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벤처캐피탈...스타트업에서 꼽히는 'SKY캐슬'은?
양선우 기자 | thesun@chosun.com | 2019.02.08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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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네트워크로 무장한 명문 VC 출현
초등학교 시절에 해당하는 엑셀레러이터 단계부터 관리
VC들 투자 '코디'로 활동하며 더 큰 VC 소개
한투파, IMM, 스틱 투자 받으면 SKY 대학교 입학 한 꼴
조기 유학파도 등장, 초기 단계부터 실리콘벨리로 넘어가

벤처 캐피탈

넘치는 유동성을 배경으로 벤처캐피탈(VC)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유니콘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하는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어느 VC에서 투자를 받았느냐'라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각 단계별로 투자 받을때마다 외부에 자랑할만한 이른바 '명문 VC'리스트가 업계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투자여부에 따라 소위 스타트업 사이의 'SKY캐슬'에 진입여부가 결정되고, 후속투자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는 스타트업 기업들 사이에서는 '장학생'으로 꼽힌다. 2011년 본엔젤스파트너스로부터 3억원 투자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회사를 성장시켜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3600억원을 투자 받았다. 그 사이 기업가치는 3조원으로 커지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우아한 형제들의 투자 내역을 보면 각 단계별 어느 VC를 찾아가야 하는지가 보인다. 초기 투자는 본엔젤스파트너스로부터, 후속 투자는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에서 받았다. 이후 골드만삭스를 시작으로 중국의 힐하우스캐피탈 그룹, 네이버, 세콰이어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치했다.

학생으로 치면 국내 명문 고등학교와 SKY대학교를 거쳐 아이비리그 MBA를 따온 셈이다.

우아한형제

이처럼 국내 스타트업 들이 성장하면서 투자받기를 희망하는 이른바 ' 명문VC'의 로드맵이 마련되고 있는 추세다.

회사 설립에 필요한 멘토링을 해주는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의 명문으로는 프라이머와 스파크랩스가 꼽힌다. 이들은 대학생 창업지원부터 해외진출까지 멘토링 서비스를 담당하며 이재웅 쏘카 대표 등 성공적인 창업을 한 파트너들이 창업에 필요한 지원을 한다. 엑셀러레이터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네이버 벤드 기획자가 만든 TBT처럼 네이버, 카카오 사단들이 엑셀러레이터 회사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기도 하다.

초기 투자를 단행하는 '시드'(seed) 단계에선 스프링캠프, 본엔젤스파트너스, 카카오벤처스, 퓨처플레이, 매쉬업엔젤스 등이 활약하고 있다. 우아한 형제들에 투자한 본엔젤스파트너스와 신흥 강자로 떠오른 네이버 계열의 스프링캠프가 주목 받는다. 이 두 회사는 정부가 출자한 모태펀드 자금 없이 네이버와 민간 투자자로만 구성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시드머니(seed money)를 발판으로 회사가 커지면 100억원 미만의 '시리즈A' 투자를 받게 된다. 이 A분야에선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뮤렉스파트너스, 켑스톤파트너스 등이 활약하고 있다. 이 단계부터는 매출이 뒷받침 되어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블루홀, 쿠팡, 토스 등 스타트업에서 유니콘으로 성장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은 이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산업은행에서 ‘넥스트라운드’ 행사 등을 통해서 스타트업과 이들 단계의 VC를 잇는 매개 역할에 나서는 등 정부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1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지는 '시리즈 B'에선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을 같이 하는 대형 투자회사와 금융그룹, 대기업 산하의 VC들이 투자를 단행한다. 이 단계를 거치면서 스타트업은 본격적인 유니콘으로 성장하게 된다. 대표적인 업체들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 IMM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미래에셋 VC, KTB VC 등이 해당한다.

이들 VC들은 이전 단계와 달리 지분투자 보다는 채권과 지분투자의 중간 성격인 메자닌을 통한 안정적인 투자방식을 선호한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이들의 투자를 받는 단계에 이르면 바늘 구멍 대입을 통과해 명문대에 진학한 셈이다.

시리즈 B 이후의 투자단계에 이르면 해외 투자자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다. 실리콘벨리의 세콰이어캐피탈을 비롯해 중국의 심천캐피탈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는 투자금뿐 만이 아니라 이들과 네트워크가 자산이다. 손정의 비전펀드의 쿠팡 투자처럼 조 단위 투자유치는 국내 VC로는 한계가 있다.

투자단계별 VC

최근에는 엑셀러레이터 단계에서 아예 해외로 나가는 스타트업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조기 유학파'다.

대표적으로 뷰티 커머스 플랫폼 업체인 미미박스가 꼽힌다. 회사는 2014년 실리콘벨리로 넘어가 미국 대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의 육성프로그램을 최우수로 졸업했다. 이후 1000억원 매출을 올리며 이달에는 존슨앤드존슨 계열 벤처 캐피탈 JJDC(Johnson & Johnson Development Corporation)으로부터 3500만달러(약 39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해외 조기 유학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영어가 된다면 아예 실리콘벨리에서 투자를 받는 게 추후에 투자를 받기에 용이한 측면이 많다”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이른바 '진학 로드맵'이 뚜렷해지면서 소위 '그들만의 리그 '현상도 뚜렷해 지고 있다. 기술력은 기본이고, 업계 최고 수준의 VC들과 네트워크가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다 보니 유명 VC들은 아예 떡잎 시절부터 이들 스타트업을 관리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스타트업 창업자들 상당수가 특정 학교출신에 편중되는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

한 스타트업체 관계자는 “최근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절반이상이 SKY대학교 출신이다”라며 “기술, 아이디어뿐 아니라 VC와의 네트워크가 없이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힘들며, 최근에는 성공한 20대 창업자 네트워크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29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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