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리노베이션' 칼 빼든 롯데
입력 2019.01.15 07:00|수정 2019.01.14 17:25
    신동빈 회장, 비즈니스 전환 의지 강해
    대규모 투자 및 전략 리노베이션 예고
    석유화학과 유통 부문 가시적 변화 예상
    리스크 회피 선결과제는 지배구조 정리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략 리노베이션’을 주문하며 비즈니스 전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배구조 정리 이슈와 함께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할 전망이라 롯데그룹에 있어 올해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 짓는 게 선결과제라는 평가도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국내외 전 사업 부문에 걸쳐 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시작한다. 그룹의 양 축인 유통 부문과 화학 부문을 중심으로 2023년까지 사업 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겠단 계획이다. 롯데는 올해에만 약 1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석유화학 부문의 국내외 설비 신·증설을 위한 인수합병(M&A)이 예상된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셰일가스 프로젝트가 올해 완료될 예정이고,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사업 등을 고려했을 때 올해 글로벌 사업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기타 지역에서의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신동빈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선진국 시장에서의 사업 확대를 주문한 점 역시 롯데케미칼 등의 주력 계열사를 염두에 둔 발언이란 해석도 나온다. 롯데에서 미국 현지 유화사들과 지속적으로 접촉 중인 점도 선진국 시장에서의  M&A 기대감에 힘을 싣는다.

      유통 부문에서는 이커머스(E-commerce) 부문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라 향후 그룹의 사업 구조 재편이 점쳐진다. 특히 계열사별 물류·배송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과 함께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형태의 옴니채널 완성에 집중할 계획이라, 유통 부문에서의 가시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엔 신세계그룹의 투자와 현대백화점그룹의 M&A가 부각됐다면 올해는 롯데그룹이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룹의 규모와 자금력, 유통 인프라 모두를 고려했을 때 롯데그룹의 올해 투자 전략이 유통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의 행보는 올해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과 반대다. 같은 이유로 롯데를 향한 투자은행(IB) 업계의 구애도 더 커질 공산이 있다. 선택과 집중, 전략 리노베이션을 위해 외부 자금 조달은 물론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사 매각으로 마련 가능한 1조원가량의 현금도 유통이나 케미칼 등 주력 사업에 집중 투입될 수도 있다.

      다만 롯데가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정리가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국에 발목을 잡힐 경우 예정된 사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 계열사 지분 매각도 그 일환이다. 신동빈 회장이 수감 중일 땐 그룹 내외부에서 2년 유예를 신청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신동빈 회장의 출소 후 유예 없이 금융 계열사 매각을 완료할 것이란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3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금융 계열사 매각을 올해 10월까지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재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동빈 회장이 과거 호텔롯데의 IPO를 통해 일본 지분을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올해는 어떤 ‘액션’이라도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호텔롯데 IPO가 언제 갑자기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호텔롯데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캐피탈의 매각을 뒤늦게 결정한 점 역시 호텔롯데 IPO를 염두에 둔 밑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IPO는 공모자금을 모으기 위한 다른 IPO들과 결이 다르다”며 “그룹 내에서 상징성이 큰 호텔롯데를 지주 체제 안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작업이란 점을 고려하면 증시 상황과 밸류에이션을 덜 고려할 수도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