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진짜 위기 원인은 '조선 전문가' 부재
최예빈 기자 | yb12@chosun.com | 2019.02.07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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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건설부문 인사가 중심
조선업 경쟁력 뒤쳐진 계기 됐다는 평가
"조남호 회장 등 책임지는 이 없어" 지적도

한진중공업은 한 때 조선업 1번지로 불렸다. 하지만 필리필 수빅조선소(HHIC_PHIL) 회생절차 개시로 앞으로 조선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업계에선 한진중공업 조선업 위기의 진짜 이유로 전문가 부재를 꼽는다. 조선소에 건설 출신 인물들이 주요 자리에 오르면서 경쟁력을 회복할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다. 특히 수빅조선소는 조남호 회장의 판단이 있었지만 회생절차 개시 상황에서도 책임 소재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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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빅조선소의 위기는 이미 예견됐다는 평가다. 수빅조선소가 건조지연에 시달리며 수주잔량이 남아 있음에도 적자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업의 수익성은 설계능력에서 나오지만 수빅조선소에선 건조경험이 없는 선박을 수주했다.

2015년 수빅조선소 수주잔고는 한진중공업이 건조한 적 없는 선박들이었다. 당시 9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은 건조 작업이 6개월 지연된 상태였다. 수주 잔고 36척 중 15척의 건조 작업이 지연되고 있으며 나머지 선박들도 순차적으로 건조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납기를 준수하지도, 선주가 원하는 사양으로 배가 인도되지도 못했다. 건조원가가 계속 상승했고, 건조지연은 조선소 신뢰도로 이어져 악순환에 빠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한진중공업의 기본 설계능력 발전속도가 경쟁사에 비해 뒤쳐지는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양 최초로 멤브레인형 LNG선을 건조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한진중공업은 현재 LNG선 수주를 거의 못 받는 상황이다. 작년 전세계 대형 LNG선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과 반대 분위기다.

한진중공업의 조선업 경쟁력이 약화된 이유로는 사업을 책임질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조선업계과 금융시장은 냉정하게 평가한다.

현재 대표이사부터 역대 사장을 거슬러 올라가면 전공이나 커리어가 토목과 건설 쪽 인물에 치중됐다. 현재 조선·건설부문 통합 대표를 맡고 있는 이윤희 한진중공업 사장은 35년 동안 토목업계에 몸 담아 온 토목분야 전문가다. 안진규 전 대표이사는 공사부문에서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2006년 수빅조선소 건설할 때 소장을 맡은 뒤 영도조선소와 수빅조선소의 생산총괄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진중공업에서 조선전문가로 꼽히는 수장은 2007년 취임했던 박규원 전 대표이사가 마지막이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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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빅조선소 건설이 결정타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이 사양사업으로 접어들자 건설에 힘을 싣고 영도는 특수선, 수빅은 상선을 전담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진중공업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한진건설 출신인 조남호 회장과 그의 측근들이 수빅조선소 건설을 계기로 조선업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기 시작했다"며 "조 회장은 향후 인건비가 관건이라는 판단 아래 필리핀 수빅에 조선소를 세워야 한다는 결단을 내렸는데 이에 이의를 제기하다 지친 조선부문 인력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나게 됐다"고 전했다.

1999년 한진중공업과 한진건설이 합병한 이래 조선, 건설 출신 사이 갈등이 있었지만 서로 큰 간섭 없이 운영됐다. 그런데 수빅조선소 기획단계부터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후문이다. 금융시장에서 “한진중공업은 최근 10년 간 수장 자리에 조선전문가가 없었다”, “한진중공업의 위기는 배를 모르는 사람이 배를 영업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막중한 이자비용을 감수하면서 2조원가량을 투자한 수빅조선소의 수익성은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았다. 조선업은 고난도 기술을 갖춘 숙련공을 확보해야 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전문가들은 수빅은 오지에 위치한 만큼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수빅에서 일했던 한국인 근로자들은 현지 인력과 소통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프라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애초부터 수빅에 조선소를 세운 것은 조선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의 한진중공업 구조조정에서 상선 부문은 사실상 배제, 관련 인력들은 잉여인력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빅조선소 부실 털어내면 회복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있지만 상선 부문이 사라지면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다. 조선업 부진을 상쇄하겠다는 건설은 실적 개선이 여의치 않다. 영도조선소에서 전담하는 방산부문 특수선은 이익 기여도가 낮다. 2008년부터 방산업계는 전면적으로 도입된 ‘최저가 입찰제’로 인해 기술력을 축적하기도 어렵고 이익도 별로 나지 않는 상황이다. 수빅조선소 문제가 해결되면 한진중공업은 사실상 조선업에서 손을 떼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때 자율협약 조기 졸업을 공언하기도 했지만 현실은 2년 연장이다. 채권단은 매각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매각하라고 종용하지만 이는 이전 자율협약에서도 지키지 못한, 쉽지 않은 카드다.

이런 와중에도 경영 전략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는 지적이다. 한진중공업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사내이사에는 조남호 회장과 이윤희 사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선임배경으론 '건설업 및 조선업 전반에 대한 경험 및 전문지식 보유'를 적시했다. 경력상 이윤희 사장이 건설부문 전문가라고 한다면 조남호 회장이 조선업 전문가인 셈이다.

산업은행은 조남호 회장에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조 회장은 그 어떤 입장도 취하고 있지 않다. 조선업계 전문가는 “경영자의 잘못된 전략으로 조선업 1번지를 이끌어온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데 책임은 그 누구도 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21일 14:3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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