낙 세 관련 불만이 쌓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자 포스코는 애널리스트들을 불러 투자 계획을 재차 설명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 눈치를 봐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투자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회사 측은 심의를 통해 좋은 반응이 나오는 것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 외풍에 흔들리기 쉬운 구조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포스코 사외이사들이 갈수록 보수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안철수, 박원순 등 유력 정치인들이 청문회 때 과거 정준양 전 회장 시절 무리한 M&A에 동의했는지 공격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회장이라고 해서 회사의 큰 변화를 가져올 대규모 투자 결정을 쉽게 내리기 더 어려워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확실한 오너가 없다 보니 투자자들의 불신이 가라앉지 않는다”며 “이번 투자 발표에도 시장에서는 냉소적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