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만을 위한 빅딜...배제된 삼성중공업
입력 2019.01.31 11:36|수정 2019.02.01 10:41
    빅2 아닌 1강1약 가능성 우려
    “삼성중공업 인수시 2강 가능”
    •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1·2위가 합쳐진 메가 조선사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국내 조선업 생태계 교란, 국내외 독과점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실질적인 글로벌 조선 2강 체제를 염두에 뒀다면 삼성중공업도 협상 테이블에 올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조선업계가 지난 수년간 불황을 거치면서 국내에서도 일본 등 다른 나라처럼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내 조선업황이 작년 수주 세계 1위를 탈환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금이 산업 구조조정의 적기라고 볼 수 있다. 대우조선이 2017년에 이어 작년에도 흑자를 이어가며 어느 정도 경영 정상화를 이룬 점도 긍정적이다.

      시장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국내 조선 3위 삼성중공업은 왜 애초부터 배제됐느냐'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에서 현대중공업은 1만1145CGT(표준화물환산톤수)로 글로벌 1위다. 2위 대우조선해양(5844CGT)을 인수하게 되면 1만6989CGT가 돼 3위 일본 이마바리(5253CGT), 4위 이탈리아 핀칸티에리(5188CGT)의 3배 이상이 되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4723CGT로 4배 가까이 벌어진다.

      국내 빅3 조선소의 지난해 신규 수주 현황에선 금액상 현대중공업은 133억달러,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68억달러, 63억달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하면 201억달러로 역시 삼성중공업의 3배 이상이 된다.

    •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국내 조선 업계가 ‘1강 1중’ 형태로 재편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삼성그룹에서 사실상 비주력 계열사로 분류돼 자력갱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크지 않는 한,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져 ‘1강 1중’이 아닌 ‘1강 1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선업계가 재편이 되면 빅3 때보다 당장의 출혈 경쟁은 줄겠지만 덩치가 커진 현대중공업의 가격 경쟁력은 삼성중공업을 압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전 세계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는 고부가 LNG운반선 분야에서 협상력 극대화가 기대돼 자연스레 삼성중공업의 수주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덩치가 비슷한 조선사들이 경쟁을 할 때는 벤더 업체들에도 큰 부담이 가지 않지만 특정 업체가 독점을 하게 되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경우처럼 벤더 업체들의 특정 기업 종속화가 심해지게 된다”며 “조선업계 전반이 단가 인하 강요로 인한 수익성 압박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독과점 문제도 걸림돌이다. 글로벌 가스선 시장을 국내 조선 빅3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 합치려면 국내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기업결합 심사는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이 있어 매각 작업에서 충분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국내에서 잠수함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은 현대중공업만 있게 된다”며 “국방부가 발주를 할 때 특정 기업에만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수선 분야는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가 조선 경쟁력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는 것이라면 삼성중공업을 1순위 협상자로 삼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글로벌 수주잔량 기준으로는 1만567CGT, 2018년 신규 수주 상으로는 131억달러를 기록하게 돼 현대중공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국내외 독과점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고 국내 조선업 생태계 및 지역경제 개선 측면도 기대할 수 있다.

      설사 삼성중공업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더라도 경쟁입찰을 통한 투자회수 극대화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는 앉혔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31일 현대중공업과 '조선통합법인' 설립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이후 삼성중공업에 이날 오후 투자제안서를 발송해 인수 의사를 물었다. 삼성중공업에 부여된 시간은 앞으로 약 한 달이다.

      삼성중공업 "산업은행에서 오늘 오후 투자제안서를 받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