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nvest]
'썩은 사과'는 못받는 1억…스톡옵션으로 주목받는 토스(Toss) 기업문화
차준호 기자 | chacha@chosun.com | 2019.01.21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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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8년만에 유니콘 등극
판교 등 IT업계서 1억 스톡옵션·연봉 인상 두고 화제
내부 조직문화 다시 주목…'보상과 해고' 명시

일러스트 바이라인_토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등극을 선언한 토스(법인명 비바리퍼블리카)가 IT업계에서 다시 한번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제 2의 창업'을 선언, 새해 들어 전 직원을 대상으로 1억원에 달하는 스톡옵션과 큰 폭의 연봉 인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IT·스타트업 업계의 평가는 갈린다. 철저한 능력주의와 이에 따른 성과 보상이 따르는 점엔 공감했지만, 해고 위험과 잦은 평가 시스템의 한계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가 지향하는 ‘실리콘밸리’식 인사 정책이 국내 현행 법률에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도 나오고 있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 중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임직원 약 180명 전원에게 1인당 5000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지급하고 연봉을 일괄적으로 50%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액면가인 주당 200원으로, 행사 시점에 주당 시가에 따라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주당 2만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시가를 행사 시점까지 유지하기만 해도 1인당 약 99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는 셈이다. 직원들은 2년 후 주식의 절반을, 4년 뒤엔 나머지를 행사할 수 있다. 해당 기간 이전 퇴사자 혹은 해고자는 행사할 권리를 잃는다.

내부 임직원에 따르면 임직원 전원이 수혜 대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직원별 성과에 따른 차등은 존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연봉 인상은 0~50%까지 직원별 격차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선 인상률을 통보받지 못한 직원들은 사실상 회사를 떠나야 하는 수순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스톡옵션은 전원 지급되지만, 연봉 인상률은 개인별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해프닝 이전에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공격적 인력 확충이 화제였다. 회사는 모든 직원을 경력직원으로 채용한다. 기존 연봉 대비 파격적인 성과급을 제시하며 우수 인력 확보에 매진했다. 일부 판교 직원들 사이에선 회사 1층 커피숍에 회사 인사(HR)팀이 상주한다는 얘기 돌았을 정도로 사세 확충에 공을 들였다. 카카오, 넷마블 등 일부 IT기업 내 인사팀에서도 대응 방안을 짜는 데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 일부 비바리퍼블리카에 합류하거나 재직 중인 관계자들도 회사의 철저한 "능력에 따른 처우 보상"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연공서열이 아닌 수평적 조직 문화도 장점으로 꼽혀왔다.

다만 낮은 고용 안정성과 내부 경쟁에 따른 피로감도 회사 내외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회사의 핵심가치(Core Values)에 따라 고용과 보상, 해고가 이뤄진다”는 점을 공식화 하고 있다. 더 나아가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선 직접 ‘썩은 사과’ 비유를 들어 인사 정책을 알리고 있다. 회사는 "상자 속 썩은 사과는 다른 사과도 금세 썩게 만들어 상자 전체를 버려야 하는 상황을 가져온다"며 "해고 대상자가 정해지면, 최대한 신속하고 빠르게 진행해 기존 구성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덜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등의 문구로 회사 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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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비바리퍼블리카 출신 업계 관계자는 “일단 합류하면 매일 런닝머신 위를 뛰는 기분이라 생각하면 된다”며 “중간 고과평가가 잦다 보니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일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언제 회사에서 나가야 할 지 가늠이 안 되고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말 그대로 건강과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 회사를 나오는 경우도 많다”며 “이직해서 바짝 돈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곳으로 다시 옮기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썩은 사과' 문구가 현행 법률에 적합한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일부 스타트업 대표도 자유로운 해고와 능력에 따른 보상안이 담긴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 가이드'를 직접 번역해 회사에 그대로 대입하려 했지만 법률 자문 과정에서 백지화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해고가 쉽다거나 성과만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평가해 해고를 통보한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라며 "자율과 책임 문화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조직과 팀에 어려움을 주는 인사에 대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설명했다. 이어 “절차 없이 해고를 통보하는 것이라기보다 내부 절차(스트라이크 제도)에 따른 권고사직에 가까운 제도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화 탓에 임직원의 퇴출과 영입도 빈번하다. 기업정보 사이트 크레딧잡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퇴사한 사람은 53명으로 직원 중 34%에 달한다. 이번 스톡옵션 지급 등 처우 개선의 배경도 임직원의 일부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시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 이후 HR팀 등 주요 인력들의 집단 퇴사가 이어진 점도 화제였다.

VC업계 관계자는 "고액의 연봉과 성과급을 보장하고 인력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적자구조다 보니 스스로 수익 창출을 못 하고 외부 투자에 의존하는 점이 고민일 것"이라며 "일각에선 스톡옵션 제공으로 핵심 임직원들을 잡아 둘 시간을 번 것이란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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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퍼블리카는 치과의사 출신 이승건 대표가 2011년 창업했다. 지난해 12월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6.18%를 발행해 미국 벤처캐피털(VC) 클라이너 퍼킨스와 리빗 캐피털 등으로부터 약 900억원을 투자받았다. 회사는 이를 역산해 자사 기업 가치를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인정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560억원을 기록했지만 아직 흑자전환까진 이르지 못했다. 무료 송금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시중 은행에 내는 지급수수료가 고스란히 회사의 손실로 반영되고 있다. 외형 확장과 동시에 손실 폭도 늘어나는 구조다. 최근 들어 경쟁사 카카오페이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시중은행도 간편결제시장에 진입하며 경쟁 강도는 더욱 세졌다. 2018년 기준 토스의 월 사용자 수는 460만명 수준으로 카카오페이에 뒤진다.

회사는 본업인 간편송금 외에도 펀드, 증권, 해외주식, 부동산 등 등의 기타 서비스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증권업 진출 및 동남아시아 개척을 구상하고 있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가 과거 암호화폐 투자 플랫폼, 부동산 등 개인 간 거래(P2P) 투자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기존 금융권이 손댈 수 없는 분야에서 영향력을 많이 늘려왔다"며 "지금의 핀테크 '스타트업' 지위에선 시중 금융권 보다 당국의 눈치를 덜 살펴도 됐지만, 증권업에 나서는 등 사세를 확장할 경우 규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20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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