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손자회사' 되는 대우조선 자회사, 관리책임은 산은? 현대중공업?
입력 2019.02.15 07:00|수정 2019.02.18 10:51
    현행법상 100% 지분 보유하든지 혹은 매각해야
    이동걸 회장 "관리책임 산은" 인정…지배구조상 현중 품으로
    현중 "산은이 해결할 일"…대응안 없는 산은
    가격 외 노조 문제·유휴설비 운용 문제 등 고민거리로
    • 대우조선해양 자회사 관리 방안을 둘러싸고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수에서 대우조선 자회사들이 전적으로 산업은행 소관인 점을 강조, 향후 관리책임에서도 현대중공업은 배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협상 대상이 현대중공업 밖에 남지 않은 산업은행 입장에선 이렇다할 이견을 제기하기도 애매하다. 무엇보다 거래 성사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 측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위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과 인수자 현대중공업그룹은 3월 본계약을 앞두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12일 또 다른 인수 후보로 내세웠던 삼성중공업이 불참의사를 전달하며 사실상 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 형식을 띠게 됐다.

      양측 기본합의서에 따라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그룹 편입 후 '현대중공업지주→조선통합법인→대우조선해양' 지배구조 형태로 재편된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의 자회사들은 자연스레 현대중공업지주의 '증손자회사'로 편입된다.

      증손회사가 되는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들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이 지분 전량(100%)을 보유하든지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법에 적용되지 않는 해외 계열사를 제외하면, 국내에선 신한중공업(89.2%)과 대한조선(23.4%) 등이 이에 해당된다.

    • 기본합의서를 체결할 당시부터 이 대우조선 자회사 관리문제를 두고 양측은 미묘한 이견을 보였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31일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질문에 "형식적으로는 그쪽 대우조선을 따라서 새로운 주주자 밑에 갈 수 밖에 없지만 관리 책임은 우리에게 남아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구두상 산업은행이 향후에도 관리책임을 짊어 질 것을 선언했더라도, 현재 인수 구조 내에선 자회사들이 현대중공업 그룹 지배구조 체제에 포함되는만큼 '방법론' 측면에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같은 날 열린 현대중공업 컨퍼런스 콜에서도 해당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산업은행과 자회사에 대한 검토를 많이 했는데, 아직 추가적인 실사를 더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한조선 등 자회사에 대한 책임에서 현대중공업을 배제하는 걸 검토하고 있고, 자회사 전체적으로는 산업은행이 책임 및 관리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참석한 한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이 과거 상조회사까지 거느릴 정도로 비주력 자회사가 많았는데 산업은행에서 계속 정리해 왔고 이미 대부분 정리한 건 맞다”면서 “현대중공업은 당연히 ‘원래 산은이 하시던대로 맡아서 하라는 말’을 전한거고 외부에서 보기엔 산업은행이 떠안는게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측 본계약은 내달 초 계획돼 있지만 아직 자회사 처리 방안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자회사들의 장부가상 기업가치가 수백억원 수준인 만큼 규모상 큰 부담은 없다.

      다만 노동조합의 찬성을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의 정규직 노조 문제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다운사이징을 추진해야하는 입장에서 자회사가 꾸리는 사업 및 생산설비가 대부분 중복‧잉여 설비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굳이 대우조선해양을 떠안을  실익도 명분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중공업만 하더라도 매출이 1800억원 남짓인 회사가 차입금만 2400억원을 넘기 때문에 매각이 수월하진 않을 것”이라며 “대우조선 자회사들도 성동조선‧STX 사례처럼 산업은행이 감자 및 출자전환을 거쳐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줄다리기로 보이지만, 칼자루는 이미 현대중공업이 쥐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공개경쟁 입찰을 사실상 포기했고, 뒤늦게 거래에 끌어들였던 삼성중공업마저 일찌감치 인수를 포기하면서 협상 상대방은 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대우조선 인수가 절실하지도, 또는 인수한다하더라도 재무적 부담이 없는 현대중공업보다는 대우조선해양을 이번 시점에 반드시 매각해야 하는 산업은행의 사정이 더 다급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유일한 후보가 될 현대중공업이 다급한 산업은행의 요구안을 100% 수용할 유인은 없어 보인다"며 "자회사 관리문제를 두고 산업은행이 한 발 물러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산업은행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