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vs우리, 덩치 키우기...M&A 시장 선수 교체
입력 2019.02.22 07:00|수정 2019.02.21 17:49
    하나금융, 롯데카드 인수 출사표
    우리금융, 지주 전환 非은행 확대
    두 그룹 모두 재무 여력은 약해
    • 올해 우리금융지주 정식 출범과 함께 대형 금융그룹 3위 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경쟁이 일단락된 가운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덩치 키우기가 시작하며 인수합병(M&A) 시장의 핵심 '선수'로 등장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2조2402억원, 우리금융은 2조1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5000억원에 육박했던 순이익 격차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계단식으로 구성돼있던 국내 4대 금융지주의 경쟁구도가 연간 순이익 3조원대의 신한금융과 KB금융, 그리고 2조원대의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 출사표는 하나금융이 먼저 냈다. 그간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내부 통합에 집중하며 외연 확장을 자제해왔다. 지난 1월 인사·급여·복지 통합안까지 타결되며 사실상 화학적 결합 수순에 들어가자 곧바로 외부로 눈을 돌렸다. 현재 매물로 나온 금융회사 중 가장 덩치가 큰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전한 것이다.

      롯데카드는 별도 재무제표기준 보유자산이 13조원에 달하는 대형 매물이다. 예상 매매가는 1조원이 훌쩍 넘는다. 카드업계 수익성이 점점 악화되고 있긴 하지만, 롯데쇼핑과 연계된 안정된 고객층을 통해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수익은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하나금융의 카드부문은 이용실적 기준 시장점유율 2위로 뛰어오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은 8.2%로 전업사 중 최하위다. 점유율 11.1%인 롯데카드를 흡수하면 19.3%로 2위 삼성카드와 동률이 된다. 연간 순익 규모 역시 2000억원 안팎으로 커지며 은행·증권에 이은 세번째 주력 계열사 자리를 꿰차게 된다.

    •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하나손해보험'이라는 명칭에 대해 상표권도 출원했다.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은행 통합이 마무리되며 늘어난 자본여력으로 확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는 평가다. 하나금융투자에도 지난해 3월 7000억원에 이어 12월 50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에 주어지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갖추게 됐다.

      도전자인 우리금융은 민영화 과정에서 자산 축소, 은행-지주회사 합병 등의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자산 분리매각 이후 처음으로 다시 순이익 2조원 고지를 넘었다. 지난 1월 무사히 지주체제로 전환하며 은행 경쟁력은 물론,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사모펀드를 통해 간접 보유한 아주캐피탈은 인수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은 아주캐피탈 지분 74%를 보유한 웰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의 50%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이 펀드의 만기는 올해 7월이다.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면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도 따라오게 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연초 간담회에서 부동산신탁사와 자산운용사 인수도 천명했다. 부동산신탁사 인수 후보로는 국제자산신탁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우리은행이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연초 물밑 접촉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자산운용사는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회사 중 하이자산운용과 동양자산운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매물로 나왔던 교보증권에 관심을 보이며 증권업 재진출 가능성도 조명을 받았다.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덕분에 금융권에 '이면계약으로 이미 인수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두 금융그룹은 공통적으로 재무 여력이 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 키워내느냐가 핵심 이슈로 부상한 셈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6%에 달한다. 금융당국의 권고선이 130%임을 감안하면, 배당으로 자본을 쌓아 이를 낮춘다 해도 올해 자회사 추가 출자 여력은 최대 2조원 선이다.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하면 다시 한도가 꽉 차게 된다. 여기에 캐피탈 등 비은행 자회사 추가 출자 계획까지 검토하고 있는만큼, 지주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현금이 '제로'다. 신설법인이자 순수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는 총 자본 및 자산이 21조원 규모의 종속기업투자주식으로만 구성됐다. 우리은행으로부터 대규모 배당을 끌어올려 지주 주주들에게 일부를 지급한 후 나머지를 종잣돈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은행 당기순이익은 1조8821억원, 이전 회계년도 결산 배당총액은 3366억원이었다.

      지주 출범 첫해인 올해엔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내부등급법이 아닌, 표준등급법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비율 관리도 쉽지 않다. 표준등급법 사용시 자기자본비율은 4~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말 기준 우리은행 보통주자본비율은 11.4%, BIS총자본비율은 15.9%였다. 감독당국은 총자본비율을 14%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런 판도 변화는 M&A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하나금융의 롯데카드 인수를 자문하고 있는 UBS에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우리금융 지주 전환을 총괄한 삼일회계법인과 김앤장에도 향후 '추가 일감'이 부여될 가능성이 크다.

      한 국내 대형증권사 고위 임원은 "빅딜을 끝낸 신한·KB보다 인수 후 통합(PMI)을 끝낸 하나나 지주로 막 전환한 우리에 더 일감이 많으리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미 지난해부터 각 하우스별로 매수·매도 양쪽에 걸쳐 상당한 접촉과 제안이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