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경영권 분쟁…중재재판 들어가면 7개월 내 결론
입력 2019.02.22 07:00|수정 2019.02.26 09:39
    법원확정판결과 동일…단심제여서 항소도 불가능
    재판시 IPO 힘들 듯…대주주 변경 가능성 예심 통과에 걸려
    중재재판 결과 따라 신창재 회장 지분매각 가능성 고려해야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됐다. 재무적 투자자들(FI)이 투자금 회수 지연을 이유로 중재신청을 준비하면서 양측 갈등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단심제인 중재재판 절차에 들어가면 결론이 나오는 데에는 7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점에서 교보생명 경영권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지난 19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측과 FI를 대표하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측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중재 신청 연기를 요청하는 한편,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협상안이나 대안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신 회장 측이 FI와의 계약 무효소송에 대한 준비도 거론되고 있다. 신 회장이 FI와 맺은 계약이 불공정하다는 점에서 주주간 계약자체가 사기 착오로 인한 원천 무효라는 주장이다. FI들이 요구한 40만9000원이라는 지분가치도 이를 평가한 안진회계법인이 지나치게 높이 평가했다는 점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 측이 한편으로 화해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강공을 병행하는 양상이 드러나면서 이로 인해 벌어지는 혼선도 적지 않다. 나름대로 백방으로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시간은 FI 편이다.

      FI(어피너티·IMM·베어링·SC PE·싱가포르투자청)들은 개별적으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에 중재재판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중재재판을 진행하는 대한상사중재원은 단심제로 신속한 분쟁해결이 가능하다. 국내 중재는 약 5개월, 국제 중재는 약 7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당사자가 신속절차에 의해 중재를 진행하기로 한 경우에는 2~3개월 내에도 분쟁해결이 가능하다.

      한 로펌 관계자는 “중재재판에 가게 될 경우 결국 풋옵션 가격 말고는 신 회장 입장에서 주장할 것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신 회장 측에서는 이를 대비해 계약의 원천 무효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중재재판의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즉 무효소송에는 시간이 다량 소요되지만 중재재판은 1년 이내에 확정판결이 나오고 항소도 불가능하다.

      일단 중재재판 결과가 나온 사항을 원천 무효 소송에서 뒤집기는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FI들과 함께 경영권 매각 가능성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라며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 회장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금으로선 신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중재재판 이전에 IPO를 진행해서 FI들의 자금 회수 통로를 열어주든지, 아니면 중재재판 결과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IPO의 경우 현 상황에서 중재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결론을 내는 것은 물리적로, 또 제도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소송 진행 중에 IPO 심사가 힘들고, 행여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중재재판 이전에 IPO를 마무리 짓기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안 된다.

      IPO를 전제조건으로 매각을 포함한 FI 자금 회수를 담보해주는 합의 정도도 가능하다. 다만 이 같은 합의도 단순한 '구두합의'가 아닌 법적인 구속력을 갖춘 방안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이미 채권회수 절차에 들어간 FI들로서는 중재재판 결과에 따라서 자금 회수를 선택하는 것이 더 '강제성'이 있어 유리하다.

      2조원에 육박하는 풋옵션 가치를 감안했을 때 중재판결이 FI 쪽에 유리하게 날 경우 신 회장으로서는 개인부채를 해결해야 하니 지분 매각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신 회장 측에서도 FI와 함께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비근한 사례로 지난 2011년 하이마트가 유진그룹과 선종구 회장간 분쟁이 불거졌을때 FI지분까지 포함해 경영권 매각을 단행한 경우도 있다.  FI들로서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편이고, 신 회장으로서도 그나마 나은 가격에 지분을 정리하는 식이다.

      다만 신 회장이 교보생명 1대 주주 오너 지위를 포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계약상으로는 우위에 있지만 FI들이 져야 할 부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주주간 계약과는 별개로, 기업 오너의 지분을 직접 인수한 것도 아니고 관련 지분을 인수했으면서 수년뒤 오너 경영인의 지위를 위협했다는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 이번 교보생명 투자에 대한 자금 회수는 성공시키더라도 이후 국내에서 대기업이나 오너기업을 상대로 한 투자과정에서는 '평판 리스크'도 부담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주주간 갈등으로 인해 교보생명의 기업가치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그간 신 회장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지 횟수로 8년이 되어가는 동안 IPO를 차일 피일 미루다 보니, 결국 경영권까지 위협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지난 수년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수차례 제기됐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주변 가신그룹의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외부의 조언을 진지하게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지도 이미 수년째다. 그 사이 FI들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고 지금에 와서야 '협상하자'라는 제스처를 취한 형국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게 되면 결국 피해보는 것은 회사와 직원이다”라며 “사안은 이제 경영권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