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인수 파트너, "넷마블이냐 카카오냐"…PEF들 고심
차준호 기자 | chacha@chosun.com | 2019.03.1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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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여지는 카카오지만 자금력이..." "인수 의지는 넷마블"
넷마블은 MBK 외 KKR·베인캐피탈 등에도 미팅 요청
실적·주가 회복 시급한 넷마블…넥슨 자산 흡수에 총력
금융권 움직임도 관측…매각 측 "숏리스트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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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매각이 진전될수록 인수 후보 간 눈치싸움도 본격화되고 있다. 인수 대상이 매년 안정적 현금 창출이 보장될 제조업과 달리 무형자산 기반 게임업이다 보니 차입매수(LBO)를 활용한 사모펀드(PEF)가 독자적으로 접근하긴 쉽지 않은 매물로 꼽힌다. 넷마블, 카카오는 이 점을 들어 컨소시엄 내 주도권을 쥐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현금 탓에 PEF 도움이 절실하다.

결국 더 좋은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양측의 기 싸움은 꾸준히 이어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PEF들이 누구를 택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지주격회사 NXC 매각주관사인 도이치뱅크는 후보 5~6곳에 본입찰 절차를 밟을 것을 안내했다. 카카오ㆍMBK파트너스ㆍKKRㆍ베인캐피탈 등이 대상이다. 후보 사이에선 중국 텐센트도 참여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지만,  의사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일부 글로벌 PEF들의 막바지 참전 가능성도 관측 된다.

매각 측은 마감 시간을 정해 숏리스트 선정 절차를 끝낸 게 아니라 다른 후보들에게도 아직 열려 있다며 매각 절차를 급하게 진행하진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인수자들은 결국 흥행 부진이 반영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 인수측 관계자는 “도이치뱅크가 나서서 '숏리스트를 선정했고 확정됐다'는 소문들은 와전된 것이라 해명하고 있지만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매각주간사 도이치뱅크와 모건스탠리는 거래 흥행을 위해 여러 장치를 뒀다.

일단 추후 컨소시엄을 구성할 인수자들도 예비입찰시 인수의향서(LOI)를 개별로 낼 것을 안내했다. 또 인수금융 주선에서도 금융사간 컨소시엄 구성을 막았다. 일부 후보가 금융사를 독점해 입찰에 지장이 있을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다.

금융기관에선 그간 친밀도를 고려할 때 카카오-한국투자증권, 베인캐피탈-신한은행, KKR-국민은행, MBK파트너스-NH투자증권 등이 대표 주관을 맡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밑작업도 진행 중이다. 금융사 입장에선 무형자산 뿐인 넥슨 인수에 자금을 쏟는 데 부담을 느끼면서도, 핵심 고객인 PEF의 심기를 거스를까 부담스러운 눈치다.

후보들이 독자적으로 본입찰 참여의사를 밝혔지만, 거래 규모와 특성 탓에 각 기업과 PEF간 컨소시엄 형성은 필수라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PEF 사이에서도 전통제조업과 다른 산업군이다보니 이 분야에 경험이 있는 전략적투자자(SI)없인 불가능이란 컨센서스다. 제조업체 투자 사례처럼 비용을 효율화해 이익을 내긴 어려운 산업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SI 들은 PEF 도움 없이 강행하기엔 인수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구도다보니 기업과 PEF 모두 컨소시엄 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PEF가 접촉할 SI는 넷마블과 카카오로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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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의 경우. PEF 입장에서 국내 게임업계 큰 손인 넷마블과 손을 잡는 편이 거래 종결 및 포트폴리오 관리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정작 속내는 복잡하다.

넷마블은 독자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하기보단 외부 IP를 활용하거나 인수하는 퍼블리셔 역할을 맡아 사세를 키웠다. NC소프트트의 리니지·블레이드앤소울 IP를 빌린 모바일 신작이 대표적이다. 일정정도 성과를 봤지만 NC소프트가 IP를 언제까지 외부에 제공할 지는 미지수다.

