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과 아모레퍼시픽의 희비… '선제적 구조조정' 차이
입력 2019.02.20 07:00|수정 2019.02.19 18:08
    LG생건, 40년 1등 아모레 주가·실적 모두 제쳐
    "발 빠르게 구조조정하고 선택과 집중한 결과"
    양사 모두 디지털 취약, 미래 가를 숙제될 전망
    • 아모레퍼시픽은 주가뿐만 아니라 실적에서도 화장품 1등 자리를 LG생활건강에 내주게 됐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희비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장품 업계 내 유통구조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면서 미래를 좌우할 숙제로 새로운 유통 플랫폼 전략이 주목된다.

    • 40년간 1위를 지켜온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3218억원으로 전년대비 0.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525억원으로 25% 줄어들었다. 2년 연속 뒷걸음질 친 실적이다. 2016년 화장품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화장품부문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3조9054억원, 78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9.1%, 23.1% 증가한 수치다.

      아모레퍼시픽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역전당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선택과 집중’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희비를 갈랐다고 말한다. LG생활건강은 작년부터 빠르게 생활용품 부문의 구조조정을 했고 이익이 나는 쪽으로 역량을 집중했다. 또 럭셔리 브랜드 중심의 판매 전략과 명확한 브랜드 포지셔닝은 업계 내 경쟁이 점점 심해지는 와중에도 성장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화장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아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위기 원인은 브랜드 다양성에서 찾았다. 브랜드 위치가 애매해지고 저가 라인의 경쟁력을 잃었다. 너무 넓은 제품 포트폴리오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용인시와 뷰티산업단지 조성 투자 업무협약(MOU)을 해지, 163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취소하며 뒤늦게 조정 작업에 나섰다.

      오늘의 희비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 갈렸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유통 플랫폼 전략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패턴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면서 온라인 구매나 헬스앤드뷰티(H&B)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H&B시장 포화로 디지털 플랫폼이 주목받는다. 프랑스 로레알그룹 화장품 브랜드인 랑콤이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과 협업해 가상현실(VR) 스크린을 자사 오프라인 매장에 설치하는 등 디지털화(化)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새로운 유통 플랫폼에 적응 또는 확보하느냐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미래를 좌우할 숙제로 평가 받는다.

      플랫폼 측면에서 놓고 보면 LG생활건강도 부족한 것은 많다. 백화점, 면세점, 방문판매 등 전통적인 판매경로 비중이 78%에 달한다.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은 H&B 매장의 성장에 대항하기 위해 원브랜드숍인 더페이스샵을 화장품 편집 매장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고 있다. 더페이스샵 매장 850개 중 220여개를 편집 매장으로 바꿨다. 하지만 전통 오프라인 채널에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디지털화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한 발 앞서있지만 시장에서는 온라인으로 전환이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디지털이 판매경로별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아 작년말 기준 7%에 불과했다.

      서경배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다각도로 활용해 고객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 사업에 역량을 강화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례로 이커머스 전문가로 꼽히는 박종만 전무를 영입해 디지털전략유닛장 자리를 맡기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내부 관계자는 “유통 구조를 갈아엎어야 하는 혁신이 필요하지만 비용도 많이 드는데다 보수적인 사업 성향이 있어 변화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온라인으로 매출이 넘어가면 당장 오프라인에서 반발이 있는 것도 어려움이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격차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모레퍼시픽이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혁신적인 변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모레퍼시픽은 위기 대응책으로 콜럼버스라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13가지 문제점을 지적해 비용 1000억원을 줄이고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을 만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M&A를 통한 브랜드 구조조정 ▲멀티숍 전환 ▲온라인 강화를 주문하지만 아모레퍼시픽에서 나온 대응책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