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대우조선 인수 제안에 이도저도 못하는 삼성중공업
입력 2019.02.12 07:00|수정 2019.02.11 18:24
    산업銀, 이달 28일까지 대우조선 시한부 인수검토 제안
    삼성重 "충분한 검토 후 공식 답변"
    "자금 여력 없고, 더 이상 그룹지원 기대 힘들어" 평가
    • 산업은행의 제안을 뒤늦게 받은 삼성중공업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확정되면, 삼성중공업은 그나마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조선산업 내 사업적 지위도 반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을 자체 인수할 여력은 없고, 그렇다고 그룹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룹의 비주력 계열사로 분류되다보니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지난달 31일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직후 삼성중공업에 인수 제안서를 발송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인수 의사를 타진하는 수준의 제안서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공문 형식의 투자요청서를 받았고, 향후 충분한 검토를 해 결론이 나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답변 기한은 오는 28일까지다.

      산업은행이 내세운 '조선산업 빅2 체제 재편' 추진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은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이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 것을 예상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82억달러의 수주를 목표 했지만 그해 신규 수주액은 63억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매출액은 2014년 대비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약 4000억원의 영업적자도 예고돼 있다. 지속적인 사업부진에 꾸준히 인력 구조조정도 실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대주주는 삼성전자(15.98%)와 삼성생명(3.1%)이지만 지원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미 2016년 11월에 1조141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2018년 4월에 1조4000억원의 증자를 또 한번 실시했다. 그룹에서 지원한 자금만 약 5000억원, 유상증자 자금 총 2조5000억원이 투입됐으나 재무적 부담은 여전하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산업은행의 제안을 받기는 했지만 실제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고 봐야 한다"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덩치를 키울 계획이 있었다면 그룹차원에서 진작에 움직였겠지만 현재 상황에선 의지나 여력이 적다는 게 맞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조선산업이 빅2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조선업 '비(非)전문가'를 자처한 산업은행의 예상일 뿐, 실제로 조선통합법인(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1강 체제가 굳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력인 LNG선 분야에서 삼성중공업이 확실한 우위를 갖고 있지 않아 향후 수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중공업 전·현직 경영진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박대영 전 대표이사는 지난 2016년 대우조선해양 특수선 사업부 매각설이 돌 당시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인수설을 일축했다. 남준우 현재 대표이사 또한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합치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는데 현재는 합병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중공업의 컨트롤타워는 '삼성물산 EPC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이다. 현재는 삼성엔지니어링 출신의 김명수 사장이 TF를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EPC 경쟁력 강화 TF'가 출범한지 1년이 넘었지만 삼성중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룹차원의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상 삼성중공업이 매각설과 합병설에 시달리는 비주력 계열사로 전락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선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떠한 방식이든 그룹차원의 지원이 있었어야 하지만, 현재는 눈앞에 초대형 조선사의 탄생을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룹 또는 경영진에서 대응 전략을 내놓지 않으면서, 주주 또는 투자자들은 기업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걸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