독자적인 IP 부재라는 한계와 실적 부진까지 겹쳐 시가총액도 공모 대비 30%가까이 하락했다.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 인수 의도도 넥슨 IP를 흡수해 넷마블 연결기준 이익을 키우는 데 집중돼 있다. 자연스레 PEF 역할은 인수를 위한 대출정도에 국한되기 희망하는 속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출시 20년이 다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카트라이더·던전앤파이터의 PC방 순위가 여전히 10위권에 있을 정도로 보유한 IP는 대한민국 20-30대들에게는 먹히는 자산"이라며 "넷마블이든 카카오든 모든 컨텐츠 제작자의 소원은 '미키마우스'같은 IP를 수십년 활용해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넷마블이 적정 수준 수익률을 보장한다면 PEF 입장에선 순수 대출 조건도 환영할 수 있다. 방준혁 의장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콜옵션과 드래그얼롱 등 위험회피조항(Downside-Protection) 및 보장수익률을 얻어내 일정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매수조항(Tender-offer)이 적용될 경우 일본 넥슨 전체 지분을 인수해 상장폐지 절차를 밟은 후, 국내 혹은 미국 시장 재상장(IPO)을 통해 성과를 볼 수도 있다.

다만 15조원에 육박한 넥슨 거래 규모탓에 단일 PEF도 약 3~4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펀드들도 기존 보유펀드는 물론 LP들을 대상으로 공동 펀드(Co-Investment)도 추가로 조성해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영권인수(Buy-out)에 특화된 글로벌 PEF들은 LP 설득 명분 만들기에 고심 중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바이아웃 성격에 맞춰 독자적인 운영권을 보장받거나 일정정도 경영 개입 여지를 확보해야하지만, 자사 실적 회복이 시급한 넷마블이 어디까지 양보할 지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카카오는 넥슨과 사업영역이 완전히 겹치는 게임사는 아닌 만큼 PEF와 공동경영을 둔 여지가 넓은 점이 매력이다. 다만 운영 능력 측면에서 보여준 성과는 넷마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김범수 의장은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등과 '한게임'을 창업해 회사를 키웠지만, 지금 산업 트렌드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또 카카오게임즈는 시장에 약속한 상장(IPO) 조차 제대로 밟지 못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남 대표의 경영 능력보단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인연을 주로 언급한다. 남 대표는 김 의장의 야인 시절 함께 PC방을 운영한 인사다.

넷마블과 카카오는 각 PEF의 조건을 저울질하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토종자본 중심으로 인수하겠다"밝힌 넷마블은 현재까지도 MBK파트너스 외 베인캐피탈 일본하우스, 한국계 '조셉 배'가 글로벌 대표로 있는 KKR 등 다른후보에 꾸준히 미팅을 요청하고 있다.

넷마블은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한 상황인 만큼,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넥슨과 협상 창구는 PEF가 된다. 본입찰 이후 실사 등 제반작업에 참여할 수 없고, 원칙상 초청받은 컨소시엄 내 파트너와 넥슨 간 협상 조건을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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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들은 조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SI의 운영능력이 필수적이라 하더라도, 카카오와 넷마블 모두 자체 자금만으로 불가능한 거래다보니 상대가 조급할 수록 유리한 조건을 끌어낼 수 있다. 진심이든 협상 전략이든 내부에서도 "꼭 굳이 무리해서까지 해야할 딜인지 모르겠다", "김정주 의장의 거래 종결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와 같은 속내도 내비치고 있다. 업계에선 성사여부완 별개로 매각가 15조원(텐더오프 반영)을 가정할 경우, 약 절반 수준(7조원)을 인수금융을 통해 확보하고 나머지 7~8조원 중 절반 가량을 회사가, 절반 가량을 FI가 마련하는 인수구조를 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모든 '레이싱'을 뒤흔들 변수는 중국 텐센트다.

김정주 NXC 의장의 의사가 '매각가격 극대화'로 확고한 상황에서 텐센트가 직접 참여하면 이 구도는 뒤바뀔 상황이다.

다만 텐센트 한국 사무소가 아닌 중국 본사에서 거래 전반을 컨트롤하며 철저히 보안을 유지 중이다. PEF들은 텐센트로 갈아타거나 이를 SI와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 한때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할만큼 텐센트를 우군으로 자신했던 넷마블도 텐센트의 확답이 없자 움직임을 주시 중이다. 넷마블이 "국내 IP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건 이유도 결국 이 부분에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11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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