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에 휘청인 SM·YG·JYP, ‘해외 현지화’로 활로 찾지만…
입력 2019.01.17 07:00|수정 2019.01.17 07:03
    中·日 등 대외 변수에 실적·주가 변동 겪어
    캐스팅에서 제작·관리까지 현지에서 전담하는 모델 모색
    JYP '보이스토리' 통해 본격화…현지 합작사 통해 진출 가속
    글로벌 경쟁력 악화·팬덤 확보 어려움 우려도
    • SM‧YG‧JYP 등 대형 기획사들이 소속 뮤지션의 해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새 먹거리를 찾고 있다. 국내에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이전과 달리 초기 인재 발굴에서 기획‧유통 등 모든 사업 영역을 철저히 현지에서 전담한 점이 특징이다.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여파‧일본의 혐한 감정 등 불확실한 대외 변수를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신사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브랜드 가치가 현지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점, 팬덤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대형 기획사 3사 중 맏형인 SM엔터테인먼트(SM엔터)는 중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웨이션브이(威神V, WayV)를 이달 중국에서 공개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하반기 현지 데뷔가 점쳐졌지만 미‧중간 무역 분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데뷔 시기가 다소 연기된 것으로 내다본다. SM엔터와 중국 업체가 설립한 현지 조인트벤처(JV)를 통해 매니지먼트‧음반 제작 및 유통 등을 전담할 예정이다.

      3사 중 현지화 모델에 가장 앞선 곳은 JYP엔터테인먼트(JPY엔터)다. 회사 창업자인 박진영 COO는 지난해 맥쿼리증권이 주관한 투자자설명회(IR, JYP2.0)를 통해 ‘현지화를 통한 국제화’를 미래 사업 계획으로 밝히기도 했다. 박 COO는 “1단계의 K팝은 한국 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었고 2단계는 해외 인재를 발굴해 한국 아티스트들과 혼합했다면 다음 단계는 해외에서 직접 인재를 육성 및 프로듀싱 하는 것”으로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맞춰 JYP엔터는 중국 텐센트그룹과 JV를 맺고 지난해 9월 전원 중국인 멤버로 구성된 ‘보이스토리’를 출범했다. 올 하반기에도 일본인으로만 구성된 여성그룹, 중국 현지 남성그룹 데뷔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아직까지 중국의 외국 법인에 대한 규제 장벽이 존재하다보니 직접 자회사를 통한 진출보단 현지 업체와 합작 형식의 진출이 대다수다. 보이스토리도 현지 텐센트뮤직이 최대주주이고 JYP엔터 현지 자회사가 32%를 보유한 합작사 '북경신성오락유한공사'를 통해 활동한다. JYP엔터의 홍콩법인에 지분법이익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YG엔터테인먼트도 올해 일본인으로만 구성된 아이돌그룹의 현지 데뷔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영중인 남성그룹 데뷔 프로젝트 ‘YG보석함’을 통해서도 자사가 보유한 외국인 연습생들을 일부 공개해 인지도 상승을 꾀하고 있다. FNC엔터테인먼트는 올해 현지에서 중국인 남성그룹 데뷔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로 계획된 활동이 전면 취소되는 등 유‧무형 타격을 입은 국내 엔터사 입장에선 위험 분산이 어느 때보다 시급해진 상황이다. 때맞춰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열풍으로 전방사업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체계적인 아이돌 매니지먼트 역량을 갖춘 국내 업체와의 협업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아직 해외에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방하지 않은 일본에서도 혐한 여론 등을 피할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속 뮤지션 관리 측면에서 장점도 거론된다. 특히 지난 2014년 엑소M(중국인 4명과 한국인 2명으로 출범)의 중국인 멤버(크리스, 루한, 타오)들의 계약 파기 사태를 겪은 SM엔터는 수정된 현지화 모델을 모색해왔다. 후속 남성그룹 NCT의 해외 진출 과정에선 같은 브랜드 아래 일본‧인도네시아‧베트남‧남미 지역별로 현지에서 육성해 각각 데뷔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개인 멤버들의 특색을 살리기보단 브랜드 자체를 강조해 인력 유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SM엔터 입장에선 엑소M 모델이 본격적인 첫 현지화 해외진출 모델로 삼아 투자했는데 수익화를 앞두고 중국 멤버의 대규모 이탈로 내부 충격을 받았다”며 “개인 대신 팀 브랜드를 철저히 강조하는 일종의 '노동조합 없는' 아이돌 모델로 업계에선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지화가 곧 국내 기획사들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지 시장 정착이 첫 순위다보니, 지역에 집중해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데뷔 직전까지 시장에서 'NCT 차이나'로 거론됐던 웨이션브이에 대해 SM엔터 측이 "NCT와 별개 그룹으로 NCT는 중국 진출 계획이 없다"며 선긋기에 나선 점도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일본 인기그룹 AKB48의 프로듀서인 아키모토 야스시와 협력을 통해 일본 현지 진출을 계획했지만 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부분 현지 합작사 형태로 진출하다 보니 양 사간 분쟁 가능성은 위험 요소로 꼽힌다. 다른 증권사 엔터테인먼트 담당 연구원은 “지금까지 국내 엔터사들이 해외 공연 수익 확보 과정에서 일부를 현지 프로모터사와 나누긴 했지만 음원‧음반 수익은 전부 국내사로 잡혀왔다”며 “복잡한 수익 배분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 실적 추정은 더욱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주로 신규 시장 진입이 대다수다보니 팬덤을 통한 인지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다른 엔터업계 관계자는 "빅뱅에서 방탄소년단까지 아이돌이 신인 때부터 팬과 같이 커나가는 모습을 공유하는 게 지금까지 팬덤 형성에 가장 중요했는데, 현지화 모델에선 어떻게 구현할 지가 가장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