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진 글로벌 '비메모리' 대표주자들…삼성·SK·LG 협력엔 적기?
입력 2019.02.19 07:00|수정 2019.02.18 17:31
    '슈퍼사이클' 타고 치솟는 몸값에 글로벌 투자 난항
    올해 조정기 거치며 국내 업체들 투자엔 적기란 평가도
    삼성전자-NXP, SK-AMD 등 업계 일부 거론
    •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대표 기업들은 지난해까지 호황기를 맞아 실적과 주가 모두 고공행진을 보였다. NXP, 엔비디아(NVIDIA), AMD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미‧중 무역분쟁, M&A 무산, 주요 주주 이탈 등 각 변수들이 이어져 성장세는 잠시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삼성, SK, LG 등 국내 기업 입장에선 글로벌 선두기업들과 투자 및 협력을 검토하기엔 오히려 환경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이었던 몸값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향후 기술 협력과 고객사 확보를 위해 글로벌 기업 간 협업과 연계는 필수가 된 상황인 만큼 M&A를 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2030 비메모리 프로젝트' 공개한 삼성…NXP 단 한 곳 인수면 해결?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2030년 글로벌 비메모리 분야 글로벌 1위 달성” 계획을 정부와 시장에 밝히며 세부 목표를 공개했다. 내부에선 ▲모바일AP·이미지센서 경쟁력 강화 ▲차량용 반도체 개발 확대 ▲파운드리 선두(대만 TSMC) 추격 등 핵심 전략을 수립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 1위에 오른 전략인 ‘자체육성 및 초격차’ 를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전개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진입장벽이 형성된 메모리 분야와 달리 비메모리 분야에선 여전히 글로벌 경쟁사들의 주도권 다툼이 숨가쁘게 이뤄지고 있다. 이미 시장 확보에 성공한 대형 업체에 주요 주주로 참여하거나 아예 인수해 고객망을 확보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를 포함한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주요 제품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올해 투자 축소를 확정했다. 이와 비례해 현금이 사내에 쌓이다 보니 배당과 M&A를 통해 소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외국계 컨설팅사를 통해 최대 5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반도체 회사 한 곳의 현황을 살피는 이유도 결국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세운 세부 목표를 고려했을 때 NXP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인 특허와 기술력을 갖춘 선두업체이고 센서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보유했다. 파운드리 업체들에도 알짜 고객 중 한 곳인만큼 최근 기술결함 문제로 주춤한 TSMC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매물이다. 퀄컴과 협상 당시만해도 몸값이 50조원에 육박했지만, 인수가 무산된 이후 주가가 하락해 삼성 입장에선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 IB업계 대표는 “언제든 매물로 다시 나올 수 있는 데다 퀄컴이 오랜 기간 실사 등 작업을 마쳤던 만큼 인수를 결정할 경우 제반 절차는 수월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에서 충분히 시너지를 볼 수 있는 매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 ◇ '투자 전문' SK·'젊은 피 수혈' LG도 큰 손…日 소프트뱅크는 압도적 실력 과시

      SK그룹과 LG그룹도 유력한 투자 큰 손으로 꼽힌다. SK그룹은 이미 ‘투자 전문 지주사’를 표방한 SK㈜와 올해 중간지주 전환이 유력한 SK텔레콤이 경쟁적으로 ICT 분야 매물 발굴에 나서고 있다.

      그간 M&A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인 LG그룹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핵심 계열사들의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새 먹거리 발굴이 시급해졌다. ZKW 인수를 통해 자신감도 쌓았다. 젊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고 베인앤컴퍼니 대표 출신인 홍범식 사장이 지주에 합류해 활발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양 그룹 모두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전장을 향후 그룹의 핵심 포트폴리오로 삼았다. 시장에선 미래차 분야 투자가 가장 우선순위에 있을 것으로 거론된다. 특히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 그래픽처리(GPU)분야의 독보적 선두업체인 엔비디아가 주목 받고 있다.

      미래산업 분야 투자의 '롤모델'로 꼽히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최근 엔비디아 투자로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비전펀드의 자기자본과 인수금융 및 파생상품 등을 동원해 지분 4.9%를 약 4조원(40억달러)에 인수했고, 최근 전량 매각했다. 지난해 말 이후 급격한 주가 하락에도 소프트뱅크는 순수 지분(Equity) 기준 7000억원을 투입해 3조3000억원의 수익을 거둬 내부수익률(IRR)만 824%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의 차익 실현과 중국 시장의 부진 여파로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해 9월 대비 절반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 훼손이 없다면 SK‧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협력을 모색할 기회로도 언급된다.

      이외에도 글로벌 CPU 제조사 AMD, 시스템 반도체사 자일링스(Xilinx) 등도 국내 기업들의 투자 타깃으로 거론된다. SK그룹은 지난 2017년 이후 내부적으로 AMD의 지분투자, 인수 등을 두고 그룹내 투자본부(이전 PM실)에서 검토해왔지만, 지난해 주가가 검토 초기보다 3배 이상 오르면서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 내부에선 자일링스 투자도 검토했지만, AMD에 비해 후순위에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