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 장기투자는 옛말…능동적 투자 실력 요구 받는 연기금
입력 2019.02.21 07:00|수정 2019.02.22 10:17
    연기금, 포스코·KT 장기투자 실적
    하락세로 이어지면서 수익률 악화
    산업 트렌드 변화에 장기보유 역설

    연기금의 패시브 운용 한계 많아
    "수익률 창출 위해 액티브 전환" 주장
    산업분석·주식운용 능력 키워야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

      “인내심은 유익한 미덕이다”

      주식시장에선 통용되는 말이다. 그래서 장기투자는 곧 미덕으로 통하는 반면, 단기투자는 투기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특히 연금과 기금, 공제회처럼 가입자에게 일정 금액을 되돌려주는 게 담보돼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은 안정적 수익 확보를 위한 장기투자가 필수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는 가능할까.

      투자자는 최소 10년 동안 특정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성에 한 표를 던지고, 나중에 그에 따른 수익을 기대한다. 성장기에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런데 글로벌 경쟁이 일상화해 있고, 주류 산업이 바뀌고 있는 과도기에는 적용되기 어려워 보인다.

      개별 종목에 국한시켜 보자. 화제가 된 포스코와 KT의 경우 장기투자 관점에서 10년 전에 두 회사의 주식을 산 후 보유한 ‘매수 후 유지(Buy & Hold)’ 전략을 썼다면 현재 손실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2010년 1월15일, 포스코 주가는 주당 63만3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6년간 쉬지 않고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2016년 1월에는 15만5500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반등해 2018년에 40만원대를 찍나 했다가 다시 떨어졌고 현재 20만원과 30만원 사이에서 보합 중이다.

      KT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0년 1월29일 주당 5만1700원의 최고점을 찍었지만 2016년 1월22일 2만6050원의 최저점을 찍었고 이후 좀처럼 반등하질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 주식을 계속 들고 있느니 은행에 예금으로 넣어두는 게 수익률이 더 나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관련 내용이 화제가 됐다. 국민연금의 포스코 지분 보유율은 지난 2007년 2.86%에서 2018년 10월 11.05%로 증가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포스코 주식 매입 평균가는 45만원 선으로, 당시 주가 26만원과 보유주식수 1000만주(11.05%) 기준 국민연금의 포스코 주식투자 평가손실은 1조9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가가 가장 높을 때 매입하기 시작했고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매입한 셈이다. 이 때문에 장기 하락세에 있는 주식을 매수하고 지분율을 늘리는 국민연금의 투자방식이 오히려 기금 수익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비단 포스코, KT만 해당되지 않는다. 이른바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기업집단, 그리고 거기에 속한 주력 계열사들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예외라봤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생활건강' 정도다. 전통적인 주력 산업 기업들의 주가는 여지없이 하향세가 두드러진다. 해운, 항공, 조선, 자동차, 건설, 정유화학, 유통, 통신 어느 특정 산업을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국내에서 대장주에 대한 장기투자로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분명 10년간 코스피는 우상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체의 경쟁력은 하락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살 만한 주식이 없다. 또 바이오, IT산업 같은 고수익 고위험의 신성장산업을 자체 평가하기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기관투자가들이 개별 종목에 대한 장기투자를 하기 점점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러다보니 국민연금을 위시한 연기금, 공제회들이 액티브 운용(펀드매니저가 발굴한 유망 종목에 적극 투자하는 전략) 대신 패시브 운용(상장지수펀드처럼 지수 등락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전략)을 늘려왔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의 한계는 분명하다. 패시브 운용은 평균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연기금과 공제회는 여기에만 만족할 수 없다. 연금과 기금, 공제회의 국내 주식 전략적 운용 목표는 안정적인 수익확보를 위한 장기투자와 위험한도 내의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수익률 극대화를 요구받는 상황이다.

      비록 패시브 투자가 대세가 되면서 여기에 역량을 집중 하고 있지만 리스크 분산과 장기투자, 수익 창출을 위해선 액티브 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기 위해선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직접운용 능력 제고가 전제돼야 한다. 연기금 운용역들이 갖춰야 할 것으로는 ▲산업 분석 및 트렌드 변화 대응 능력 ▲동종 산업 내 기업의 경쟁력 차이 분석 ▲수익률 향상을 위한 트레이딩 능력 등이 꼽힌다. 대장주의 매수 후 보유가 아닌, 우량 가치주 발굴과 매수와 매도의 적절한 타이밍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과거보다 능동적이고 예방적인 투자 실력을 갖춰야 한다.

      능력을 갖춘 운용역의 확충 또는 관련 교육을 통한 운용역의 능력 향상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정치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은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주주권 행사 기조가 뚜렷해진 국민연금이 배당 중점관리기업을 지정, 유보금에 대한 고배당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당장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는다. 유보금 존재는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평가할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절대적 위치에 있는 국민연금이 한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