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때 다른 국가계약법…기재부·산은 "대우조선 경영권 매각 아냐"
입력 2019.02.11 07:00|수정 2019.02.12 10:15
    기재부 "국고 수입과 지출에 영향 없어 국가계약법 해당 안돼"
    산은 "경영권 매각이 아닌 투자"
    법률 전문가 "실질은 경영권 매각…추후 문제소지 발생할수도"
    M&A전문가 "현금없이 정부소유 회사 살 수 있는 우회로 열려"
    •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산업은행이 "이번 거래는 매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국가계약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라는 해석을 내렸다.

      반면 M&A 전문가와 로펌들 사이에서는 실질은 경영권을 넘긴 사안인데, 이를 ‘현물출자’ 또는 ‘투자’란 개념으로 해석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른 정부 소유 기업들도 이처럼 '현금없이 살 수 있는 우회로'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거래에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경영권 지분 55.7%를 ‘현물출자-통합법인 신주확보’라는 행태로 현대중공업에 넘긴다. 별도의 공개경쟁입찰이 생략됐다. 또 경영권이 담보된 지분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현대중공업에 지분을 넘긴다.

      그간 산은은 국책은행임을 감안,  국가계약법ㆍ국유재산법을 준용한 산은 내규와  '계약세칙'을 적용해왔다. 이에 따라 과거 단 한번의 예외 없이 보유자산 매각에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했다. 대우조선(2008년)ㆍ현대건설ㆍ하이닉스ㆍ금호산업ㆍ대우증권ㆍ쌍용양회ㆍ현대시멘트ㆍ대우건설ㆍ금호타이어 매각 또는 매각시도 모두 적용됐지만 이번에 첫 예외 사례가 나왔다.

      이에 대해 산은은 "이번에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진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라는 입장이다.

      정재경 산은 구조조정본부장은 “이번 거래는 투자방식이다보니 국가계약법이 아닌, 상법상 현물출자 규정을 적용해 딜을 진행했다”며 "이에 따라 국가계약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이의 판단을 위해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문의했고 기재부에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국고 수입과 지출에 영향 없어 국가계약법 해당 안돼”

      기획재정부는 산은의 문의에 대해 국가계약법 유권해석을 내려 대우조선해양 처리에서 예외를 인정하도록 했다.

      박성동 기재부 국고국장은 “산업은행의 현물출자가 국고의 수입 지출에 상응하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국가계약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역시 이런 유권해석도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M&A 업계에선 이런 기재부와 산은의 해석에 의문을 제기한다. 엄연히 1대주주가 바뀌고 현대중공업이 사실상 최대주주가 되는데 '매각'이 아니라 '투자'라고 할 수 있느냐부터 논란거리다.

      국가계약법의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반박도 있다.

      국가계약법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하여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따른다”라고 명시해놨다. 다만 기재부나 산은은 법에서 명시한 '다른 법률의 특별한 규정'은 설명하지 않았다.

      국가계약법은 ‘청렴계약’을 통해 계약에 있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계약방법에 있어서도 대통령령이 정하는 예외사항을 제외하고는 일반경쟁에 부칠 것을 명시해 놨다.

      ◇법률 전문가들 “실질은 경영권이 넘어 갔는데 단순 투자로 보기 힘들어”

      기재부와 산은의 해석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현물출자로 인해서 현대중공업이 최대주주가 되고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 사안을 놓고 매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국가계약법이 굳이 존재해야 하느냐는 반문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가계약법은 국가 계약에 있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하기 위해 만든 법률인데, 이런 방식으로 매각이 가능하다면 향후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산은이 매각하는 회사를 산 인수자는 그만큼 손해를 감수하는 셈이 된다.

      문제는 또 있다. 국고의 수입지출 영향'에 대한 논란이다.

      기재부는 이번 현물출자가 국고의 수입과 지출에 영향이 없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산은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취득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매각가격에 따라 국고의 수입과 지출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이번 거래가 국고의 수입과 지출에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라는 것.

      게다가 산은은 예산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출자한 국책은행이고, 이런 국책은행이 지난 수년간 10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단일 회사에 지원해왔다.

      이에 대해 박성동 기재부 국고국장은 “(산은이 현물출자 후 취득한 지분을) 제 3자에게 매각할 때는 국가계약법이 적용되고, 주식시장에 매각할 경우에는 자본시장법 등 다른 법률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거래방식 보편화 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

      불투명한 거래구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우려도 거론된다.

      즉 이런 거래 방식이 보편화 할 경우 산은의 투자금 회수시기며 규모가 불명확해진다. 대규모 공적 자금도 모자라 경영권을 넘겨주고도, 투자금 회수 시기와 규모를 특정할 수 없게 된다.

      주요 로펌들 사이에서도 이번 매각구조에 대해 정부가 국가계약법의 근간을 흔드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추후에 법원에서 이번 거래를 두고 매각이냐 투자냐를 따졌을 때 기재부와 산은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법원에선 매각구조보다는 실질이 매각이냐 아니냐를 따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경영권이 넘어가는 구조를 감안했을 때 이를 경영권 매각이 아니라 단순투자로 보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번 거래로 인해 산은의 잠재적 매물인 대우건설, KDB생명 등도 이와 같은 매각방식을 취할 수 있는지가 언급되고 있다.

      이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될 수 있다면 굳이 공개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인수자에 현물출자 형식으로 회사를 넘길 수 있다. 인수자 입장에선 현금 한 푼 안들이고 정부 소유 회사를 지주사 설립 또는 합병 등을 통해서 인수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다.

      정재경 산은 구조조정본부장은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거래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