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SK C&C 전철될까"…SKT 중간지주 앞두고 투자자 '전열 정비'
입력 2019.02.14 07:00|수정 2019.02.18 10:50
    애널리스트 만나며 시장 접촉 확대 나선 SKT
    중간지주 앞둔 내부 불안감도…해외 투자자 확보에 골치
    옥수수-POOQ 합병법인 및 글로벌 진출, 중간지주 핵심으로 부상
    SK-SKC&C 합병당시 '폭스콘 합작사'와 뭐가 다르냐는 의견도
    • SK텔레콤이 올해 중간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투심(投心)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직 절차를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담당 애널리스트 등을 통해 시장과 투자자들의 반응을 점검하고 있다.

      본격적인 시나리오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일부 기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투자와 인수합병(M&A) 인력의 역량 의구심 ▲글로벌 진출의 지속 가능성 ▲중간지주사의 투자로 인한 배당 축소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특히 합병 직전의 장밋빛 전망이 불과 한 해가 채 지나기 전에 식어버린 SK㈜와 SK C&C 때의 사례까지 회자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1월 첫 주 유영상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임원이 참석한 비공개 애널리스트 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올해 있을 중간지주 전환과 관련해 애널리스트들과 일부 IR 임원들 간 덕담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참석자들도 "연례있는 인사자리일 뿐 구체적인 얘기는 전혀 없었다"는 설명이다.

      박정호 사장은 이미 올초 CES를 통해 "올해는 꼭 중간지주사 전환을 하도록 하겠다“며 구체적으론 "이동통신사업부를 분할한 후 재상장시켜 투자받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고 SK하이닉스 지분도 30%까지 늘릴 것"이란 방법론까지 공식화했다. 이르면 올해 1분기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돼 실무진들도 시장과 접촉을 늘려가는 모양새다.

      투자금융업계에선 올 한해 손꼽히는 유력한 빅딜이다보니 자문사 간 수주 경쟁도 물밑에서 치열하다. 하지만 일부에선 투자자 유치를 둔 불안감도 전해진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통신사업을 재상장할 때 신규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와 원하는 투자액을 중간지주로 끌어올려야 하는 문제가 가장 부담된다”며 “통신업에 대한 투자 수요 추이도 맞춰야 하는데 국내 규제에 대한 우려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입장에선 깐깐해진 주요 기관투자가와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도 고민거리다. 물적분할을 통한 중간지주 전환이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인 만큼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행동주의 투자 열풍,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감독의 관심은 보다 깊어졌다.

      외국계 통신담당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이 소프트뱅크 모델을 희망하지만 그만큼 트랙레코드를 쌓았는지는 모르겠다"며 "당장 지금 발표한다고 하면 주주총회 통과 자체도 쉽지 않아 보인다"라 말했다.

    • 일부 기관투자가들도 쉽사리 찬성하진 않겠다 방침을 세운 채 전열을 다듬는 것으로 알려진다. ▲SK하이닉스라는 알짜 자회사를 통한 배당이 주주들에게 환원되지 않고 중간지주의 M&A 재원으로 소요되는 점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관련해 회사의 약속을 얻어 낼 흔치 않은 기회란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SK텔레콤 측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주주환원책을 고심 중이다. 1월31일 열린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SK하이닉스 등 성공적 투자가 주주에게 돌아가도록 배당금 선정 기준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업계와 SK텔레콤 내부에선 이번 중간지주 전환의 핵심 키워드로 배당성향 확대, 미디어 플랫폼 옥수수(Oksusu)와 푹(POOQ)간 합병 및 글로벌 사업 진출 등을 중심에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간지주 전환 발표와 맞춰 옥수수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대규모 자금 유치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같은 ‘글로벌 성장’ 밑그림이 주주들에게 전혀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SK㈜와 SK텔레콤 등 SK그룹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4년 여전 회자된 ‘FSK L&S’를 사례로 들었다.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541"] 박정호 당시 SK C&C 사장과 궈타이밍 홍하이 그룹 회장이 IT서비스 합작기업 설립을 위한 계약을 맺고 악수하는 모습[/caption]

      박정호 사장은 과거 SK C&C 사장을 역임했던 당시 SK㈜를 이끈 조대식 사장과 함께 합병을 이끌었다. 최태원 회장 등 대주주 지분율을 지키며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도록 양 사간 적정한 합병비율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조대식 의장과 박정호 사장이 지금 그룹 내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도 회자된다.

      당시에도 SK는 '투자전문지주사'를 합병법인의 비전으로 밝히며 구체적으로 '2020년 매출액 200조원, 세전이익 10조원 목표'를 내세웠다. 현 매출 수준에서 달성을 위해선 2년내 두 배 이상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쉽지 않은 길이다.

      사업적으론 '글로벌 ICT를 이끌 지주사 재탄생'을 제시했다. 사업회사 SK C&C를 이끈 박정호 사장이 직접 선두에 섰다. 대만 폭스콘그룹과 조인트벤처(JV) 설립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회사가 꾸릴 '스마트팩토리'를 합병 지주회사의 기업가치 증대의 중심에 뒀다. 하지만 합병이 성사된 직후를 제외하곤 양 그룹의 합작사인 ‘FSK L&S’는 “있는지도 잘 모르는 회사”라는 게 시장의 솔직한 평가다.

      결국 이번 옥수수(Oksusu)와 푹(POOQ), 그리고 해외 투자 유치라는 밑그림 자체가 ‘FSK L&S’와 다를 게 있겠냐는 의문이다.

      다른 통신담당 애널리스트도 “통신섹터를 보고 들어온 투자자들에게 지주 주식으로 바꿔주겠다는 논리니 특히 외국인 주주 입장에선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이 확실하지 않다”며 “그룹 입장에선 SK하이닉스 지분을 늘리는 등 움직임이 필요할 수 있지만 주주 입장에서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