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 파트너 몸값 평준화?…IB '제자리'ㆍ회계법인 '상승'
입력 2019.01.14 07:00|수정 2019.01.15 08:51
    M&A 시장 변하면서 자문사 역할 달라져
    글로벌 IB 역할 축소하면서 파트너 연봉도 하향 평준화
    회계법인 재무자문 역할 증대…파트너 연봉 IB 수준 올라
    로펌에선 외국 변호사 러브콜 증가
    • M&A 자문사 파트너 몸값이 평준화되는 모양새다. 회계법인 재무자문의 역할이 커진 반면 투자은행(IB)의 역할이 축소하면서다. 회계법인 파트너의 몸 값이 올라간 반면 IB 매니징디렉터의 몸값은 하향 평준화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로펌에선 대기업 해외 M&A의 증가로 외국 변호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들의 역학관계 변화에 따라 해당 업무 파트너들의 몸값도 달라지고 있다. 연차에 따라 다르지만 자문사  파트너 몸값이 5억~10억원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

      국내 투자시장에서는 유동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파는 쪽(seller) 우위 시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사모펀드(PEF)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현금 보따리를 싸 들고 인수할 기업을 찾아 나서면서다. 그 사이 매각하려는 기업들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보수를 챙길 수 없는 사모펀드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기업인수에 나서고 있지만, 알짜 기업들은 경쟁이 심해 인수하기가 점점 어려워 졌다.

      이러다 보니 M&A 자문사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IB 역할은 독보적이었다. 선진 금융기법으로 무장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 M&A 시장을 좌지우지 했다. M&A 관련 회의의 상당수가 영어로 진행되기도 했다. 한 글로벌 IB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외국계 자본이 대거 들어오면서 글로벌 IB들의 역할이 중요했다”라며 “당시의 글로벌 IB에서 대표를 맡은 파트너들이 20년 가까이 자리를 독점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축소되거나 변화했다. 대기업 M&A 팀에는 이미 유능한 IB 뱅커들이 즐비하다. 국내 M&A 시장을 이끄는 사모펀드 출신들 상당수가 맥킨지를 비롯한 글로벌 컨설팅과 IB 경력으로 무장했다. M&A 전략은 국내에서 보편화되었으며, 중소기업 오너들 조차도 M&A가 생소하지 않다. 자연스레 이들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

      한때는 '영업'을 통해 M&A 자문업무를 맡는 경우도 많아 대기업 오너 및 주요 의사결정자와 네트워크가 자문 업무를 따는 데 핵심능력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점점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 확실한 매물을 가져오던지 아니면 대기업의 현안 문제를 풀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지 않으면 자문 업무에서 배제되고 있다.

      다른 글로벌 IB 관계자는 “대기업, 사모펀드를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이 없다면 사실상 IB의 역할은 점점 축소할 수 밖에 없다”라며 “조단위 딜에 자문사로 이름을 올린 글로벌 IB들도 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IB 담당 파트너 몸값과 직결하고 있다. 외국계 IB 뱅커들은 신입시절부터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보장 받는다. 해외 유수의 MBA 졸업자들에겐 최소한의 금액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깨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와 별반 다르지 않는 초봉을 받는 글로벌 IB들도 나타나고 있다. ‘IB의 꽃’이라는 매니징디렉터(MD)의 연봉은 5억원 안팎에서 수년째 별반 변화가 없다. 업계 전체적으로 연봉의 하향 평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사모펀드로의 인력유출 문제를 겪고 있다.

      반면 글로벌 IB 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곳이 회계법인이다. 회계법인은 회계실사란 고유의 업무로 M&A 자문사의 한 축을 차지했다. 이제는 이들의 역할이 회계실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1000억원 미만의 M&A 거래는 회계법인만 통하면 될 정도로 실사 및 자문 영역으로 역할이 커졌다. 글로벌 IB들이 대규모 딜에 집중하는 사이 중소기업, 법정관리 M&A 시장을 석권했다. 나아가 최근엔 글로벌 IB들의 영역이라 불리는 대기업 M&A 재무자문 역할까지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감사업무를 바탕으로 한 M&A 매물 발굴에서 강점을 보인다. 일정 규모 이상이 기업 중에서 감사를 받지 않는 기업이 없다 보니 지방 곳곳에 알짜 기업에 대한 정보가 쌓여있다. 이를 바탕으로 딜을 직접 발굴까지 하니 이들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 최근에는 회계법인으로 매물을 소개하면 성공여부와 상관 없이 일정 수수료까지 지급하고 있다. 파트너들은 딜이 진행되면 실사에 따른 보수에다 자문 업무에 따른 성공보수까지 받으니 매물 찾기에 혈안이다.

      업무가 많아지니 당연히 해당 파트너들의 몸값도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상당수 파트너들의 연봉이 5억원 안팎으로 글로벌 IB 파트너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한때는 사모펀드로의 이직도 많이 고민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회계법인 파트너 자리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하고 M&A 과정에서 자문사로서의 지위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M&A 자문의 한 축을 담당하는 로펌에선 외국 변호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를 비롯해 KCC의 모멘티브, LG그룹의 ZKW 인수 등 조단위 국경간 거래가 많아지면서 외국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대형 로펌에서 영입을 추진하는 외국 변호사들 상당수는 미국 톱 로스쿨 출신에 뉴욕의 대형 로펌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해외 대형 거래가 빈번해지면서 비싼 연봉에도 이들을 모셔오려는 경쟁이 한창이다.

      신입 단계에서 이들을 영입하는데 최소한 1억5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주어야 하며, 많으면 3억원까지도 연봉이 책정된다. 미국 뉴욕 대형 로펌의 파트너급 변호사를 영입하는 데에는 20억원 이상의 연봉이 필요하다. 고비용으로 인해 이들을 영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적어도 그 정도 급을 맞추려면 10억원 안팎의 연봉을 줘야 한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한 외국변호사는 “한국어와 영어 모두에 능통하고 외국 대형 로펌 경력의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라며 “앞으로 M&A 시장에서 이들의 역할이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