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담 정부, 엘리엇·메이슨 ISD 자문 계약 지지부진
입력 2019.02.22 07:00|수정 2019.02.21 17:50
    작년 로펌 선정했지만 계약 못해
    소송 규모 1조 육박…'예산 발목'
    • 정부가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메이슨캐피탈이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Investor-State Dispute)을 수행할 대리인을 선정했지만 정식 계약은 늦어지고 있다. 예산의 한계가 있는 정부는 자문료를 아끼려 하고 해외 로펌들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계약 협상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엘리엇은 작년 4월 대한민국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소송 제기 전 협상 의사가 있는지 살피는 절차인데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정부의 부당한 조치가 있었고 삼성물산 주주로서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근거가 없다고 봤다. 엘리엇은 3개월 후 ISD를 제기했다. 같은 해 9월엔 메이슨도 비슷한 이유로 ISD를 제기했다.

      정부는 일찌감치 대응에 나섰다. 엘리엇으로부터 중재의향서를 받은 다음달 자문사 선정에 들어가 법무법인 광장을 ISD 대리인으로 선택했다. 광장은 메이슨이 제기한 ISD에서도 정부를 대리한다.

    • 정부는 통상 국내 대형 법무법인과 글로벌 로펌 한 곳씩을 자문사로 택해왔다. 엘리엇 ISD는 영국계 로펌 프레시필즈(Freshfields), 메이슨 ISD는 미국계 화이트앤케이스(White & Case)가 정부 측 대리인으로 낙점됐다.

      자문단 진용은 일찌감치 꾸렸지만 정식 자문 계약은 아직 맺어지지 않았다.

      국제 소송 성격의 ISD는 해외 로펌들의 조력이 필수다. 그러나 정부와 로펌들이 생각하는 자문료 차이가 커 합의 도출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엔 론스타가 제기한 5조원대 ISD에 대해서만 2013~2017년 400억원대 비용이 나갔다는 사실이 구설에 올랐다. 예산이 한정돼 있는 정부 입장에선 자문료 규모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로펌들의 제안을 받을 때부터 보수한도(캡) 설정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철저하게 들인 시간만큼 보수(Time Charge)를 받아가는 외국 로펌들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중재 절차는 시간제 보수 방식이 일반적이고 얼마나 시간이 들어갈 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론스타 ISD는 단계마다 자문료를 지불하는 바람에 비용이 많이 나왔다”며 “정부는 이런 우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단계별 혹은 전체 자문료에 대한 한도를 정하려 하는데 로펌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두 ISD 절차가 본격화한다. 엘리엇이 주장하는 손실 규모는 7억7000만달러(약 8700억원)고, 메이슨은 2억달러(약 2300억원) 이상이다. 두 헤지펀드의 주장이 온전히 받아들여 진다면 1조원 이상의 혈세가 유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소송 수행에 대한 의사 합치가 있으면 보수 조율은 여유를 두고 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그러나 확실히 계약을 맺었을 때보다는 준비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로펌들과 계약서 문구를 조율 중인데 언제 체결될 지는 말하기 어렵다”며 “정부 입장에선 예산을 최대한 절감해야 하는 입장이라 그런 부분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