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태평양만 수혜?'…로펌 매출 공개에 경쟁사들 ‘부글부글’
입력 2019.02.18 07:00|수정 2019.02.19 09:32
    순위 산정 기준 둔 논란 점화…"특허법인과 법무법인은 별개"
    특허법인 포함 '3000억 매출' 달성한 태평양, 로펌 수익은 '2915억'
    '변호사 1인당 순이익' 지표에도 불만 제기…"이럴거면 차라리 공개하자"
    • 연례행사처럼 언론기사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되는 대형 로펌들의 매출 순위가 법조계에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내부에선 산정 기준 및 이에 따른 순위가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와 법무법인 태평양 두 곳에 편향됐다는 불만이 나오지만, 공식적인 발표가 아닌 만큼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6대 대형 로펌(매출 규모 1000억원 이상)의 2018년 전체 매출 순위는 김앤장-태평양-광장-율촌-세종-화우 순으로 집계됐다.

    • 로펌업계에선 매년 각 펌의 '국세청 부가세 신고실적'을 기준으로 경쟁사들의 실적을 집계해 경영 계획을 세우고 소속 파트너들에 공유하는 등에 활용한다. 법인형태가 아닌 특수한 지배구조를 보유한 김앤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대형 로펌들의 매출이 부가세 신고 과정에서 윤곽을 드러낸다.

      이 같은 순위가 매 년 신고시점과 맞물려 언론에 공개되며 마케팅에도 톡톡히 기여한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능력있는 예비 법조인을 확보하는 데도 매출순위는 결정적인 지표 중 하나다.

      문제는 매년 대외적으로 유통되는 매출 기준(특허법인 포함)이 특정 법무법인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점이다. 대상이 되는 회사는 '김앤장'과 '태평양'이다. 김앤장은 특허 및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사실상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태평양은 법무법인내 팀과 별개로 변리사들 중심의 특허법인(특허법인 태평양)을 따로 운영 중이다.

      실제 해당 기준에 따라 순수 법무법인 내 매출만 집계할 경우 2위인 태평양의 매출 규모는 2915억원으로, 3위인 광장(2894억원)과 약 21억원까지 격차가 좁혀지게 된다. 태평양의 특허법인 포함 매출(3026억원)과 소폭 차이가 있다.

      법조계에선 올해도 1조원을 소폭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김앤장의 매출도 실제 법률사무소의 업무만 고려할 경우 약 6000억원대 수준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김앤장은 특허·지적재산권(IP)·포렌식 등 분야에서 외국계 클라이언트를 사실상 독점하다보니 법률 외 분야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다른 로펌 대비 압도적이다"라며 "향후 승계 과정에서의 특허·IP 부문의 분리설이 법조계에서 매년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허법인과 법무법인은 구성원 자체가 다른 완전히 별개 법인이고 운영하는 업무도 다른데 손익을 함께 집계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정작 김앤장, 태평양 등 매출순위 1‧2위로 거론되는 로펌내 파트너 변호사들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회사가 저렇게 많이 버는 데 구성원 연봉은 제자리”, "그 많은 매출이 어디로 다 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 등이 대표적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매년 2월 말 파트너급 변호사들 대상으로 해당 수익을 놓고 프리젠테이션(PT)을 하며 경영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법인을 포함할 경우 지난해 연간 매출목표로 세운 '3000억원'은 달성했지만, 정작 '삼성 특수'를 제하면 본업을 통한 수익은 정체기 아니냐는 내부 의견도 만만치 않다는 전언이다.

      특히 각 로펌 내 파트너변호사 입장에선 각 고객과의 관계가 자신의 연봉과 직결되다보니 '변호사 1인당 순이익 지표'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국내에서 해당 지표가 단순 ‘변호사 수 대비 로펌 전체 매출’로 공표되다보니 왜곡된 숫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전체 매출을 단순히 변호사 수로 나눠 반영할 경우 김앤장과 다른 로펌간 변호사 1인당 생산성 수치는 매년 두 배 넘는 격차를 보인다. 다만 변리사만 200여명을 보유한 데다 특허부문에서만 3000~4000억원 수익을 거두는 김앤장의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다른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현재 구조에선 각 로펌이 보유한 고문, 비변호사, 그 외 전문가 등 변호사 외 구성원이 기여하는 매출이 큰 곳일수록 변호사 1인당 순이익 지표가 높게 보이는 착시가 있을 수 있다"며 "차라리 미국 처럼 파트너들이 실제 수령하는 연봉이 얼마인지를 공개해서 투명하게 경쟁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