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오너일가 퇴로 막은 KCGI…올해 아닌 내년 주총에 승부?
한지웅·차준호 기자 | hanjw@chosun.com | 2019.02.12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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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위원회·보상위원회 등 설치 요구
"한진그룹, 그대로 받아들이기 사실상 어려워"
주요 이사들 임기 만료되는 내년이 기점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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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가 한진그룹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KCGI 측이 추천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방안, 호텔사업 재검토 등을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다. 한진그룹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과 함께 KCGI 측이 내년 주주총회를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KCGI가 한진그룹에 제안한 내용은 ▲지배구조개선 ▲기업가치 제고 ▲사회적 신뢰 제고 등 크게 3가지다.

이중 핵심이 되는 내용은 경영진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1명,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명, 외부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지배구조위원회가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해 사전에 검토 및 심의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핵심이다. 그룹 전반의 경영에 관해 들여다보고, 추천 사외이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KCGI의 요구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현재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내이사, 조양호 회장, 조원태 사장, 이석우 사외이사 등이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올해 사내이사 또는 사외이사 자리를 갈아치우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다. 임기가 남아있는 이사들을 해임하기 위해선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총 3명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엔 보통결의 요건만 충족하면 이사 선임이 가능하다.

결국 KCGI가 올해는 회사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통해 명분을 쌓고, 이를 통해 내년 주총에 표 대결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CGI가 당초 감사 자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보다 더 강력한 요구를 하면서 사실상 한진그룹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주총이 아니라 내년 주총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KCGI는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내용으로 보상위원회 설치와 임원추천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보상위원회는 임원들의 평가보상 체계를 수립하는 기구로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임원추천위원회 또한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해 최고경영자(CEO) 및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오너일가를 비롯한 한진그룹 경영진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투자가 또는 일반투자자까지 KCGI의 우군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오너일가의 사내이사 선임과 연임을 꾸준히 반대해 왔고, 임원들의 높은 보수를 문제 삼았던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과 '한 배'에 타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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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한진그룹이 현재 진행 중인 호텔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적자 사업, 항공업과 시너지가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해 본업에 집중하자는 의도다. 한진그룹의 사업 확장에 다소 불안감과 불만을 표시했던 투자자들은 이 같은 요구가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인다. 반면 한 편에선 한진그룹이 사업 다각화의 효과를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한 채 포기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KCGI의 요구사항이 상당수 받아들일 만 하지만, 이제 막 주요 주주로 올라선 투자자가 경영에 대한 지나치게 간섭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며 "호텔사업의 경우 향후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또한 지금 포기할 경우 그 기회비용이 더 클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KCGI의 요구에 한진그룹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진그룹 측은 공식적인 자료를 내지 않는 채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향후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어느 편에 서게 될지, 한진그룹이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회유책을 쓰게 될 지는 관전 포인트다. 다만 승계를 준비해야 하는 한진그룹, 즉 조양호 회장이 한진칼과 ㈜한진을 활용해 내놓을 수 있는 주주환원책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한진그룹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23일 17:0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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