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투자 포인트, '온라인' 아닌 '명확해진 후계 구도'
입력 2019.02.15 07:00|수정 2019.02.18 10:50
    물적분할 및 흡수합병 과정서 잡음無
    "후계자는 정용진 부회장" 이견 없다는 의사로 해석
    그룹 온라인 사업 총괄…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입지
    •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통합법인 출범을 목전에 뒀지만 시장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에 관심이 더 모아지는 분위기다. 온라인 통합법인 출범을 위한 물적분할 및 흡수합병 과정에서 잡음이 없었던 것도 온라인 사업성에 대한 기대감보단 정용진 부회장의 승계에 큰 ‘이견’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온라인 유통 시장 자체만 놓고 보면 전망이 어둡진 않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을 134조원 규모로 예상,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20% 이상의 성장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차별화된 상품 및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온·오프라인 유통 기업의 약진도 점쳐진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타사에 비해 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췄더라도 온라인 사업에서 당장 두각을 드러내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 등 기존 플레이어들의 대규모 투자를 고려했을 때 특히 물류센터가 취약한 점이 발목을 잡는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그룹은 오는 3월1일자로 온라인 통합법인을 예정대로 출범할 계획이지만 핵심인 물류센터 건립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하남에서 추진하다 무산된 뒤 남양주가 유력해지는 듯했으나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물류센터를 건립하려면 부지 매입과 행정 절차 등 최소 1~2년은 걸린다. 물류센터 확보라는 최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온라인 통합법인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경기도 용인과 김포에 온라인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긴 하다. 현재 평택 진위에 물류센터를 건립 중이지만 내년까지 수도권 지역에 신선식품 등을 다룰 4개의 온라인 물류센터를 더 짓겠다던 정용진 부회장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단기적으론 온라인 통합법인의 사업성을 높이 평가하기 무리가 있다.

      최근 본업 부진과 온라인 사업에 대한 기대감 하락으로 이마트몰의 최대주주인 이마트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온라인 통합에 따른 사업성보단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 측면에서 온라인 통합법인 출범 의미가 더 크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 통합법인 출범을 통해 결과적으로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 전체의 온라인 사업을 총괄하게 되면서, 신세계 경영권 후계 구도에서 유리해졌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통합법인의 합병 비율을 보면 정용진 부회장이 경영권 강화를 위한 ‘확실한’ 발판을 확보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앞서 이마트와 신세계는 각각 물적분할을 통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만든 뒤 이마트몰이 신세계몰을 흡수합병했다. 합병 후 온라인 통합법인은 당장엔 이마트와 신세계가 65.1 대 34.9로 지분을 나눠가지는 형태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 온라인 통합법인의 최대주주는 이마트, 2대 주주는 신세계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각각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끌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물류센터와 통합법인, 신선식품 등을 내세워 겉으론 유통 시장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안으론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경영권 후계 구도 정리를 병행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세계그룹에서는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 계속 진행됐다”며 “온라인 통합법인 계획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해당 법인의 지분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갈지 관심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온라인 통합법인의 사업성을 기대하고 찬성을 했다고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란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