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타깃 후보 대림산업, 주주가치 제고 가능성에 주목
입력 2019.02.11 07:00|수정 2019.02.12 10:16
    대림산업 외국인 지분 32%→45%로 크게 증가
    주주들, 배당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요구 전망
    "사업방향과 주주가치 제고 배치된다" 의견도
    • 최근 반년 새 대림산업 주가가 30% 이상 상승했다. 금융업계에선 한진칼에 이어 대림산업이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으로 주목 받으며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배당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이들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해욱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대림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분율이 23.12%에 불과해 연결고리가 느슨하다. 이에 반해 외국인 지분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32%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45%가 넘는다. 대림산업은 외국인 순매수 종목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작년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직후부터 나타났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주주들이 앞으로 배당성향 증가와 지배구조개선 등 주주환원책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한다.

      오너의 갑질 논란과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사회적 질타를 받아온 대림산업은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림산업의 경영전략과 주주가치 제고가 서로 배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 이 회장은 작년부터 ‘글로벌 디벨로퍼’의 도약을 목표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건설업 비중을 줄이고 석유화학과 에너지 분야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투자가 진행 중이다. 특히 석유화학사업 분야에서는 태국 PTT글로벌케미칼과 함께 미국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디벨로퍼 방식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대림산업의 사업구조 변화를 반길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투자확대로 배당이 줄 수 있다는 우려는 차치하더라도 유화사업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업 전문가들은 행동주의펀드가 경영권을 갖고 있다면 미국 오하이오주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을 반대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대림산업은 150만톤 규모의 에탄크래커분해시설(ECC)공장을 세울 계획인데 투자금액이 9조원 가까이 들어갈 전망이다. 그 중 절반만 부담해도 4조원이 넘는다. 롯데케미칼이 미국 루이지애나의 100만톤 규모 ECC공장에 3조원가량 투입한 것과 비교된다. 루이지애나는 미국의 기존 석유화학 시설 90%가 몰려있지만 오하이오는 SOC(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석유화학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미국에 이미 많은 ECC 설비가 건설돼 대림산업은 끝물에 들어오는 것”이라며 “이번 투자가 합리적인 것인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건설, 해외 플랜트 전망이 좋고 국내도 투자만 하면 따올 수 있는 사업이 있는데 모든 사업역량과 투자를 화학에 쓸려고 하는 상황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취임 첫 해부터 대규모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림산업은 사우디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이 합작으로 추진하는 ‘아미랄 프로젝트’에 참여해 8만톤 규모의 폴리부텐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는 건설사가 직접 투자부터 운영까지 담당하는 글로벌 디벨로퍼로서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대림산업은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디벨로퍼로 전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자금 소요로 훨씬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디벨로퍼로서 역량도 증명되지 않았다. 대림산업의 사업구조 재편, 그에 따른 또 한 번의 수업료 지불 가능성이 주주가치 제고와 대치된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라는 요구 또한 대림산업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림산업은 건설업종 내 가장 복잡한 사업구조로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림산업의 자회사들이 숫자가 많긴 하지만 순환출자로 얽힌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 그룹 자체가 밸류체인을 갖춰서 디벨로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자회사 매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림산업은 사업방향과 주주가치가 서로 배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 가운데 여전히 ‘짠물배당’을 고수하고 있다. 복수의 운용사로부터 집중공격을 받고 배당을 3배 늘렸음에도 배당수익률이 0.97%에 불과하다. 갑질 논란, 편법 승계로 기업가치가 훼손됐던 것은 이해욱 회장의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의 의사에 반하는 오너 일가 행보는 적대적 M&A 가능성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이유”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